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살던 땅을 빼앗긴 원주민 독자님, 드디어 더위가 가시고 여름이 뒷모습을 보이는 듯합니다. 날이 선선해진 틈을 타 주말에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백련산에 산책을 다녀왔어요. 근처에 있는 안산과 인왕산은 ‘등산 초보가 갈만한 산’으로 알려져 몇 차례 가봤지만, 백련산은 처음이었습니다.
백련산은 봉우리에서도 아파트가 빼곡한 도시 풍경이 펼쳐지는 낮은 산이에요. 등산화 없이 편한 운동화를 신고도 오를 수 있지요. 그래도 능선을 따라 걸으면 오래전 자리 잡은 나무와 돌들이 반겨주는, ‘숲다운 숲’이었습니다. 외지인보다는 신발을 벗고 혼자 걷는 주민들이 많은 한적한 공간이에요.
얼마 전, 이 백련산 자락은 파크골프장이 될 뻔한 위기를 넘겼습니다. 주민들이 여러 차례 모여 항의했고, 결국 구청은 계획을 철회했어요.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는 일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복원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있는 숲을 베어내는 일도 여전히 일어납니다. 파크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집을 짓기 위해, 소를 기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서요.
지구에서 가장 큰 숲으로 알려진 아마존에서 불법 벌목과 채굴은 이미 오래된 문제입니다. 얼마 전 브라질 대법원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선명수 기자가 보도했습니다. 3분 분량의 기사를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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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대법원이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대로 살아온 원주민의 토지 연고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 그동안 원주민은 헌법이 공포된 시점에 땅을 점유하지 않았으면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다. 벌채업자와 광물업자는 이를 이용해 아마존에서 막대한 자원을 착취했다. ☑️ 원주민 인권보호단체 등은 이번 판결이 "원주민의 역사적 승리"이며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한 세계의 승리"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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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 원주민 권리 인정 2023.09.22. 선명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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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원주민의 토지 연고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원주민들이 환호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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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대법원 앞에서 ‘조상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곳에 모인 아마존 원주민들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대로 살아온 원주민의 토지 연고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마존 원주민들은 “역사적 판결”이라며 “우리 조상들의 영혼이 우리가 땅을 지키게 했다”고 반겼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헌법 231조의 이른바 ‘시기 제한 프레임(Marco Temporal)’ 쟁점에 대한 심판에서 법관 9대 2의 의견으로 원주민 측 청구를 인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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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카야포 원주민들이 토지 연고 권한의 적용 시점을 둘러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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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이어진 법적 다툼의 핵심은 원주민들의 토지 연고 권한을 어느 시점부터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브라질 헌법 231조는 “원주민들의 사회 조직, 관습, 언어, 신념 및 전통, 그들이 전통적으로 점유한 땅에 대한 원래의 권리를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1988년 10월5일 헌법이 공포될 당시 원주민이 점유하거나 법적으로 분쟁 중이던 영토에만 원주민의 점유·사용청구권이 부여된다고 해석돼 왔다. 아마존 개발업자들은 이를 근거로 아마존에서 막대한 규모의 삼림 벌채와 광물 채굴 등을 진행해 원주민 공동체와 갈등을 빚어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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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원주민의 토지 연고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원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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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을 ‘1988년 10월5일’이라는 특정한 날짜에 점유하고 있었는지 여부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해 왔다. 조상 대대로 살아왔더라도 해당 날짜에 공식적으로 ‘우리 땅’임을 주장하지 못했다면 그 권리를 인정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울러 군사정부 시기(1964~1985년) 수많은 원주민들이 머물던 땅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인구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에는 160만명의 원주민이 있으며, 그 중 절반은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 등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에 거주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이날 판결은 아마존 개발의 근거가 된 ‘시기 제한 프레임’ 해석을 뒤집는 조치로 평가받는다. 인용 의견을 낸 카르멘 루시아 대법관은 “우리는 5세기 역사 동안 학살과 억압을 당해온 원주민의 존엄성을 살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우리 모두는 브라질 사회가 원주민에게 지고 있는, 갚을 수 없는 빚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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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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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인권보호단체 서바이벌인터내셔널의 피오나 왓슨은 “이 판결은 브라질 원주민에게는 중대한 역사적 승리이며, 로비를 벌여온 개발 기업에게는 엄청난 패배”라며 “동시에 이는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원주민 공동체 지도자들도 대법원 판결이 개발업자의 열대우림 훼손과 토지 수탈을 막기 위해 원주민들이 낸 300여건의 토지 인정 청구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반겼다. 이번 판결에 따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정부의 아마존 열대우림과 원주민 보호 정책은 더 힘을 얻게 됐다. 앞서 룰라 대통령은 지난 4월 원주민 토지 경계 설정 법령에 서명하며 “숲의 수호자인 원주민의 권리 보장은 아마존 보호와 직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브라질 의회에는 원주민의 토지 연고권을 제한하는 법안이 심의 중인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룰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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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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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8개 국가와 1개 자치령에 걸쳐있지만, 면적의 60%는 브라질에 속합니다. 