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에 시행령’으로 경찰 통제?···행안부, 경찰국 신설 위해 ‘경찰청 지휘규칙’ 신설 움직임

2022.06.15 15:58

어지럽게 얽힌 전선 너머로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가 보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어지럽게 얽힌 전선 너머로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가 보이고 있다. 김창길 기자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을 통제하려고 하는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경찰청장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지휘권을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를 통한 입법 대신 정부 시행령으로 경찰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다.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비판과 경찰의 중립·독립성을 보장하는 현행 법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최근 ‘경찰청 지휘규칙’(가칭)을 행안부령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휘규칙에는 경찰청장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지휘권을 명문화하고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인사와 관련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 산하 비직제 조직인 치안정책관실을 공식 조직으로 격상해 옛 ‘경찰국’과 같은 조직을 만들기 위한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지휘규칙에 담겠다는 것이다.

현행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의 직무 권한에 ‘경찰’이나 ‘치안’과 관련한 사무는 없다. 법무부 장관의 직무 권한에 검찰 사무 관장이 명시된 것과 대조적이다. 장관 사무에서 치안 업무 권한이 삭제된 것은 32년 전이다. 경찰이 행안부 전신인 내무부 산하에 있을 때 경찰이 정권에 예속돼 경찰권이 남용된 데 따른 조치였다. 1991년에는 경찰법이 제정돼 경찰청은 외청으로 독립했다. 국가경찰위원회를 설치해 경찰 행정을 심의·의결하도록 하는 등 통제 방안도 마련됐다.

자문위는 대통령령인 행안부 직제령을 개정하면 정부조직법을 건드리지 않고도 행안부 장관의 직무 권한에 ‘치안 사무’를 넣을 수 있다고 본다. 정부조직법 제7조에 명시된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관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소속청에 대하여는 중요정책수립에 관하여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행안부 장관의 직무 권한에 ‘치안 사무’를 넣는 시행령은 경찰의 중립·독립성 보장을 목적으로 개정돼 온 정부조직법과 경찰법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입법을 우회하는 ‘시행령 통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찰 내부의 반발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날 경남경찰 직장협의회가 성명을 낸 데 이어 이날 광주·전남경찰 직협이 행안부의 경찰국 기능 부활 논의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행안부의 경찰통제 방안은 권력에 대한 경찰의 종속으로 귀결될 여지가 크며, 과거 독재시대의 유물로서 폐지된 치안본부로의 회귀이자 반민주주의로의 역행”이라면서 “이는 시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시민을 억압하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1인 시위와 경찰서 앞 현수막 설치 등 다양한 방식의 의사 표현도 이어졌다. 전남 나주경찰서 직협은 전날 오후 청사 진입로에 ‘경찰중립성 훼손 경찰국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부산 지역의 한 경찰관은 경찰 내부망 ‘폴넷’ 게시판 ‘현장활력소’에 게시한 ‘38일’이란 제목의 글에서 “청장님 잔여임기가 38일 남았는데 이 기간 행안부 경찰국 신설이 완성되면 치욕을 남긴 청장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남은 기간 용단해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고 말하고 용퇴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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