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수차례 통화하면서 주식매도 상황을 챙긴 녹취록이 상세히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2차 주가조작 작전 시기에 시세조종에 사용된 자신의 계좌를 담당한 증권사 직원과 통화한 내용이다. 해당 녹취록은 1심 판결문엔 들어가지 않았던 내용으로 ‘전주’ 역할을 한 김 여사의 역할을 짐작하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13일 경향신문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김 여사는 2차 작전 때 시세조종에 동원된 자신의 대신증권 계좌 담당 직원과 두 차례 통화했다. 2010년 10월28일과 같은 해 11월1일에 이뤄진 통화 내역으로, 판결문으로 공개된 건 처음이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28일 증권사 직원에게 “나머지 금액이 어떻게 되냐고요. 지금 판 금액이요”라고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도 상황을 직접 물었다. 해당 직원은 “(주당) 3100원입니다”라고 답변했다.
같은 해 11월1일에는 증권사 직원이 “방금 그 도이치모터스 8만주, 다 매도됐습니다”라고 했고, 이에 김 여사는 “아, 예 알겠습니다”고 답했다. 실제 매도주문이 이뤄졌는데, 이 시기는 ‘주포(주가조작 실행 역할)’ 김모씨가 같은 날 오전 11시22분쯤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회사 블랙펄인베스트 임원에게 “3300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메시지에 이어 20여분 뒤 “매도하라 하셈”이라고 연락을 취한 직후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 이름으로 된 대신증권 계좌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관여하에 거래가 이뤄지고, 증권사 담당자는 그 지시에 따라 주문 제출만 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김건희가 그 후 거래 결과 및 금액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거나 증권사 담당자가 김건희에게 사후보고를 하고 있을 뿐이고, 김건희로부터 일임받은 증권사 담당자가 자신의 판단으로 주식거래를 하는 내용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신증권 계좌를 포함해 김 여사 이름으로 된 계좌 3개가 2차 작전시기에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위법한 시세조종이 있던 시기에 김 여사가 직접 매도 상황을 챙긴 통화 녹취록은 ‘전주’ 역할을 한 김 여사가 주가조작 상황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따져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주’ 역할을 하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손모씨에 대해 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판결문에는 손씨의 방조 행위 내용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2차 작전 주포 김씨는 2012년 7월16일과 27일에 연이어 손씨에게 “형님이 도이치 쫌만 잡아 주세요” “형님 한 만주 잡을 수 있어요” 등을 물었다. 이후 같은 해 7월30일 손씨는 김씨에게 “내가 도이치 상 찍었다” 등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확인된다.
재판부는 “손씨는 자신이 직접 운용하는 계좌와 배우자의 증권계좌를 이용해 매수금액 합계 52억6200여원 상당의 도이치 주식 합계 88만9376주를 매수하는 방법으로 김씨 등이 시세조종행위 범행을 용이하게 해 이를 방조했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