이 때문에 브라질 정부 기조에 따라 아마존의 운명이 향하는 곳도 달라지곤 했습니다. 아마존 파괴는 지난 정부 때 급격히 가속했습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사업가들로부터 로비를 받으며 아마존 보호에 손을 놨습니다.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이 조성한 ‘아마존 보호기금’ 운용을 중단시키고 불법 벌목업자들에 대해 제재도 하지 않았어요. 환경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원주민 보호도 줄이며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해마다 아마존 벌채는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 기능을 잃고 있다는 연구도 몇 년 전 나왔습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곧 나무가 자라지 않는 초원(사바나)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경고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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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당시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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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다시 취임하면서 아마존의 미래는 또 다시 갈림길에 섰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불법 벌목이나 채굴을 “유예 없이” 단속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정부가 경제성장을 이유로 산림 벌채를 허용해 온 것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죠. 아마존에는 수십만 명의 원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대를 이어 열대우림에서 살며 숲을 지켜왔습니다. 이들이 무장한 불법 벌목꾼과 대치하다 살해당하는 일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원주민의 영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힘쓰고 있습니다. “아마존 삼림 벌채를 완전히 소탕하기 위해서 숲의 수호자로서의 원주민이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원주민의 문제, 브라질의 문제이면서 지구의 문제이기도 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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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적발된 불법 벌목 현장. 브라질 자원환경청(IBAM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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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에 돈이 필요한 게 아니다. 자연에게 돈이 필요하다”며 아마존 보호를 위해 국가 간 협력을 강조합니다. 지난 8월 브라질 벨렝에 모인 아마존 협력조약기구(ACTO) 8개 회원국 등은 삼림의 효과를 누리는 국가들이 삼림 보존 비용을 지급하도록 자금 조달을 촉구했어요. 선진국들이 매년 1000억 달러의 기후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데에 우려를 표했죠. 아마존 보호를 위한 재정적 부담을 브라질 등에만 맡겨두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역대 브라질 대통령은 경제성장을 위해 아마존을 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아마존 파괴를 우려하는 세계의 우려를 두고 “주권침해”라고 반박한 배경입니다. 아마존에서 베어진 나무도, 나무가 베어진 땅에서 자랄 작물이나 키워질 소들도 모두 '돈'이 됩니다. 성장을 원하는 국가에 더이상 환경을 파괴하지 말라고 요구하기 위해, 세계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요. 분명한 것은 이 문제가 한국과 동떨어진 사안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해 말 당선인 자격으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한 룰라 대통령의 말로 레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맞서 싸우는 일은 가난 퇴치나 평등한 세계 구축과 분리할 수 없다. 세계에는 기후 문제에 대한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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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서울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열렸습니다. 3만5000여명의 시민이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정부를 비판했어요. 행진 인원은 "기후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등 5가지를 요구했습니다. 김기범·강한들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에코사이드(ecocide)는 환경(eco)와 집단학살(genocide)의 합성어입니다. 지구 생태계에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악영향을 불러오는 파괴행위를 말합니다. 프랑스, 우크라이나, 러시아, 베트남 등 세계 곳곳에서 에코사이드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이 도입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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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밥상토크용 점선면을 드려요 점선면팀은 매주 수요일 하나의 이슈를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레터를 보내드리고 있어요. 지난 2월8일부터 9월20일까지 독자님과 함께 우리 사회를 달군 28개 이슈의 요모조모를 살펴보고, 관점을 다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는 9월27일도 수요일 점선면을 보내드리는 날인데요! 다만, 이날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그동안 다룬 이슈를 되짚어 보는 💌스페셜 점선면💌을 보내드려요. 추석 밥상에 오랜만에 둘러앉은 가족과 이야깃거리 삼아, 먼거리 이동하시는 틈틈이, 혹은 집에만 머무르신다면 시간 보낼 겸 열어보실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점선면팀은 9월28일~10월3일 연휴에 더해 10월4일까지 쉬고요, 10월5일 점선면Lite부터 알찬 내용으로 다시 찾아뵐게요! 아래 정리한 일정 참고 부탁드려요. 🗓️ 추석 전후 점선면 발행 일정 ✔️ 9월27일 스페셜 점선면 ✔️ 9월28일~10월4일 휴재 ✔️ 10월5일 점선면Lite 발행 재개 ✔️ 10월11일 수요일 점선면 발행 재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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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위 '먹방'이라는 TV 프로그램들에서도 토막 난 낙지가 꿈틀거리는 것을 보며 싱싱하다고 감탄하고, 살아 움직이는 문어를 뜨거운 탕에 넣으며 신선함을 강조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물고기도 엄연한 생명이고 동물복지의 일환으로 인정되어 매체에서 다루는 방법들도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벌꿀오소리님) 📬 "방어회를 만드는 과정을 찍은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산채로 머리를 맞아 아가미를 날개처럼 벌린 방어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었어요. 그걸 보고 난 후에는 물살이(이렇게는 처음 써봅니다)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동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취급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먹지 말라고도 할 수 없고 안 먹을 수도 없겠지만, 상생을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익명의 독자님) 📝 "지난 9월22일 보내드린 점선면Lite < 춘배도 아픔을 느낀다>에 남겨주신 의견입니다. 어류가 고통받는 모습이 오히려 '싱싱함'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차근차근 일상에서부터 어류와의 상생을 떠올려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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