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폭 소송 불출석’ 권경애 변호사에 5000만원 배상 판결

2024.06.11 11:39 입력 2024.06.11 15:51 수정

권경애 변호사.  권도현 기자

권경애 변호사. 권도현 기자

변호를 맡은 학교폭력 사망자 관련 소송에 여러차례 불출석해 의뢰인이 패소하게 한 권경애 변호사가 유족에게 5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는 11일 고 박주원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을 상대로 낸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공동해서 원고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앞서 이씨는 권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했을 때 예상되는 승소 금액 등 재산상 손해 1억원과 위자료 1억원 등 총 2억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재산상 손해에 대해서는 “(학폭 소송 2심에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1심의 판단을 뒤집기 부족하다”라며 “승소 개연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승패 여부를 떠나 이씨가 받은 정신적 고통을 고려해 위자료 일부(5000만원)를 인정했다. 법무법인 해미르에 대해서는 권 변호사와 연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고 박주원양은 2015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사망했다. 2016년 이씨는 서울시교육감과 학교법인,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학부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권 변호사가 소송 변호를 맡았다. 1심에서 이씨는 가해학생 중 1명의 부모를 상대로 승소했으나 책임을 더 묻겠다며 항소했다.

권 변호사가 2심 변론기일에 세 차례 연속으로 불출석하면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났고, 1심에서 승소한 부분도 원고 패소로 뒤집혔다. 민사소송법은 재판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 권 변호사가 패소 사실을 5개월간 알리지 않으면서 상고도 진행되지 않았고 패소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씨는 지난해 4월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0월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에 총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강제조정했지만 이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제조정은 재판부가 판결하지 않고 원·피고 간 화해 조건을 정해 해결하는 절차다. 조정이 결렬되면서 정식 재판 절차가 다시 진행됐다.

권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재판부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2심 패소 판결을 고지하지 않아 유족들이 상고할 권리를 침해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1심에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에 위배됨 없이 최선을 다해 수임 업무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날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 과정 내내 혼자서 바람벽에 외치고 있는 양상이었다”며 “(법원은) 5000만원을 선고했으니 기존 판례보다 굉장히 큰 금액이라고 말할 거냐”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당연하게 항소할 것이고, 그걸로도 안 되면 대법원까지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지난해 6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변호사법상 성실의무 위반으로 정직 1년 처분을 받아 같은해 8월 확정됐다. 이씨는 “1년 동안 권씨 이름에는 ‘변호사’를 사용하면 안됐지만, 이제는 (‘변호사’가) 붙어도 되는 기간이 시작된다”며 “변호사라는 이름을 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특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 이기철씨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권경애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 이기철씨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권경애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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