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10㎜ 폭우 부여에서 2명 실종
침수 피해 등 전국 7480명 대피
지난 8일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에 내린 엿새간 집중호우로 1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호우특보는 14일 모두 해제돼 전국이 소강상태였으나, 15~17일 다시 최대 150㎜ 이상의 강수량이 예보돼 당국은 비 피해 예방을 당부했다.
이날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시간당 11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부여에서 하천 다리를 건너던 트럭이 물길에 휩쓸려 떠내려가 운전자 등 2명이 실종됐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탑승한 차가 물에 떠내려간다’는 신고가 접수돼 현장을 찾았으나 사람은 없고 차량만 발견됐다”며 “목포에 거주하는 A씨가 고향인 부여에 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220명과 장비 20여대를 동원해 하천 주변을 수색 중이다.
지난 9일 노부부가 실종된 강원 원주시 부론면 노림리 섬강 일대에서는 이날 엿새째 수색 작업이 이어졌다. 원주에는 누적 강수량이 300㎜에 달하는 폭우가 내렸다. 현재 소방·의용소방대·군인 등 369명과 장비 86대가 동원해 실종 추정 지점에서 섬강과 남한강 합수 지점인 흥원창까지 5㎞ 구간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일대의 물살이 너무 거세고, 시야도 혼탁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0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경기 광주는 652.5㎜, 경기 양평 624.2㎜, 서울은 581㎜의 비가 내렸다. 특히 시간당 최대 강우량이 서울 136.5㎜, 부여 110.6㎜, 경기 광명 109.5㎜에 달했다. 기록적인 폭우로 지금까지 서울에서 8명, 경기에서 4명, 강원에서 2명이 사망했다. 부여와 원주뿐 아니라 경기에서도 2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다.
이날 비가 그치면서 현지 조사가 진행돼 주택 침수 등 피해 집계는 대폭 늘었다. 행안부는 사유시설 피해가 6876건, 공공시설 피해는 1030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택·상가 침수 6760건 중 서울 지역 피해가 5749건이다. 전국에서 산사태는 265건 발생했는데 경기(175건)가 가장 많고 강원(39건)과 충남(34건)이 뒤를 이었다.
침수 등으로 거주지를 떠난 이재민과 일시 대피한 사람이 전국에서 7595명이다. 이재민 가운데 1344명, 피해 우려로 일시적으로 대피한 사람 중 3750명이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가축도 전국에서 7만3552마리가 폐사했다. 육계 7만3300마리, 산란계 250마리, 한우 2마리다. 꿀벌도 743군(1군당 2만~3만 마리)이 피해를 봤다. 농작물도 1140ha가 침수돼 유실·매몰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벼(820ha) 피해가 컸고, 토마토와 고추 등 채소(135ha), 감자와 옥수수 등 밭작물(88ha)도 침수됐다. 남한산성 등 문화재 피해도 53건이 집계됐다.
오는 15~17일까지 전국에 최대 15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특히 17일 정체전선이 남부지방 근처에 많은 비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8~11일 비가 많이 내리며 지반이 약화돼 있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큰만큼 산사태 및 축대·옹벽 붕괴 등에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