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Lite] 📊 왜 '쉬었음'? 아무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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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 📊 왜 '쉬었음'? 아무도 모름

6분 2024.08.21

쉬었음 청년실업 취업난 긱노동 청년일자리

2024.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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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객'을 찍은 어느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난 어릴 때부터 매년 올해 감기가 제일 지독하고, 올해 경기가 제일 어렵다는 말을 한 해도 안 빼먹고 들었어요. 그래서 죽었나요? 안 죽었잖아."

감기와 경기에 문제가 없었던 게 아니라, 만성적인 위기에 둔감해진 자신을 탓하는 게 맞을 거예요. '청년' 문제도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숱하게 들었지만, 그럼에도 아직 모르는 청년 이야기가 많습니다. 임지선 기자의 칼럼 읽고 대화 이어갈게요.

모두가 병들었고, 모두가 아픈 청년들

2024. 7. 24. 임지선 기자

20대 청년 태양의 '집'은 지하철 2호선이다. 노숙자가 아니다. 출근길 지하철 객차가 한창 서울 시내를 도는 시각, 그는 전동차에서 잠을 청한다. 차가운 의자 바닥은 침대가 되고 쇠기둥은 베개가 된다. 태양은 밤새 택배회사의 물류창고에서 박스를 내리고 올린다. 여자친구와 구루로 불리는 유튜버에게 사기를 당하고 잠잘 곳조차 없는 20대 청년에게 세상은 딱 '지하철 전동차' 한 자리만 내어준다. 오전에는 '지하철 쪽잠'을 자고 오후에는 오토바이를 탄다. 그는 이 시대가 추켜세우는 긱 노동의 대명사 '배달 라이더'로 변신한다.

동인 '월급사실주의'의 소설 모음집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에 실린 주원규의 '카스트 에이지'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지하철 역사도 아닌 움직이는 전동차에서 매일 '아침 잠'을 자는 20대 청년의 이야기는 적잖이 충격적이다. 소설가 주원규에게 전화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보육원 보호종료를 마치고 사회에 나온 스무 살 청년에게 들은 이야기예요. 우리는 제도권 안에서 좌절을 겪는 20대만 이야기하지만 저들은 '제도권'이라는 전제조차 없어요. 소외 중에서도 소외를 경험하는 이들이죠."

채용박람회 현장에 붙은 채용공고문을 읽는 사람들. 권도현 기자

최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를 보면서, 오늘도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잠을 청할지 모르는 청년 '태양'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올해 15~29세 청년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절반을 겨우 넘었다. 50.3%로 1년 사이 0.2% 감소했다. 청년 취업자는 1년 전보다 줄었고, 실업자는 증가했다. 고용률은 0.7%포인트 떨어졌다.

암울한 지표는 들여다볼수록 더 캄캄해진다. 대졸 이상 구직자는 첫번째 직장을 구하는 데까지 8개월가량 걸리고, 고졸 이하 구직자는 1년5개월가량 걸린다. 고졸 이하 구직자들은 일자리를 얻기까지 두 배의 시간을 더 견뎌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의 비중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첫 직장에서 100만원 이하 월급을 받는 경우는 13.7%로 1년 전보다 0.7% 늘었다. 소설 속 '태양'은 그나마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니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청년 일자리 문제만큼 고차원의 방정식도 없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미스매치'라는 말로 치부하기에는 입체적이다. 계급과 학력, 젠더, 수도권·지역 격차 잣대까지 더해지면 단번에 풀리지 않는 함수가 됐다. 부모의 소득 차이가 학력 격차로 나타난다. 여기서 첫 진입장벽은 형성된다. 취업시장의 성별 격차를 고려하고,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 지역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란 요원하다. 소외의 소외가 발생하는 대목이다.

절망이 이어지면 다 포기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6월 고용통계에서 비경제활동인구 중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4만명 늘었다. 모든 세대 중 청년이 '쉬었음' 증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소설 속 '태양'이 갑자기 '쉬었음'으로 전향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다. 올해 상반기 '그냥 쉬는 대졸자'도 한 달 평균 400만명이 넘었다.

저출생 시대에 인구가 줄어드니 앞으로 일자리 걱정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쉽사리 동의되지 않는다. 지금은 자녀에게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하겠다고 결심이 서는 이들만 아이를 낳는다. 괜찮은 일자리를 향한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흔히 기성세대가 말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이제 시선이 향하는 곳은 정부뿐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구조개혁에 방점을 둔 '역동경제 로드맵'를 발표했다. 일자리 대책 중 벤처 기업 수를 5년 뒤까지 1만개 더 늘리겠다는 내용 말고는 크게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과연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가. 놀라운 건 기획재정부에 이미 '청년정책과'가 있다는 점이다. 인구전략기획부도 신설된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단칼에 해결될 리 없지만 청년의 관점으로 일자리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이런 부서에 힘을 더 기울여야 한다.

5년 전 출간된 <청년현재사>라는 책이 있다. 청년 담론을 청년 스스로 말해보겠다는 책이다. 이들은 "모두가 병들었지만 아무도 아프지 않은, 그런 청년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책이 나온 지 10년이 지나, 그러니까 5년 뒤 이렇게 바꿔써야 할지 모른다. "모두가 병들었고, 모두가 아픈 청년들 이야기"라고.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포털에서 '청년 실업'을 검색하면 바로 최신 수치와 그래프가 뜹니다. 그 정도로 청년 실업은 주목하는 현상이며 익숙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일하지 않으면서도 그 통계가 포함하지 않는 수많은 청년도 존재해요. 통계청이 세운 공식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에서 '실업자'는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였던 사람'만 세기 때문입니다.

