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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꼭꼭 숨겨온 ‘난민심사 지침’ 공개…법무부, 행정소송 상고 포기

2022.04.14 16:28 입력 2022.04.14 16:41 수정

2019년 10월14일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에서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군(예명)이 이 대학 학생들이 참여한 ‘김민혁군 아버지 난민 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기다리며 앉아 있다. 김군의 아버지는 2021년 난민 인정을 받았다. 이준헌 기자

2019년 10월14일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에서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군(예명)이 이 대학 학생들이 참여한 ‘김민혁군 아버지 난민 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기다리며 앉아 있다. 김군의 아버지는 2021년 난민 인정을 받았다. 이준헌 기자

‘난민심사 행정지침’ 공개 소송 1·2심에서 잇따라 패소한 법무부가 상고 포기를 결정했다. 그간 법무부가 심사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데 어려움을 겪은 난민 신청자들에게 활로가 열리게 됐다. 난민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1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항소심에서 패소한 난민인정 심사·처우·체류 지침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상고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난민심사 지침을 공개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이 확정되면 난민 신청자들은 해당 지침을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난민인권센터는 법무부가 2013년 제정한 난민심사 지침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난민신청자(G-1-5), 인도적체류자(G-1-6), 난민인정자(F-2) 등 체류자격과 관련한 지침을 난민들도 알아야 어려움 없이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하고 단체에서 낸 이의신청도 기각했다. 법무부는 “난민심사 지침이 공개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거나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난민인권센터는 2020년 10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지난해 10월5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해당 정보는 그 자체로 국가안전보장 등에 관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난민법령과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른 적법한 행정이 이루어지는지 국민의 적절한 감시와 통제를 받도록 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훨씬 크다”고 원고 승고 판결했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행정4-3부(김재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심에서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지침을 전부 공개하라고 한 1심 판결과 달리 ‘여권·비자가 만료된 난민 신청자 관련 부분’을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이 부분은 난민심사 지침에서 매우 적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지침 전체를 공개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판결이라고 난민지원단체는 본다.

‘인천공항 난민’ 콩고 출신 루렌도 가족과 최초록 변호사가 비슷한 취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법원은 난민심사 지침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루렌도 가족은 지난해 10월1일 1심에서 승소했는데, 법무부가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020년 기준 0.4%로 OECD 평균(24.8%)보다 현저히 낮다. 난민심사 지침 비공개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난민단체들은 법무부의 상고 포기 소식을 환영했다. 이한재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난민심사는 난민에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절차인데 처분이 왜 내려지는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면서 “뒤늦게나마 다행히 판결이 나오고 이제라도 지침이 공개되니 투명한 행정이 펼쳐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행정당국 입장에서도 심사 절차가 투명해지면 장기적으로 행정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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