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안전에 위협”…서울국제도서전서 끌려나간 작가들

2023.06.14 21:57

문화예술단체 “블랙리스트 가담 오정희, 홍보대사 웬말” 질타
행사장 진입 중 경호원들 ‘대통령경호법 위반’ 이유 강제 퇴거
김건희 여사 축사에 일부 언론 취재 제한도…과잉 진압 논란

<b>연행당하는 송경동 시인</b>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14일 개막한 2023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에서 송경동 시인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시행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오정희 소설가의 도서전 홍보대사 위촉에 항의하다 행사 관계자들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연행당하는 송경동 시인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14일 개막한 2023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에서 송경동 시인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시행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오정희 소설가의 도서전 홍보대사 위촉에 항의하다 행사 관계자들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시행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이었던 소설가 오정희가 서울국제도서전 홍보 대사로 위촉된 데 대해 문화예술계가 반발하고 있다. 도서전에 앞서 항의 기자회견을 했던 예술인들은 개막식 참석을 제지당하며 강제 퇴거당했다.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블랙리스트이후(준) 등 문화예술단체는 14일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하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의 최대 온상이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핵심 위원으로 있으면서, 헌법에 보장된 표현과 사상, 양심, 출판의 자유 등을 은밀한 방식으로 위법하게 실행하는 데 앞장선 혐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을 위한 위원회’ 조사와 백서 등에 따르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우수문예발간지사업, 주목할만한작가사업 등’에서 사회참여적 예술인으로 지목된 블랙리스트들을 사찰, 검열, 배제하는 데 앞장섰다”고 덧붙였다.

회견 직후 송경동 시인과 정보라 작가를 비롯한 참가자 10여명은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제지당했다.

송 시인은 “저희도 문화예술인이니까 개막식에 참여하러 갔는데 용역깡패 같은 사람들이 가로막더니 갑자기 난입해 저를 강제로 연행해서 끌고갔다”면서 “끌고 나가는 이유를 물었더니 ‘대통령경호법을 위반했다’더라”고 말했다. 개막식에는 김건희 여사가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해 있었다. 송 시인은 “블랙리스트 실행자인 오정희씨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우리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 왜 경호법 위반이 되느냐”고 했다.

정윤희 블랙리스트 이후(준) 디렉터는 “피케팅을 하지 않고 소리도 외치지 않았는데 갑자기 과잉진압이 시작됐다”면서 “본인들이 ‘대통령 경호실’이라고 하면서 ‘VIP 안전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상황을 목격했다는 도서전 참가자 원동일씨(53)는 “순수하게 이뤄지는 도서전에도 문화계가 원하지 않는 인사들이 개입하는 등 정치적인 영향력이 행사된다는 것을 보면서 놀랐다”면서 “예술가들에게 도서전이란 공간에서 강압적으로 물리력이 행사된 것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가 축사를 한다는 이유로 일부 언론의 개막식 취재가 제한되기도 했다. 이민우 뉴스페이퍼 편집장은 “8년간 도서전에 참여하면서 문학전문기자가 개막식장에 진입조차 못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면서 “저를 포함해서 문학기자 6명 정도가 개막식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했다.

경호원에 의해 사진 촬영도 제지당했다는 이 편집장은 “ ‘못 들어가냐’고 물었더니 출협(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가 ‘여사님 가셔야지 갈 수 있다’고 안내했다”면서 “협회는 어느 곳보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곳인데 어떤 기자에게만 취재가 허용되는 것이 맞느냐”고 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당시 분위기를 담은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김건희가 왔고 항의하는 사람 비명 소리가 들린다” “번역원 예산을 줄이면서도 K북이 어쩌니 하더니 도서전마저 이 꼴이 났다” 등의 반응이 게시됐다. 2023 서울 국제도서전 홈페이지에는 “출판과 출판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담는 그릇”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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