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Lite] 😿 고양이 얘기, 나만 진지해

점선면

[Lite] 😿 고양이 얘기, 나만 진지해

8분 2024.10.16

미대선 트럼프 해리스 이민자 혐오 먹사니즘

2024. 10. 16.

"누구 뽑을 거야?" 선거 때마다 주변과 얘기합니다. 이 후보는 이래서 싫고, 저 후보는 저래서 별로고, 또 다른 후보는 공약은 마음에 드는데 영 당선이 안 될 것 같고…이런저런 고민 끝에 한 후보를 고릅니다. 저의 다양한 바람, 복잡한 계산이 1, 2, 3, 4…이 많지 않은 숫자 중 하나로 쏙 빨려 들어가는 것이 묘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같은 후보를 뽑은 이와 대화해도 꼭 셈이 같지는 않은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선택지가 딱 두 개인 미국에서는 투표가 더 쉬울까요, 어려울까요?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가 계급·인종·성별과 얽힌 이슈를 두고 상반된 정책을 내세우는 만큼 자신이 속한 집단을 대변하는 사람을 고르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김희진 기자의 기사를 함께 읽고 더 이야기 나눠요.

흑인·히스패닉은 왜 민주당에 등을 돌렸나

2024. 10. 14. 김희진 기자

미국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던 흑인·히스패닉계 표심이 갈수록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승리를 위해 절실한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대학과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흑인 유권자 589명 및 히스패닉계 유권자 9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 중 흑인 비율은 78%, 히스패닉 비율은 56%였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 유권자 90%, 히스패닉 유권자 63%의 지지를 받은 점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흑인 유권자는 15%, 히스패닉 유권자는 37%로 과거보다 지지율이 늘어났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랫동안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던 부분을 광범위하게 갉아먹고 있는 듯하다"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흑인·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율 하락이 이어진다면 해리스 부통령이 주요 경합주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했다.

미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월 1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오크스에 위치한 그레이터 필라델피아 엑스포 센터에서 유세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① 반이민 발언? 나랑 상관없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반이민 및 미국 우선주의 메시지가 흑인·히스패닉 유권자에게 상당히 공감을 얻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지난 10월 대선 후보 토론에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 사는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고 말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과 어긋나는 주장을 펼치는 데 대해 이들이 별로 불쾌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히스패닉 유권자 40%, 흑인 유권자 2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불쾌함을 느끼는 이들은 그의 발언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 유권자 중 67%는 이민에 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자신에 관한 이야기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미국 밖에서 태어난 히스패닉 유권자 중 51%도 마찬가지로 답했다.

히스패닉 유권자 중 3분의 1 이상은 멕시코와 남부 국경 사이 장벽을 세우는 것과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NYT는 "전반적인 조사 내용을 합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 사이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인기가 없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미 대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0월 1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이리 인슈런스 아레나 유세장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AP연합뉴스

② 문제는 경제야

이번 조사에서 히스패닉 유권자 20%와 흑인 유권자 26%만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이 좋거나 우수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의 절반 이상은 고물가로 지난 1년 동안 식료품 구매량을 자주 줄였다고 답했다. NYT는 "많은 사람은 민주당이 '인종 평등'을 증진하려는 노력으로 유권자를 확보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경제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를 얻기 시작한 건 흑인 민권 운동이 시작된 1960년대가 아니라 1930년대이며,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이 민주당을 '노동자 계급의 정당'으로 재정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NYT는 이번 여론 조사가 '노동자 계급의 정당'이라는 민주당 핵심 가치의 이점이 약해졌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게다가 '억만장자 사업가'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특성과 트럼프 1기가 '번영의 시대'로 기억되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③ 민주당, 믿을 만한지….

민주당에 투표해도 경제 상황 등이 별로 나아질 게 없을 것이란 인식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공약을 더 잘 지킨다'고 답한 이들은 흑인 유권자 중 63%, 히스패닉 유권자 중 46%에 그쳤다. NYT는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는 민주당의 의도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결과에 실망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배경에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 더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때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만큼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그동안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기대를 건 세월이 꽤 되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는 것이다.

