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투표용지 만들어주세요.”
헌법 제24조는 선거 참정권에 관한 조항이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온전한 참정권 행사는 그림의 떡이다. 지난 4월 치러진 22대 총선이 대표적이다. 당시 51.7㎝에 달했던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장애인들에게는 투표 진입장벽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비롯한 5곳의 발달장애인 단체 소속 회원들이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그림 투표용지를 통한 발달장애인들의 참정권 보장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발달장애인들은 투표지에 후보자를 인식할 그림 정보가 없어 투표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지체장애인에겐 탁자 높이를 조절해주고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나 돋보기를 제공하듯이 발달장애인에게도 그림 투표용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2022년 1월 국가를 상대로 ‘그림 투표용지를 마련해 달라’는 내용의 차별구제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심 판결은 각하됐다. 2심 선고를 일주일 앞둔 이날 70명의 발달장애인이 직접 그린 그림 탄원서가 법원 앞 삼거리에 내걸렸다. 온전한 투표 참여에 대한 열망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2심 선고는 11월6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