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은 폭염의 열기로 후끈거렸다.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대통령이 참석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가 열렸다. 광장 주변 좁은 도로에는 경찰 차량과 경호 차량 등으로 가득 차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광화문사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주최의 광복절 범국민 총궐기 대회가 열려 인파로 가득 찼다.
오전 11시,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는 특이한 1인 시위가 펼쳐졌다. 흰 저고리를 차려입은 백발의 여성이 검은색 천에 흰색 글씨가 써진 만장의 깃대를 하염없이 흔들었다. 만장에는 ‘장군님 미안!’이라고 쓰여 있었다. 만장 깃대를 흔드는 주인공은 양혜경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었다. 양 이사장은 민속학자인 고 심우성(1934~2018) 선생으로부터 ‘넋전춤’을 전수받은 춤꾼이다. 2014년 출범한 여성항일운동기념사업회는 우리 사회에서 거의 잊혔던 여성 항일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하고 기억하는 사업을 벌여오고 있다. 양 이사장이 이날 1인 행위극을 펼친 이유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을 둘러싼 ‘뉴라이트’ 논란으로 두 개로 나뉘어 진행된 초유의 광복절 기념식을 비판하는 의미였다.
이날 광복절 기념식은 두 개로 쪼개졌다. 11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정부 주최 경축식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되었고 같은 시간 광복회 등 56개 독립운동단체연합은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따로 기념식을 열었다. 광복절에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기념식이 따로 열린 것은 1965년 광복회가 창설된 이래 처음이다.
양 이사장은 광장의 뜨거운 열기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1시간가량 만장을 흔드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경찰은 자유통일당 집회참가자들과의 충돌을 염려해 양 이사장의 퍼포먼스를 만류했다. 실제로 양 이사장 주변에는 자유통일당 집회 참가자들이 몰려 퍼포먼스의 의도를 비판하며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양 이사장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예정했던 1시간 동안의 윤석열 정부 비판 1인 행위극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