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찰청 인권위원들 “집회 강경 진압 기조는 역사적 퇴행”
“백남기 농민 사망 벌써 잊었나…무조건 통제는 왜곡된 인식”
과도한 경찰력 행사에 제동을 걸어온 전임 경찰청 인권위원들이 윤석열 정부의 집회·시위 강경 진압 기조를 두고 “역사적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서 “전 정부가 경찰권 발동을 포기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선 “경찰의 역할을 완전히 잘못 알고 있다”고 했다.
문경란 전 경찰청 인권위원장(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은 이날 통화에서 “경찰권은 집회·시위를 통제하라고 존재하는 게 아니라 헌법적 권리를 최대한 안전하게 보장하라고 존재한다”며 “대통령은 (건설노조 집회에 대해) 자꾸 불법, 불법 하는데 대체 뭐가 불법이라는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대규모 집회가 시민 불편을 야기했을지는 모르지만,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 침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윤 대통령은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국가와 경찰의 역할을 완전히 잘못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규 전 경찰청 인권위원(이주민법률지원센터 모모 변호사)은 “집회·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은 정치권에서 사회적 갈등을 풀지 못하고 물리력에 의한 해결로 떠넘긴 ‘정치 실패’의 결과”라며 “사회적 갈등을 풀 의사가 없고 풀 능력도 없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했다. 또 “집회·시위는 헌법이 아주 강하게 보장하는 권리인데, 이것을 마치 통제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건 왜곡된 인식”이라고 했다.
오동석 전 경찰청 인권위원(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노동조합을 찍어 누르려고만 하다 보니 이와 같은 언급들이 나오는 것”이라며 “집회·시위를 혐오적 시선, 부정적 시선으로만 보게 하려는 통치 방식”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개천절 집회 때) 광장에 차벽이 설치됐던 것 등을 고려하면 그 당시에도 집회·시위가 제대로 보장됐다고 보기도 어려운데, (경찰력 포기를) 언급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당정이 집회 대응 경찰관에게 형사상 면책권을 주도록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문 전 위원장은 “경찰력 남용으로 인해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게 불과 몇년 전인데 벌써 잊어버렸나”라며 “경찰의 과잉 진압은 집회·시위를 더 과격하게 만들고 오히려 ‘불법 시위’를 더 초래한다”고 했다. 김 전 위원은 “현행 집시법으로도 폭력성 강한 집회는 통제가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