미 플로리다주 아이티계 미국인 커뮤니티가 주최한 '아이티 이민자에 대한 혐오 표현과 거짓 정보 규탄 집회'에서 웨스트팜비치 출신의 윌다 브룩스가 "우리는 반려동물을 먹지 않는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④ '뉴노멀' 트럼프?

이번 NYT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흑인·히스패닉 유권자 중 특히 '젊은 남성' 사이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45세 이하 히스패닉 남성 유권자의 55%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해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38%)을 앞섰다. 민주당 지지세가 더 강한 흑인 유권자의 경우 45세 이하 남성 2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이들 젊은 남성은 흑인 민권 운동 이후에 성인이 된 집단이며, 이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범한 사람'일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종종 기존 규범을 무시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묘사되곤 하는데, 이들에겐 이런 묘사가 그다지 심각한 문제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시대를 겪으며 성인이 된 이들은 오히려 주택가격과 고물가 같은 문제를 더 중요하게 여길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젊은 라틴계 유권자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이 더 도움이 된다고 답할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았다고 NYT는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의 경비원인 리카르도 산체스(20)는 NYT에 "인터넷에선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붙였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도된 메시지는) 미국인을 돌보고 우리가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많은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 발언을 자신과 관련된 일로 여기지 않는다고 김희진 기자는 썼습니다. '이민자의 나라'로 여겨지는 미국이지만, 먼저 정착한 이민자들은 나중에 들어온 이민자에 점점 적대적 태도를 가져왔습니다. '이민이 아니라 불법 이민이 문제다' '이민자가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하락시킨다'는 주장 속에서요.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불법 이민자가 흑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식의 교묘한 발언으로 이 틈새를 노려왔습니다.

"오하이오 스프링필드의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반려견과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말도 다시 보면 내용은 황당한데 지명은 구체적입니다. '스프링필드 아이티계 이민자'는 누구일까요?

최근 1만5000명의 아이티 이민자가 스프링필드에 모였습니다. 지역엔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경제는 살아났지만 집·학교·병원 등 인프라가 부족해졌습니다. 아이티 이민자가 몰던 차가 통학버스와 부딪혀 한 소년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면서, 이들을 향한 혐오가 크게 번졌습니다. 이들이 공원의 오리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허위사실이 퍼지기도 했어요. 목숨을 잃은 소년의 아버지가 시의회 청문회에 나서 "차라리 아들이 60세 백인 남성이 모는 차에 치였다면 좋았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렇다면 이런 혐오는 없었을 테니까"라고 말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했습니다.

이들을 향한 대중적 괄시, 이들의 고립을 정확히 인지했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도 서슴없이 이들을 겨냥할 수 있었을 거예요. 앞서 미국에 정착한 흑인·히스패닉도 이들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거죠.

대선 후보의 혐오 발언이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고 단순한 밈으로 소비되는 사이, 경제 정책이 더 중요한 지지 요인으로 떠올랐습니다. 버락 오바마와 조 바이든 대통령 때 기대한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 만큼, 흑인·히스패닉 일부가 차라리 경제 성장을 주창하는 공화당에서 희망을 걸어보는 심정도 이해가 돼요.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징하는 부의 축적만이 '먹고사는 문제'로 여겨지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숫자로 환원되는 세금, 부동산 정책만큼이나 소수자를 위한 정책도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유정훈 변호사는 당장 여성의 삶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임신중지권, 장애인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접근권 문제 역시 "현실적 삶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말합니다. 인종 정책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해리스가 당선되면 환경 정의, 여성과 이민자 인권, 전쟁 종식 등의 가치들을 확장하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김유진 워싱턴 특파원이 만난 펜실베이니아주 주민 인발(28)은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그와 같이 믿는 사람이 많아져야 민주당 후보 커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거예요. 민주당이 부르짖는 인종 평등, 기후정의, 여성 인권의 가치가 현실과 괴리된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삶과 결부된 '먹고사는 문제'라는 것, 그리고 이번엔 정말 다를 것이라는 걸 설득해내야 합니다.

