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남산 곤돌라’ 설치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30일 남산 곤돌라 공사를 중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다. 서울시는 즉시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이날 남산에서 케이블카를 운영 중인 한국삭도공업 등이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신청인들은 이 사건 결정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며 “이 사건 결정의 효력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삭도공업은 지난 9월 서울행정법원에 남산 곤돌라 사업 부지에 대한 서울시의 도시시설 변경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냈다.
케이블카의 일종인 곤돌라를 운영하려면 남산에 높이 30m 이상의 중간 지주(철근 기둥)를 설치해야 하는데, 서울시는 이를 위해 대상지의 용도구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바꿨다. 한국삭도공업은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지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즉시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서울시는 법원 결정이 나온 뒤 입장문에서 “이번 인용 결정으로 케이블카 추진에 차질이 발생해 많은 시민과 외국인관광객,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즉시 항고해 시민들이 남산 이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현재 남산 관광버스 통제 등으로 1∼2시간 케이블카 탑승 대기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더 많은 시민이 남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남산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남산예장공원 하부승강장과 남산 정상부까지 832m 구간을 왕복하는 곤돌라 사업을 추진해 왔다. 설치 예정 곤돌라 수는 총 25대로 시간당 최대 1600명을 태울 수 있는 규모다. 서울시는 지난 9월 착공식을 열었다. 오는 11월 본공사를 시작해 1년 뒤 준공한 다음 2026년 봄부터 운행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삭도공업뿐 아니라 환경단체들도 생태계 파괴 우려를 나타내며 반대해 왔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서울시가 세운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본안 소송 확정 판결까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남산 케이블카는 한국삭도공업이 1962년부터 사실상 ‘가족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삭도공업 측은 2016년부터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를 민간 투자사업으로 추진하면 자신들이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이를 거부하고 곤돌라 운영을 서울시설공단에 맡겼다. 이 때문에 한국삭도공업이 곤돌라 설치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남산 케이블카 ‘60년 독점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