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진숙 가처분 신청 인용...‘정족수 7명’ 마비 위기 피했다

2024.10.14 17:41 입력 2024.10.14 21:18 수정

이진숙 “헌재 기능 마비되는 최악 피해 다행”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 8월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 사건 심리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한수빈 기자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 8월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 사건 심리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한수빈 기자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관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14일 받아들였다. 이종석 헌재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3명이 오는 17일 퇴임하는 상황에서 ‘재판관 7명 이상 출석’을 정족수로 규정한 헌재법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킨 것이다.

헌재는 이 위원장이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한 헌재법 23조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면서 본안 결정 전에 해당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낸 신청을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오는 17일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헌재 재판관이 퇴임하는데 후임을 선출할 권한은 국회에 있다. 하지만 여야가 선출 몫을 놓고 논쟁을 벌이면서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면 18일부터는 ‘7명 이상 재판관 출석’이 불가능해 헌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위기였다.

헌재 재판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8일 이 위원장의 탄핵심판 두 번째 변론준비기일에서 문형배 재판관은 다음 달 12일 1차 변론 시작을 예고하면서 “헌재법 23조1항에 따라 변론을 열 수가 없다”며 “청구인(국회)과 피청구인(정부)은 대응 방안이 있나”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 측은 지난 10일 헌재에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냈다.

헌재가 헌재법 조항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안 소송격인 헌법소원은 심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헌재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절차를 제때 진행하지 못해 신청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은 이미 침해된 이후이므로 이를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이는 전원재판부에 계속 중인 다른 사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결국 재판관 궐위(공석)로 인한 불이익을 아무런 책임이 없는 국민이 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헌재 심리는 정족수로 인한 지장을 받지 않게 됐다. 헌재는 이 위원장 탄핵심판 사건 이외에 손준성 검사 탄핵심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회 권한쟁의심판 사건 등의 심리를 하고 있다. 탄핵심판 사건뿐 아니라 다른 모든 사건 심리가 가능해진다.

이번 결정은 국회가 후임 선출을 서두르도록 하는 압박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용된 가처분은 ‘의결정족수’가 아닌 재판 진행을 위한 ‘심리정족수’에 관한 것이어서, 후임 재판관이 신속히 임명되지 않으면 헌재 운영 차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이 위원장 측 대리인인 최창호 변호사는 “국회가 사실상 직무유기를 한 상황”이라며 “헌정 질서가 정지되는 사태를 막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대한민국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 기능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돼 다행”이라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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