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동생이 생기면 자연스레 형님 역할을 하고, 말썽꾸러기가 청소반장 자리라도 맡으면 꽤 어엿해진다. 형님다운 사람만 동생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청소를 제일 잘하는 사람만 청소반장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란 뜻이다.
인권위원장은 약자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고, 가장 민감하게 차별을 느껴야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표하는 자리다. 안창호 신임 인권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및 동성애 반대 등을 표명한 과거 저술·발언이 확인돼 자질 논란이 일었다. 종교적인 이유를 들어 “창조론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권사회단체들은 안 위원장의 혐오 발언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한 상태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안 위원장은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질책과 우려를 성찰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다른 의견들을 경청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의 왼쪽 가슴에는 인권위원회 배지가 달려 있었다. 비둘기와 손 모양의 인권위원회 로고는 다양성과 긍정, 조화와 포용을 상징한다. 아무래도 이 상징의 의미를 모르는 듯한 새 인권위원장이 ‘자리로 인해 만들어진 사람’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