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빙자해 핸드폰 개통 후 불법 매매
명의자 2695명 달해…총 3767대 개통
대부업체인 것처럼 속여 소액대출 희망자들에게 이른바 ‘핸드폰깡’을 유도한 일당 157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핸드폰깡’은 핸드폰을 개통해 단말기를 타인에게 넘기고 현금을 받는 것이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6일 대출을 빙자해 핸드폰을 개통하도록 유도한 다음 단말기와 유심을 불법적으로 팔아 넘기는 수법으로 64억원을 챙긴 157명을 붙잡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중 9명은 구속됐다.
일당은 대출 플랫폼에서 소액대출을 원하는 이들을 유인해 핸드폰을 개통하도록 했다. 개통된 핸드폰을 30만~100만원을 주고 넘겨 받아 핸드폰은 장물업자에게 판매하고 유심칩은 보이스피싱·도박·리딩방 등 범죄조직에 유통했다. 개통된 핸드폰을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다.
해당 조직을 통해 휴대폰을 개통한 명의자는 2695명, 개통된 휴대폰 단말기는 총 3767대에 달했다. 명의자 중 63%는 할부금을 연체해 신용불량자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인터넷 대출 플랫폼에 정상적인 대출인 것처럼 광고를 올리고 대출 희망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의심을 피하고자 대부업체로 등록했다. 대출 희망자에게 연락이 오면 상담원들은 “심사 결과 일반 대출은 부결돼 통신상품으로는 진행이 가능하다”며 “중고나라에 핸드폰 공기계를 판매하는 걸 저희 쪽에 직거래로 파시고 먼저 금액을 받아본다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130만~250만원 상당의 최신 핸드폰을 할부로 개통하도록 유도했다.
경찰은 적발된 인원 중 140명에게 범죄집단 조직·활동죄를 적용했다. 범죄집단 조직죄가 적용된 사건으로는 최대 인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총책 A씨 등은 157명을 상담원·개통기사·조회업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등 조직적으로 운영했다. A씨는 행동지침을 정해 상담원들을 교육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휴대폰 공기계를 매입한 매입업자·명의자의 휴대폰 개통 여부를 확인해 수수료를 취한 조회업자·휴대폰 판매점 업주 등 17명은 공범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9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범행을 이어왔다. 이들은 상담원과 기사 등 범행에 가담할 이들을 잡코리아, 알바천국 등을 통해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음료를 먹여 부모에게 돈을 뜯어내려 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에 이용된 불법 유심 출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실체를 파악했다. 이들을 통해 유통된 불법유심 중 172개가 보이스피싱·불법리딩방 등 사기 범죄에 이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휴대폰깡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급박한 사정과 할부 중심의 이동 통신 서비스를 악용하는 범죄”라며 “대출을 신청했을 때 휴대폰 개통을 유도한다면 무조건 범죄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