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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민영화 문건’ 만든 국정원 요원 “이진숙 만나 식사·정보수집”

2024.07.23 16:03 입력 2024.07.23 16:15 수정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2일 국회 정문 앞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2일 국회 정문 앞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10년 MBC 홍보국장 재직 당시 MBC 담당 국가정보원 정보수집관을 만나 식사를 하고 정보 수집에 응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후보자 등 MBC 보직 간부들이 제공한 정보가 당시 국정원 작성 ‘MBC 민영화 방안과 연예인·방송 제작자 블랙리스트’ 문건 토대로 활용된 것이다.

23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2017~2018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사찰 등 수사기록을 보면 MBC 담당 국정원 정보원 A씨는 검찰 수사에서 정보 제공자들 이름과 횟수를 밝혔다. 그는 “이진숙 1회”라며 “식사를 하고 정보를 수집했던 기억이 난다”고 진술했다. A씨는 2009~2011년 MBC를 담당한 국정원 요원으로서 2017년 국정원 불법사찰 수사의 핵심 피의자였다.

A씨는 검찰이 ‘당신이 만나서 정보를 수집한 사람을 말해달라’고 하자 이같이 답했다. A씨는 “김재철 2회, 전모씨 다수, 안광한 4회, 권재홍 5회, 김장겸 3회” 등 당시 김재철 사장 체제 MBC의 주요 인사들 이름을 이 후보자와 함께 거론했다.

A씨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국정원은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MBC 장악 문건)’을 작성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문건은 민감한 내용, 특히 평직원이나 진보 성향의 사람이 봤을 때 크게 문제 삼을 만한 내용이 많았다”며 “간부급 중 보수적이고 김재철의 측근인 사람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A씨는 연예인 성향을 분류하거나 MBC 간부·PD를 사찰한 문건에 대해서도 “누가 좌경향 연예인인지 등을 확인하려면 아무래도 고위직을 만나야 해 사장·부사장·기조실장·본부장·국장들을 만나려 했다”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관해 인사청문 서면답변서에서 “당시 국정원의 문건에 대하여 알지 못했으며, 추후 언론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2017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사찰 등 수사기록에 담긴 MBC 간부 전모씨의 피의자 신문조서.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7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사찰 등 수사기록에 담긴 MBC 간부 전모씨의 피의자 신문조서.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후보자가 2017년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이던 김 전 사장, MBC 간부 전모씨와 통화를 하거나 통화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전씨는 국정원에 MBC 관련 정보를 제공해 MBC 장악 문건 작성을 돕고 국정원 요청사항을 김 전 사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핵심 인물이다. 당시 검찰은 전씨에게 ‘이진숙 사장이 피의자에게 전화할 이유가 있냐’며 통화 의도를 물었다. 이에 전씨는 “저와 김재철, 이진숙 사장은 모두 친한 관계”라고 진술했다.

2017년 10월 전씨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후 김 전 사장은 전씨에게 전화해 검찰 수사 상황을 물었다. 전씨는 전화를 끊고 자신의 운전기사 B씨 전화로 김 전 사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검찰 수사 내용을 설명했다.

보름 뒤인 2017년 11월1일 오전 11시쯤 당시 대전 MBC 사장이었던 이 후보자도 B씨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씨는 검찰 수사에서 “김재철과의 만남을 거절한 이후 전화가 왔으니, 김재철로부터 부탁을 받고 전화했을 수 있어서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재철 사장이 전화해 만나자는 것은 당연히 검찰 조사 내용을 들어보고, 자신의 조사를 대비하고 필요한 알리바이를 만들거나, 저를 설득해서 진술을 바꾸게 할 것이 뻔한데 제가 무슨 오해를 받으려고 위험을 감수하나”라고 말했다. 전씨는 “검찰 조사 이후 김 사장을 만난 사실이 없다”면서 “그래서 일부러 이진숙 전화도 콜백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 후보자가 전씨가 아닌 운전기사 B씨에게 전화한 것은 전씨에게 전화를 건 기록이 남을 경우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당시 이 후보자는 김 전 사장과 통화한 후 B씨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전씨에게는 한 차례도 전화를 직접 걸지 않았다. MBC 주요 간부 간의 통화가 운전기사 전화기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당시 검찰이 전씨를 불러 조사한 전후로 김 전 사장, 백종문 부사장 등이 휴대전화를 파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전씨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건 이유 등에 관한 경향신문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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