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는 족족 ‘여론 뭇매’ 맞는 기재부 카드뉴스···왜?

2022.09.01 14:43 입력 2022.09.01 16:01 수정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19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 ‘무지출 챌린지’ 카드뉴스. 비판이 잇따르자 같은달 29일 해당 게시글은 삭제됐다. 트위터 갈무리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19일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 ‘무지출 챌린지’ 카드뉴스. 비판이 잇따르자 같은달 29일 해당 게시글은 삭제됐다. 트위터 갈무리

“힘들겠지만 하루 정도는 뭐 어때. 나도 무지출 챌린지, 한 번 도전해 볼까?” 지난달 19일 기획재정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카드뉴스에 등장하는 문구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 중인 ‘무지출 챌린지’를 소개하며 붙인 말이다. 역풍은 거셌다. 소비를 장려해 내수를 진작해야 할 기재부가 도리어 통상적인 가계 지출까지 막으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기재부는 같은달 29일 게시물을 삭제했다.

무지출 챌린지의 불똥은 다른 곳으로 옮겨붙었다. 이번에는 ‘프리미엄 소비’에 대해 설명한다며 올린 게시물이 문제였다. 수제버거의 프리미엄화 역사와 소비자의 심리를 다룬 블로그 게시글을 요약한 카드뉴스이다. ‘조금 비싸도 줄 서서 먹는 수제버거 vs 거품 뺀 가격으로 대형마트에서 싸게 나오는 햄버거. 당신의 소비 트렌드는?’이라는 문구와 함께 ‘강남에서 세 시간 기다려 드디어 햄버거 겟. 다리 아픔, 더움, 그래도 행복함’ ‘샴푸 떨어진 김에 떨이로 필요한 것 다 삼. 나 살림 좀 잘하는 듯. 내돈내산, 이월상품, 합쳐서 3만원, 쇼핑중독’이라는 사례가 제시됐다.

기재부 트위터에 올라온 이 카드뉴스에는 1일 오후 1시 기준 4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수제버거집은 유명 프랜차이즈 빼고는 대부분 자영업자인데 대형마트 소비를 권하는 것이냐’ ‘물가 탓하지 말고 돈 없으면 싼 거 사라는 것 같다’는 내용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이 생각난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게시된 ‘경제직업탐방’ 카드뉴스도 도마에 올랐다. 해당 게시글은 ‘대안화폐전문가’를 각광 받는 직업으로 소개했는데, 암호화폐 시세 하락 이후 ‘빚투(빚내서 투자)’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고려하지 못한 ‘정부부처로서 부적절한 글’이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기획재정부가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공식 SNS 계정에 올린 게시물들. 각 SNS 갈무리

기획재정부가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공식 SNS 계정에 올린 게시물들. 각 SNS 갈무리

전문가들은 “기재부 SNS에 쏟아지는 비난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 기저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 광고 전문가는 “현재 논란 중인 카드뉴스들은 새로운 경제 개념을 소개한다는 취지에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다”며 “다른 때였다면 큰 관심도, 논란도 없이 지나갔을 콘텐츠”라고 했다. 그는 “다만 현재 경제 상황이 워낙 좋지 않고, 정부 정책 기조에 대한 불신이 큰 탓에 작은 뉘앙스 차이에도 사람들이 크게 반응하고 분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월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단을 만나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을 두고 “악화된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서민들에게 전가하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직장인 A씨는 “단순히 카드뉴스 내용만 보고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며 “전반적으로 정부에서 하는 걸 보면 뭐든지 서민 탓을 하는 것 같고, 그게 부처 SNS에도 묻어난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침체된 경기에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그런데도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는 식의 메시지가 정부 SNS를 통해 나오니 화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국산품 애용 운동을 벌이거나 소비에 대해 훈수를 두던 시대는 지났다”며 “서민들의 생활을 돌아보고,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에서 쏟는 노력 등에 대해 좀 더 친절히 설명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