복지망이 끌어안지 못한 죽음…은둔형 1인 가구 고독사

2022.02.07 16:58 입력 2022.02.08 09:59 수정

복지망이 끌어안지 못한 죽음…은둔형 1인 가구 고독사

“정부 지원을 받길 원하지 않으셔서 고독사 위험이 높은지 낮은지도 분류가 돼 있지 않았습니다.”

지난 6일 정오 무렵 서울 성북구 석관동 주택가에서 6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2015년부터 옥탑방에서 홀로 살아온 그의 죽음은 사망 후 며칠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A씨는 동네 시장에서 근근이 일감을 찾아 생계를 이어왔을뿐 이렇다할 정기 소득이 없었다. 고립, 저소득, 1인 가구 등의 위험 요인을 여럿 갖추고 있었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 제도를 비롯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지원은 스스로 거부했다.

A씨와 같은 ‘은둔형 1인 가구’의 고독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7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 추정’ 인원은 3159명으로 4년 전인 2017년(2008명)에 비해 57.3% 증가했다. 1인 가구 증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교류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적지원망에 포섭되지 않은 상태로, 서울시에서 고독사로 정의한 51명 중 비수급자의 비중은 23.5%에 달했다. 지난해 서울시복지재단은 ‘서울시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서 “관계망이 취약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여건이 되지 못하는 이들이 공적 지원을 거부하며 자신을 고립 상태로 방치해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씨 역시 작년 하반기 진행된 서울시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 대상에서 누락됐다.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고독사 위험에 대한 판단도 이뤄지지 않았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당사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아서 안내문만 발송했다”며 “강제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금천구에서도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거부해 온 70대 독거노인이 숨진 지 열흘 만에 발견됐다. 한 사회복지사는 “(1인 가구에)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요청하면 거부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고독사 위험이 높다고 판단하면 전화 면담 등으로 살펴볼 수는 있겠지만 (복지사) 1명이 담당하는 사례가 많아서 버겁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적 복지망이 끌어안지 못한 1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복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는 경우도 있고, 일하면서 쌓아온 삶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지원받는 것을 자존감이 훼손되는 것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면서 “주소이전 등을 신고할 때 주민센터 지원이 용이하도록 동의서를 의무적으로 받아두는 식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장년 1인 가구 밀집지역에 골목 카페나 상담소 등을 꾸려 편하게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도 고독사 예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는 공적지원 대상은 아니지만 고독사 위험이 있는 1인 가구의 사례를 지역 복지관 등과 함께 관리하는 방안을 올해 사업 내용에 반영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4월 시행된 ‘고독사 예방법’에 따라 올해 고독사 실태조사를 실시해 독립된 통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고독사를 정식으로 다룬 통계가 없었고 ‘무연고 사망자’ 통계를 통해 대략적인 규모만 짐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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