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손가락과 싸우는 사이, 여성들은 ‘살해 협박’과 싸웠다

2023.11.28 16:34 입력 2023.11.28 19:55 수정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앞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주관으로 열린 ‘넥슨은 집게 손 억지 논란을 멈춰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효진 기자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넥슨코리아 앞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주관으로 열린 ‘넥슨은 집게 손 억지 논란을 멈춰라’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여성단체가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 검증’(부당한 페미니즘 공격)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참가자들에 대한 살인 예고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넥슨과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집게손가락’에 맞서 싸우는 동안 집회 참가자들은 살해 협박과 싸우고 있다.

28일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30분쯤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 “내일 넥슨 페미X들 모이면 칼부림 할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이날 오전 11시 성남시 넥슨코리아 앞에서 ‘게임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몰이 규탄’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알리자 참석자들에게 칼부림을 하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기자회견 현장에 특공대와 기동대 50여 명을 배치하고 주최 측 신변 보호에 나섰다. 민우회 관계자는 “근처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있었던 만큼 위협이 실재한다 보고 경력을 배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집회에서 제이(활동명) 민우회 활동가는 “칼부림 예고 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고 알고 있다”면서 “페미니스트의 목소리를 위축시키는 행동”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넥슨을 향해 “지극히 자연스러운 손동작이 특정 서사의 아이콘으로 둔갑하고 갑질이 이어졌으며 기업이 이를 승인했다”면서 “설명하기 난감하고 우스꽝스럽지만 그저 웃어넘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넥슨은 지난 26일 ‘메이플스토리’의 여성 캐릭터 엔젤릭버스터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게임 홍보 애니메이션을 비공개 처리했다.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캐릭터가 집게 모양 손가락을 하고 있으며, 외주업체 애니메이터가 의도적으로 ‘남성혐오’ 상징을 넣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넥슨은 공식 사과문을 올리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외주업체도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직원이 퇴사했다고 알렸다.

넥슨의 게임 홍보영상에 남성혐오성 표현이 포함돼 있다는 일부 유저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25일 넥슨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사진은 영상 내 문제가 된 장면 일부

넥슨의 게임 홍보영상에 남성혐오성 표현이 포함돼 있다는 일부 유저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25일 넥슨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사진은 영상 내 문제가 된 장면 일부

‘바람의 나라’와 ‘마비노기’를 즐겨왔다는 한 여성 게이머는 입장문을 통해 “0.1초 사이에 스쳐 지나간 이미지를 보고 직원의 밥줄을 잘랐다”고 했다. 정화인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 노동자지회 사무장은 “넥슨이 자사 성우를 해고한 뒤 수많은 여성 창작자를 해고해왔다”면서 “그들에게만 의미 있는 손가락 모양은 하트 손가락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 동작에 음모론을 더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자기 검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비참하다”면서 “(넥슨이)악성 유저들의 어처구니없는 요구사항을 들어줄 게 아니라 노동자를 보호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넥슨 본사 앞에는 9개의 근조화한이 놓였다. 화환에는 “개인사상 검열 부당해고 규탄한다” “노동법 사망을 애도한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화환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수거됐다.

정치권에서도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공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게임 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열과 억지 남혐 마녀사냥이 도를 넘고 있다”며 “넥슨은 부당한 남혐 몰이에 사과하는 대신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 조장을 단호히 제지했어야 한다”고 적었다.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넥슨코리아 입구 앞에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정효진 기자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넥슨코리아 입구 앞에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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