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후퇴하는 일회용품 정책…일회용품 보증금제 시행 3주 앞두고 유예키로

2022.05.20 18:20 입력 2022.05.20 19:39 수정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 인천 서구에 위치한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환경부 제공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후 인천 서구에 위치한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가 2년 전 부터 예고돼 내달 10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시행을 올해 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자영업자 피해를 이유로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시에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두 번째 일회용품 규제완화다. 오래 전부터 준비 해온 일회용품 관련 제도가 한화진 장관 취임 후 갑작스럽게 유예된 것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환경부는 20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2022년 12월1일까지 유예한다”며 “유예기간 동안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제도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제도 이행을 따르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행정적·경제적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재활용이 가능한 일회용컵이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가 재활용 라벨이 붙어있는 일회용컵을 카페에 반납하면 음료 구매 시 낸 보증금 300원을 되돌려 받는 제도다. 환경부가 2020년부터 시행을 예고한 제도로, 오는 6월1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자원재활용법에 맞춰 시행 예정이었다. 사업 적용 대상은 커피, 음료, 제과제빵, 패스트푸드 업종의 가맹본부나 가맹점사업자로, 매장 수가 전전년도 말 기준 100개 이상인 사업자다. 커피, 음료, 제과제빵 등 79개 사업자와 105개 브랜드가 이 기준에 해당된다. 대부분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빽다방, 폴바셋, 이디야 등 일반 시민들에게 익숙한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들이다.

환경부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앞두고 공개 시연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환경부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앞두고 공개 시연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공개시연회까지 열어놓고 3주 전 시행 유예

환경부는 올해 3월 중순까지 일회용컵 보증금 처리지원금과 보증금 환불문구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고시 및 공고 제정안을 행정예고 하는 등 관련 준비를 진행해 왔다. 지난 6일에는 이디야 커피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공개 시연회’까지 열어 제도를 홍보했다. 하지만 시행 예정일을 불과 3주 앞두고 6개월간 제도 시행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은 지난 18일 여당인 국민의힘이 환경부에 규제 유예를 요청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내려졌다. 환경부는 여당 측 요청이 있기 전부터 가맹점주 등을 만나 의견을 들은 결과, 장기간의 코로나19 거리두기 상황이 다소 완화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새로운 보증금 제도를 시행할 경우 매출에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다수 수렴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수위는 지난달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 어려움을 이유로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단속을 유예하기로 한 바 있다. 새 정부가 ‘소상공인 달래기’를 위해 일회용품 규제 등 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참담하고 상식 밖이다. 어떤 정책이 시행하기 3주 전에 유예를 하느냐”며 “(보증금제를 안 하겠다는 것은) 사업자나 가맹점주들이 일회용품 판매 후에는 더 이상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인데,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300원 돌려받으러 반환하러 가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 하지만 계속 일회용컵을 쓰면서 살 수는 없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팀장은 “개인만으로는 변화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과 기업, 소비자가 다 같이 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영태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아직 한 번도 시행해보지 않은 제도라 현장에서는 여러 걱정이 있는 것 같다. 법이 개정된 6월10일 이후 일부 브랜드나 지역 등을 대상으로 시범사업격으로 시행을 해 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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