그 실업자로 세지 않는 청년, 그중에서도 통계청 분류상 '쉬었음' 항목에 꼽는 청년이 최근 통계 사상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쉬었음'은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쉬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 '쉬었음 청년(15~29세)'이 지난 7월 기준 44만3000명. 1년 전보다 4만2000명 늘어 청년 인구 815만명 중 5.4%를 차지합니다. '역대 최대'란 타이틀 아래 요즘 세상은 새삼 이들을 주목하고 있어요.

그 관심이 새삼스럽다고 느끼는 건 이 '쉬었음 청년'이 꽤 익숙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한때 세상은 그들을 '니트(NEET)족'이라고 불렀어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로, 그 어떤 교육도 받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청년을 말합니다. 2000년대만 해도 언론은 이들을 '무위도식', '자발적 취업거부' 등으로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놀고먹는 사람'. '쉬었음 청년'을 자발적 백수와 비슷한 부류로 본 거예요.

하지만, 최근 통계청이 조사한 '쉬었음 인구'는 무척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령대별로 나눠 왜 쉬었는지를 분석하기 시작했거든요. '쉬었음 인구' 중에서도 청년만의 문제를 따로 들여다본 건 아주 최근의 일인 거죠.

그 결과, 15~29세 '쉬었음 청년'이 꼽은 쉰 이유로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일자리가 없어서'가 가장 많았습니다. 10명 중 4명이 이렇게 답했어요. 구직의사가 없다고 이들을 실업률에서 제외했던 것과는 달리 10명 중 6명 이상이 1년 내 구직의사가 있고, 구체적인 구직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이전까지 모든 연령대를 뭉뚱그려 쉰 이유를 조사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맥락이 드러나기 시작한 거예요. 은퇴자가 많은 60세 이상까지 모든 '쉬었음 인구'를 대상으로 쉰 이유를 집계했을 때는 '몸이 좋지 않아서, '퇴직 후 계속 쉬고 있음'이 가장 많았는데, 여기에 가려진 청년만의 쉬는 이유가 나타났습니다. IMF 외환위기 후 '쉬었음 청년' 문제가 고개를 든 지 20여년 만에야 우리 사회는 그들의 얼굴을 똑바로 보기 시작했어요.

이제 겨우 시작된 '쉬었음 청년'의 진짜 이야기. 좀 더 자세한 숫자로 나타난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더 많은 것들이 궁금해졌습니다. '쉬었음 청년' 중 18.2%는 '몸이 좋지 않아서' 쉬었다고 답했습니다. 질환이나 정신·육체적 장애로 일을 하지 않는 경우는 통계상 '쉬었음'이 아닌 '심신장애' 항목으로 따로 집계합니다. 그렇다면 이 18.2%는 공인된 질병·장애가 없지만, 자신이 아프다고 생각하며 일을 쉬는 청년인 셈입니다. 그들은 또 어떤 사람들일까요? 이들은 고립·은둔 청년, '마음건강'이 무너진 청년과는 어떤 교집합을 그릴까요? 제도권밖에, 소외 중의 소외를 겪을 청년들에 대해 모르는 게 아직 너무 많습니다.

✦ 1. 올해 15~29세 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절반을 겨우 넘었다. 모든 지표가 암울하다.

✦ 2. 절망이 이어지면 다 포기하고 싶어진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 3. 세상은 제도권밖의 청년에게 이제 겨우 주목하기 시작헀다.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체온을 잴 수 없던 청년

첫 출근날, 주머니 속 담배가 땀으로 푹 젖었습니다. 출근 이튿날엔 퇴근하지 못했습니다. 학교 급식실 에어컨 설치 중 사망한 청년. 회사의 대처가 늦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두 딸 잃은 아버지의 절규

경향신문 플랫팀이 연재하는 교제폭력 기획 '더 이상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첫번째 이야기입니다. 같은 날 살해당한 자매, 범인은 동생의 전 연인. 자매의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달에 붙인 조선인 이름

달에 운석이 추락해 움푹 패인 자국, '크레이터'라고 부릅니다. 이 크레이터에 특별한 이름을 붙인다는데, 최근 한 조선인의 이름이 승인됐습니다. 남병철, 그는 누구일까요?

의인이 묻힌 '동네 공원'

서울 효창공원엔 누구나 이름을 알만한 독립운동가 3명의 유해가 묻혔습니다. 유해를 찾지 못한 한 기는 여전히 가묘입니다. 이 공원은 마땅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요?

📬 북한의 수용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 통일 담론을 제시한 데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정책적 실효성 외에도 북한의 붕괴를 유도하거나 흡수를 염두에 둔 시각 또한 시대착오적입니다. 한반도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의 생명과 직결하는 중요한 정책이 일부의 편향된 이념으로 점철된 게 우려스럽고 걱정됩니다. (매꼴님)

📬 남북 관계가 평화로워 정말 이러다 통일하는 거 아닌가 설렘과 불안이 공존했던 때도 있었죠. 지금은 시도때도 없이 오물 풍선이 날아오고 통일은커녕 더 큰 갈등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분단유지비에 드는 어마어마한 자원과 북한과의 관계를 정치 선전으로 이용만 하려는 정부… 국민은 도대체 통일에 무슨 희망을 걸 수 있을까요? (익명의 독자님)

📝 지난 점선면Lite <🥱 되겠어요?>를 읽고 독자님들이 남겨주신 의견입니다.

이 레터가 나간 날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며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해 폭력, 여론몰이, 선전·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 분열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국민의 항전 의지"를 주문했어요. 기어이 낡디낡은 색깔론, 분열의 언어를 소환한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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