✦ 1. 민주당 지지층이던 흑인·히스패닉계 표심이 심상치 않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 2. 뉴욕타임스는 이들이 트럼프의 반이민 발언을 자신의 문제로 느끼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민자들 역시 보다 나중에 온 이민자를 경계하는 경향이 있다.

✦ 3. 진짜 먹고사는 문제는 무엇일까. 돈으로 당장 환산되는 문제가 아니라 인종, 여성, 기후 정책이 진짜 삶, 민생과 결부되는 문제임을 설득해야 민주당은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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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으면서 제 아이들이 생각났어요. 아이들과 대화해 보고 싶은 주제였어요. 청소년 인권에 대해서 고민이 되기도 했고요. 인권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는 개인 의사를 존중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이들에게 본인들이 해야 하는 것은 지키면서 휴대폰 등 자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려줘야 하나 고민이 되네요. (작은손님)

📬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공론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도, 기존 제도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만 작용한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린다님)

📝 지난 점선면Lite <📱 앗, 내 휴대폰…!>을 읽고 보내주신 독자님들의 이야기입니다. 학교에 계신 독자님들의 의견도 궁금해지네요. 자신과 상대방의 권리를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터득하며 살아가는 사회가 될 수 있길, 그걸 돕는 교육이 자리잡기를 소망해 봅니다.

📬 학생 수가 감소세이고, 그래서 수치상 교사당 학생 수 역시 감소세로 보이겠지만, 교사로서 교육 현장에서 수업, 업무 면에 있어서 그 부담 감소를 체감하지는 않습니다. 웬만한 도시 지역 중고등 기준 학급 당 학생 수는 여전히 30명대이고, 그에 맞추어 한 명의 교사가 여러 개 반의 200명가량 또는 그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평가를 진행하고 생활기록부를 작성합니다. 개인화된 맞춤형 지도가 어려운 현실은 여전합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요, 외부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여유롭지는 (전혀) 않은 거죠; 수업과 평가 외에도 줄어드는 학생 수가 무색하게 업무 과중, 부담은 심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교사당 학생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최소한 유의미한 변화가 있으려면 학급 당 학생 수라도 줄어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그러려면 학생 수는 감소하더라도 신규 교과 교사 채용은 꾸준히 잘 돼야 할 텐데요. (새벽커피님)

📬 "정치적이지 않은 게 있는가"라고 말한 강민정 전 의원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어느 순간 '정치적'이라는 말을 상대방을 공격할 때 쓸 만큼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극심해진 것 같습니다. 교육 부문에선 그러한 경향이 훨씬 더 강한데, 탈정치화된 교육감 선거가 과연 유권자-시민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교육의 주체이자 당사자인 교사는 피선거권이 없고, 학생은 선거권/피선거권 모두 없는 아이러니한 현실은 당사자를 교육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더욱더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봅니다. (반바지님)

📬 서울이 주가 되는 기사가 아쉽습니다. 지방민으로서 선거 당시에 교육감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면 진영은 고사하고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 어떻게 구현할 건지 찾기가 힘듭니다.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는 젊은 세대인데, 겨우 우편으로 들어오는 공보물에 적힌 내용만 확인할 수 있거나 공보물도 부실해서 당황스러웠던 일이 있습니다. (마옹님)

📝 지난 점선면Deep <📢 교육감님, 그냥 정치하면 안 되나요?>를 읽고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독자님이 계셨습니다. 통계 등 숫자에 가릴 뻔한 현실을 짚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마옹님께서는 서울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된 점을 아쉬워하셨는데요, 아무래도 서울에서 열리는 교육감 보궐선거란 특수한 상황을 계기로 쓴 레터여서 서울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간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점선면팀은 지역의 이야기에도 항상 눈과 귀를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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