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면세점들이 고객이 없는 오픈 전이나 마감 후 에어컨을 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노동자들이 더위에 고충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와 일하는시민연구소가 백화점·면세점 노동자 336명을 대상으로 최근 진행한 ‘매장 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백화점 노동자(296명) 66.2%가 ‘백화점이 오픈 직전까지 냉방기를 작동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마감시간 이후 냉방기를 작동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83.8%에 달했다.
면세점 노동자(40명)들은 37.5%가 ‘면세점이 오픈 직전까지 냉방기를 작동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마감시간 이후 냉방기를 작동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7.5%로 나타났다.
영업시간 중에 냉방기가 중단되는 경우도 백화점 노동자의 31.8%, 면세점 노동자의 17.5%가 경험했다.
노조는 “백화점과 면세점에 들어오는 고객들만 더위에서 보호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물건 배치, 매장 정돈, 정산 및 재고 확인 등 신체를 많이 움직여야 하는 시간은 영업시간 전후인데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완전히 방치하는 조처”라고 했다.
‘매장 운영시간에 적정온도가 유지되지 않아 직원들과 고객들이 힘들어한다’는 응답은 백화점 노동자에서 54.4%, 면세점 노동자에서 57.5%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은 매장 외 업무공간의 냉방 문제도 크다고 했다. 물품창고의 냉방 문제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백화점 노동자에서 60.5%, 면세점 노동자에서 25.0%를 기록했다. 직원 통로 등 이동공간의 냉방 문제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백화점 노동자에서 44.9%, 면세점 노동자에서 22.5%였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일한다고 밝힌 A씨는 “고객만 사람인지, 모든 창고에 에어컨을 안 틀어줘서 창고 정리하는 날에는 땀이 너무 난다”고 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일한다는 B씨는 “지하창고는 4계절 내내 가는 곳인데 여름엔 10분만 다녀와도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덥고 습하고 괴롭다”고 했다.
노조는 “어느 회사도 한여름, 직원이 가장 몸을 많이 움직이면서 일할 시간에 에어컨을 꺼버리지는 않는다”며 “최고온도가 35도에 육박하는 이 날씨에 적정온도를 유지하지 않는 건 노동안전에 대한 인식을 의심케 한다”고 했다.
판매 직원 대다수가 하청업체 소속인 노조는 ‘백화점·면세점 원청을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로 인정하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지난해 노동위원회에 백화점·면세점 7개사(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JDC면세점)의 교섭 거부 관련 진정을 제기했는데, 지노위와 중노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행정소송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