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8월 26일
한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신문에서 전쟁사진을 본다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뉴스가 크고, 소위 그림이 된다는 게 1면 사진의 충분한 조건일까. 전쟁사진이 흔한 시대가 됐습니다. 너무 익숙해지기도 했습니다. 곳곳에서 미사일과 로켓, 드론이 터집니다. 죽음과 죽음의 문턱에 있는 사람들과 슬퍼하는 이들의 사진을 숱하게 목격합니다. 먼 곳의 일이라 덤덤해지는 걸까요, 너무 자주 봐서 무감해지는 걸까요.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계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래 최대 규모의 공격을 주고 받았습니다. 관련 사진들이 외신사진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 장면들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종군기자들을 상상합니다. 전쟁사진을 남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이 사진이 전쟁을 멈추게 하는 데에 얼만큼의 도움이 될까요. 그저 중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 사진은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에까지 이릅니다. 너무 왔나요? 이스라엘군의 미사일에 격추되는 레바논 헤즈볼라 드론사진이 월요일자 1면 사진입니다.
■8월 27일
전날 ‘중동전쟁’ 사진을 썼기 때문에 외신사진을 뒤지다가 시선을 붙드는 두 장의 울음 사진은 ‘내 마음속 1면’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신문이 선택한 이날의 톱기사는 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임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의 신임 이사 6명에 대한 임명 효력을 정지했다는 뉴스였습니다. 관련 사진을 확실한 1면 사진이라 믿고 기다렸습니다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보도(신문)사진의 가장 완성된(?) 형태는 뉴스 가치와 사진적 완성도가 어우러질 때입니다. 어느 쪽에 무게를 싣느냐에 따라 사진 선택은 달라질 수 있지요. 결구 마음에 두었던 두 장의 울음 사진을 나란히 썼습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진 가자지구 희생자 장례식에서 울음을 터뜨린 아이와 헤즈볼라 공격에 숨진 동료의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어린 군인의 사진입니다. 전날 쓴 전쟁의 장면보다 이 사진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조금은 움직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8월 28일
사진을 담당하는 부서에 있다 보니, 연일 기사화가 되는 이슈는 있는데 사진이 없으면 조금 초조해집니다. 어떤 경우는 차라리 사진을 만들면 속 편하겠다 싶다가도, 취재보도의 윤리라는 자기검열의 벽을 넘지 못하지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성착취물 제작·유포로 인한 공포가 한국 사회를 뒤덮고 있습니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 군대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며칠째 뉴스는 이어지고 있는데 어떤 사진이 있을까 답 없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한 정당의 딥페이크 관련 기자회견 일정이 파악됐습니다. 뉴스의 심각성은 차치하더라도 회견 자체가 참 반가웠습니다. 딥페이크 범죄물에 관대한 법원이라는 기사에 물리는 1면 사진은 경찰의 강력한 단속을 촉구하는 진보당의 회견이었습니다.
■8월 29일
국회 본회의 모습은 매번 비슷하게 반복됩니다.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간호법이 2005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19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의원 표결 찬반을 나타내는 전광판 그래프보다는 방청석에서 감격에 겨워하는 간호사들의 표정에 주목하게 됩니다.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특별법을 촉구하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채 상병 특검법을 요구하는 해병대원들이 감격에 겨워하거나 울분을 토하기도 했지요. 전광판의 냉랭하고 설명적인 숫자와 그래프보다는 표정이 더 사진적이라는 건 말해 뭐하겠습니까. 이날 본회의는 22대 국회에 들어와 ‘처음으로’ 고성과 퇴장 없이 여야 합의를 거쳐 법안들이 통과됐습니다. 신문은 ‘처음’을 참 좋아합니다. ‘처음’ ‘첫’ ‘최초’가 붙으면 1면 기사(사진)의 냄새가 난다고 보면 됩니다.
■8월 30일
‘아시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므로 하루 일정을 짜면서 ‘1면 사진의 향기’를 맡았습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2030년까지만 ‘온실가스 감축목표 비율’을 규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등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습니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계획이 부족하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법적으로 인정한 겁니다.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나온 법원 결정입니다. 헌재의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세 번째’ 기자회견이 1면 사진으로 유력했더랬습니다. 달라진 게 없는 대통령의 ‘세 번째’ 기자회견보다는, ‘아시아 첫’ 기후소송 승소에 더 무게가 실렸습니다. 1면 사진은 헌재 판결 이후 기후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이 입장을 밝히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