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은 무엇?…‘이재용 불법승계’ 의혹 수사 촉발

2024.08.14 17:57 입력 2024.08.14 18:04 수정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중 하나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연관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도 닿아 있다.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최대한 높여야 했는데,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벌어졌다는 게 의혹의 주요 내용이다.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2014년 5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쓰러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듬해 5월 삼성그룹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흡수합병을 발표했다. 당시 제일모직 최대주주는 이 회장(23.23%)이었다. 제일모직 가치가 높을수록 이 회장은 더 많은 지분을 갖게 돼 경영권 승계가 유리한 구조였다.

양사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1’ 대 ‘삼성물산 0.35’로 결정됐다. 삼성물산 주식 1주의 가치가 제일모직 주식 0.35주에 해당한다는 뜻이었다. 시장에선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때문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을 비롯한 삼성물산 주주들은 합병 반대에 나섰다. 하지만 삼성물산 주요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찬성해 합병이 가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에게 지시해 국민연금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제일모직 고평가 기반

제일모직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에는 ‘삼성바이오-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설립이 있었다. 삼성바이오는 2011년 설립됐는데 제일모직이 최대주주였다. 삼성바이오는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합작계약을 맺고 이듬해 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는 최대주주로서 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는 2014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바이오젠은 지배기업과의 주주 간 약정에 따라 종속기업인 에피스 지분을 49.9%까지 매입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보유하고 있다”고 처음 밝혔다. 콜옵션은 회계상 금융부채에 해당해 그 가치를 평가해 부채로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는 2012~2014회계연도 각 재무제표에 콜옵션 등에 대한 공시를 하지 않았다. 콜옵션을 포함해 가치를 평가하면 자본잠식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9월 이후에야 에피스를 ‘종속기업’(지배사)이 아닌 ‘관계기업’(관계사)으로 보고 회계처리를 재조정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후였다.

지분가치를 시장가격(공정가치)으로 재평가하면서 삼성바이오의 회계장부상 에피스 가치는 3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콜옵션 부채 1조80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4조5000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와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이 같은 가치평가가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봤다. 삼성그룹이 이 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해 삼성바이오 자산을 크게 부풀려 재무상태를 고의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 가치 재평가 회계처리 시점 ‘쟁점’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와 관련해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단독지배했다고 보고 작성한 제무제표는 재량권 범위에 있어 증선위 처분에는 이유가 있다”고 판시하면서도 “삼성물산 합병 이후 진행한 회계처리 시점은 삼성바이오에 주어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승계 과정 등에 대한 재판에서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고의성이 없고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모두 무죄로 선고했다.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회장 승계 작업에 관한 사건 수사를 이끈 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였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다. 이 시기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2020년 9월 수사를 마무리 짓고 재판에 넘긴 사람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였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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