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9월 2일
여야 대표회담이 열렸습니다. 그것도 일이 많지 않은 일요일에 말입니다. 아마도 모든 신문의 월요일자 1면 사진을 장식할 테지요. 국회의 별다른 일정이 없는 날이어서 대표회담을 부각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이었지요. 이 뻔하고 상투적인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비록 카메라를 향한 포즈일지라도 ‘이 악수가 그리도 어려웠나’ 싶었습니다. 22대 국회 들어 드물게 보기 좋은 장면이었지요. 치열하게 잘 싸우고 또 쿨하게 잘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주요 일간지들이 월요일자 1면에 열외 없이 여야 대표회담사진을 실었습니다.
■9월 3일
22대 국회 임기 시작 95일 만에 개원식이 열렸습니다. 지난 7월 윤 대통령이 야당의 대통령 탄핵 청원 관련 청문회에 반발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개원식은 미뤄졌지요. 이날 개원 행사에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개원 연설을 하지 않은 유일한 개원식이었습니다. 대통령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개원식 국회의원 선서부터 본청 앞 기념사진 촬영까지 여러 장의 사진을 1면 후보군에 올려놓고 회의를 했습니다. 기념 촬영 후 여야 의원들이 모처럼 웃고 박수치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1면 사진으로 최종 낙점했습니다.
■9월 4일
응급실 진료 중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불안감은 더해가는데 정부는 “일각에서 표현하시는 것과 같은 응급의료 붕괴에 이르는 상황까지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난 지 6개월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사진기자들은 어렵게 대형병원을 드나들며 의정갈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쫓겨나지 않고 카메라라도 들 수 있으면 다행인 경우가 많습니다.
연일 응급실 이슈가 오르내리는데 어떤 사진이 있을 수 있을까 책상머리에서 답 없는 고민을 합니다. 답은 현장기자의 몫입니다. 4일자 1면 사진은 취재의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발휘된 기자의 ‘섬세한 현장 감각’과 사진기자의 변하지 않는 미덕 ‘기다림’으로 찍은 장면입니다. 뉴스를 이미지로 잘 표현해낸 멋진 사진입니다.
■9월 5일
‘세월 참 빠르다’는 말을 뱉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인 듯한데 그게 1년 전의 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까지 느낍니다. ‘수능 전 마지막 모의평가’라는 것도 꼭 그랬습니다. 지난해 마지막 모의평가 취재 관련 자료를 본 기억이 너무 생생한데 그게 1년이라니요.
수능 관련 사진취재는 참 조심스럽습니다. 교육청에서 취재 지원 학교 두 군데 정도를 지정해주고, 학교당 딱 한 명의 사진기자가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다수의 신문·통신사들이 공유(POOL)하는 식입니다. 1교시 국어 영역 문제지를 나눠줄 때까지만 사진을 찍을 수 있지요. 긴장한 학생들을 자극하지 않고 초상권을 신경쓰면서 최소한의 사진만 찍고 마감합니다. 이날 시험을 치렀다는 증거로서의 사진 이상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몇몇 1면 후보사진이 있었지만, ‘수능’이라는 강력한 단어가 다소 밋밋한 사진을 1면까지 끌어올렸습니다.
■9월 6일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휴대폰 문자가 논란이 됐습니다.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인 최고위원이 휴대폰 문자를 확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특정 환자의 수술을 부탁하는 정황의 문자입니다. 의료공백으로 ‘응급실 뺑뺑이’ 우려가 커지는데 여당의 최고위원이, 게다가 당의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이라는 분의 이런 문자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지요. 인 최고위원은 이미 예정된 수술이었고 환자는 지인이 아니라며 청탁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본회의장에서 찍힌 의원들의 휴대폰 문자가 떠들썩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권성동 의원에게 보낸 ‘이준석 내부 총질’ 문자가 대표적이지요. 회의 중에 야한 사진을 보다 딱 걸린 의원도 있었지요. ‘국회 짬’이 많은 의원들은 의석 뒤 방청석에 자리잡은 사진기자 카메라를 의식합니다. 카메라에 등진 몸 바깥으로 휴대폰을 슬쩍 빼서 ‘난 문자를 보일 테니 당신은 찍으세요’라는 식으로 대놓고 이용하기도 하지요. 이날은 초선인 인 최고위원의 방심이 1면 사진을 만들어 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