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분야 전국 741명
6년 전에도 인력난 호소
그해 7월엔 과로사 발생
노동권 강화에 역할 막중
인력 늘렸지만 피로 여전

올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이 법을 집행하는 근로감독관은 1인당 2800곳이 넘는 사업장을 맡는 등 과로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타인의 노동권은 물론 근로감독관 자신의 노동권조차 지키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20일 경향신문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전국 근로감독관 현황’을 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산업안전보건분야 근로감독관(산업안전근로감독관)은 741명으로 1인당 2896.3곳의 사업장을 담당한다. 노동자 수로 치면 1인당 2만5295.1명을 맡는 셈이다. 근로기준분야 근로감독관(근로기준근로감독관)은 1963명으로 1인당 사업장 1093.3곳, 노동자 9548.5명을 담당한다.

노동권과 산업안전에 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근로감독관의 역할이 중요해졌지만 특히 중대재해를 담당하는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의 과로가 심각하다. 최근 붕괴사고가 일어난 경기 양주 삼표산업 채석장, 고 이선호씨 산재사고가 일어난 평택항 등 재해 위험 사업장이 많고 관할구역도 넓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의 경우 산업안전근로감독관 1인당 2968.9곳의 사업장을 담당한다. 전국 평균보다 많다. 중부청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은 236명으로 전국 지방청 가운데 인원이 가장 많은데도 그렇다. 화정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아파트와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산업안전근로감독관 100명이 1인당 2414.6곳의 사업장을 맡고 있다.

근로감독관의 과로는 전부터 지적돼 왔다. 2016년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이 당시 전체 근로감독관 9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수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6.6%가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답했다. 36.4%는 ‘시급히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로감독관 1인당 월평균 45.4건의 신고사건을 담당하며 주당 13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했다. 2016년 7월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서는 12주간 주당 52시간 일한 근로감독관이 과로로 숨진 일도 있었다.

구제가 시급한 노동자들도 피해를 입는다.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감독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이 지난해 공인노무사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인노무사의 3.3%만 근로감독관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근로감독관을 늘려왔다. 노동부 자료를 보면 근로감독관(현원 기준)은 2017년 1687명에서 2021년 2742명으로 증가했다. 이 중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은 409명에서 741명으로 증원됐다. 그러나 산재를 당한 노동자 역시 2017년 8만9848명(재해율 0.48%)에서 2021년 12만2713명(재해율 0.63%)으로 느는 등 산업안전 감독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노동계는 인력충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지방자치단체나 명예근로감독관 제도를 통해 근로감독 업무를 분산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중대재해전문가네트워크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근로감독관이 수많은 사업장을 모두 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위험 사업장 위주로 감독하더라도 사각지대가 생기고 감독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절대 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에 일정한 근로감독 권한을 나눠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재 법에 명예근로감독관이 명시돼 있지만 실질화되지 못하고 있다. 근무시간에 따라 수당을 지급할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를 실효성 있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