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소속 노동자 2명이 서울 지하철 구로역에서 야간 작업 중 숨진 사고 당시 선로점검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은 이 때문에 사고 당시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영상이 기록되지 않았다고 유족들에게 설명했다. 당국은 차량 파손 등으로 인해 기록이 훼손되거나 지워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차량이 운행하면 작동하도록 돼 있는 블랙박스에 사고 당시 장면이 남아있지 않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지난 14일 저녁 사고로 숨진 정모씨 빈소를 방문해 유족들에게 “선로점검차량 블랙박스가 금천구청을 통과한 이후 녹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사장 등 사측은 “(블랙박스를 조사한)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기록을 조작하거나 손댄 흔적은 없다’라고 전해왔다”며 “녹화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코레일 설명에 따르면 사고가 난 선로점검차에는 2대의 블랙박스 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각각 시스템 촬영용과 주행 촬영용이다. 사측은 사고를 당한 정씨 등이 타고 있던 모터카에도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었다고 유족에게 설명했다. 모터카와 충돌한 선로점검차는 작업을 마친 상태라 시스템 촬영용 블랙박스가 꺼져 있었다. 다만 주행 촬영용 블랙박스는 정상 작동해야 했으나 기록이 남지 않았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도 선로점검차가 금천구청역을 통과한 이후 주행 촬영용 블랙박스에 녹화된 내용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정씨 유족들은 사측이 앞서 “선로점검차 블랙박스를 복원 중이며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로점검차 블랙박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 기대는 무산됐다. 사측은 사망한 노동자들이 타고 있던 모터카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유족들에게 알렸다. 유족 A씨는 “코레일은 (선로점검차) 블랙박스가 기록되지 않았다는 사실, 모터카에 블랙박스가 있다는 사실 등을 아예 말하지 않거나 뒤늦게 알려줬다”며 “‘왜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변호사를 선임하면 알려주려 했다’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한 사장이 빈소를 방문한 것은 사실”이라며 “설명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갔으나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오전 2시21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9번 승강장 인근 선로에서 선로 위 전차선을 보수 작업 중이던 모터카가 옆 선로를 점검하던 차량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모터카에서 작업 중이던 코레일 소속 30대 노동자 2명이 숨졌고 1명은 치료 중이다.
당시 현장 소통 상황을 기록한 녹취록과 작업계획서 등을 보면 사고는 선로점검열차가 금천구청역을 출발한 지 6분여 만에 발생했다. 모터카와 선로점검열차가 사전에 소통한 기록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