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벌어진 지 2년이 지났지만 스토킹 범죄 피해자의 보호 조치가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발생 후 수사 단계부터 법원의 선고 단계까지 각 기관이 통합적으로 피해자 보호 조치를 관리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법률사무소 진서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2주기를 맞아 피해자를 추모하고 현행 스토킹 범죄 피해자의 보호 조치 개선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열렸다.
피해자 아버지는 심포지엄에 참석해 “아이가 생각날 때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이후에도 유사한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여전히 피해자 보호 조치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빈틈없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작동해 저희와 같은 아픔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벌어진 후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지난 3월 사법정책연구원의 ‘스토킹범죄 재판실무상 쟁점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와 살인 범죄가 경합한 17건의 사건 중 피해자가 이미 경찰에 피고인을 스토킹 행위 등으로 신고했던 경우가 8건에 달했다.
피해자 유족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민고은 변호사는 현행 제도 하에서 사건의 진행 중 피해자 보호 조치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민 변호사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경찰·검찰·법원 단계로 진행되는데 단계와 구분 없이 가해자가 피해자에 접근하면 실질적안 보호 조치는 경찰에서 하고 있다”며 “가해자가 구치소에서 나올 시점 등을 담당 검찰 수사관 등이 통보를 해주면 경찰이 대처하기가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피해자가 처한 위험도를 판단하고 안전조치를 취하는 데에 사용하는 ‘안전조치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의 정확성을 높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체크리스트에는 가해자로부터의 폭행과 협박 여부 등을 묻게 되어 있다. 민 변호사는 “체크리스트 문항 중 몇 개가 표시됐을 때 실제로 재범이 일어나는지 등의 사례를 축적해 정확성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2년 9월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역무원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전주환(33)은 평소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었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전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