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Lite] 🤐 점선면은 사실…지지합니다

점선면

[Lite] 🤐 점선면은 사실…지지합니다

6분 2024.11.04

미국대선 워싱턴포스트 언론 사설 아마존

2024. 11. 4.

독자님은 만일 점선면이 대선을 앞두고 '어느 당 무슨 후보를 지지한다'는 레터를 보내거나, 경향신문이 그런 사설을 낸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내가 지지하는 후보와 일치하는지 아닌지를 중요하게 보시는 독자님도, 언론사가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거북하실 독자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미국의 유서 깊은 언론사들은 대선 때마다 후보 지지 사설을 실어 왔는데요. 워싱턴포스트(WP)가 갑자기 이를 관두겠다고 하면서 곤란에 처했습니다. 짧은 칼럼 하나 읽고 대화하기에서 다시 만나요.

침묵의 대가?

2024. 10. 29. 정유진 논설위원

워싱턴포스트(WP)가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을 준비했다가 사주인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의 지시에 따라 철회한 후, 불과 사흘 만에 20만명의 구독자를 잃었다. 전체 유료 구독자의 8%에 달하는 숫자다. 앞서 LA타임스도 해리스 지지 선언을 하기로 했다가 사주 반대로 불발되자, 이에 항의하는 편집위원들이 줄사퇴하는 후폭풍을 겪고 있다.

사설을 통해 지지 후보를 밝히는 것은 미 언론의 오랜 관행이다. 시대가 어떤 지도자를 필요로 하고, 누가 그에 가장 가까운 후보인지 설명함으로써 독자에게 판단 잣대를 제공하는 걸 언론의 공익적 사명이라 여겼다. 언론사의 지지 후보가 정권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고, 의견과 사실은 철저히 분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시민들. AP연합뉴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이런 관행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마이애미헤럴드 등 30여개 신문사 사주인 맥클래치가, 2022년에는 시카고트리뷴 등 200여개 신문사를 소유한 앨든글로벌캐피털이 지지 선언을 중단했다. 당시 이들은 "불행히도 충돌하는 세력들 사이에 공통분모가 사라졌고, 독자들은 기사와 사설의 차이를 혼란스러워한다"고 이유를 달았다.

WP의 베이조스 역시 '혹독한 진실'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사람들이 언론이 편향됐다고 믿는 상황에서 신문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포기 이유를 밝혔다. 물론 그것은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 그 결정이 최소한 1년 전에 내려졌다면 말이다. 대선을 불과 11일 앞두고 내린 결정이기에 납득할 만한 설명은 못 된다. WP의 포기 선언 직후 그가 창립한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 임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트럼프의 '언론 길들이기'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베이조스 결정에 반발한 한 WP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는 아직 독재자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조용할수록 그에 더 가까워진다." 베이조스가 인수한 후 새로 생긴 WP의 슬로건은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이다. 이 슬로건은 이제 '민주주의는 침묵 속에서 죽는다'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위 칼럼이 나온 이후에도 구독 취소가 계속돼서, 최근 외신을 보면 전체 구독자의 10%인 25만명이 떠났다고 하네요. 매출이 며칠 만에 10%가 줄어든다는 것, 언론사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으로서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를 포함한 미국 언론사들은 '사설'을 통해 지지 후보를 밝혀 왔습니다. 사설이란 글쓴이의 주장이나 의견이 담긴 글이죠. '사실을 알리는 글'인 기사와는 다릅니다. 미국 언론이 후보 지지 사설을 실을 수 있었던 건 그 사회에서 기사와 사설 간 구분이 명확하게 받아들여진 덕분일 겁니다.

한편으로는 '계도'의 인상도 스칩니다. 언론사가 독자에게 판단의 재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적절한 선택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본다는 거니까요. 어떻게 보면, 가르치려 한다는 겁니다.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먼저, 사설에 후보 지지를 실을 수 있었던 건 미국 언론의 자신감을 보여 준다는 거예요. 어떤 사설이 실리더라도 상관 없을 만큼 기사의 퀄리티에 자신이 있다는 거겠죠.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기사를 쓰고 있다는 자부심이요. 또, 사설이 독자를 가르치려 드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우리는 이런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만큼 자격 있다'는 긍지 역시 있는 것이겠고요.

이런 자긍심은 단기간에 쉽게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이 자원이 석연치 않게 훼손된 데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를 무엇보다 무겁게 생각하게 됩니다.

WP 칼럼니스트 다나 밀뱅크는 구독 취소 사태 이후 '내가 (워싱턴)포스트를 그만두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어요.

그와 동료들이 받았던 독기 어린 말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사직하지 않는 건 결국 도널드 트럼프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사실상 히틀러를 지지하는 셈이다" "WP는 독재자의 애완견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WP를 그만두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떠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WP 구독 취소는 이번 일의 책임자인 사주 제프 베이조스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했어요. 베이조스의 주머니는 구독료가 아니라 '아마존 프라임' 구독료가 채우니까요. 그러면서 진짜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다면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카멀라 해리스를 위해 목소리를 내 달라고, WP를 떠나면 기자들과 민주주의를 지키려 노력해 온 WP의 저널리즘만 타격을 받게 될 뿐이라고 했어요.

미국 디 애틀랜틱도 'WP 말고 아마존 프라임 구독을 취소하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사설을 싣지 않기로 한 결정의 후과를 사주 대신 기자들이 감당하게 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전략이라는 것이죠.

미국 내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는 1억800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미국의 쿠팡' 아마존 멤버십을 취소하는 것과 WP 구독을 취소하는 것. 어떤 선택이 더 쉽거나 혹은 어려울까요? 베이조스는 WP 구독 취소 사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독자님은 WP 구독 취소 사태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만일 내가 WP 구독자였다면 어땠을까도 상상하게 되네요. 독자님의 생각을 나눠주세요. 그리고 얼마 안 남은 미국 대선 결과를 함께 지켜보도록 해요.

✦ 1. WP 사주 제프 베이조스가 카멀라 해리스 후보 지지 사설을 싣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구독자의 10%인 25만명이 떠났다.

✦ 2. WP의 칼럼니스트 다나 밀뱅크는 구독자들이 떠나는 것이 베이조스에게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WP의 기자들과 저널리즘만 타격을 입는다고 썼다.

✦ 3. 대신 아마존 프라임 구독을 취소하라고 디 애틀랜틱은 썼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더 쉬운가?

윤석열 대통령, 10점 만점에…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국내 정치학자 30명이 국정운영에 점수를 매겼습니다. 10점 만점인데, 제일 후한 점수가 5점에 '빵점'도 여럿이네요. 성적표, 같이 볼까요?

예? '밈 주식'이요?

"인텔 삼성 동맹 보고 인삼공사 풀매수했다". 국장 관련 우스개는 명함도 못 내밀 '밈 주식' 들어보셨나요? 중국 투자자들 관심이 높다는 '트럼프 테마주'가 주인공입니다.

"배고프다" 시위했다고 '반역죄'

인구의 40%가 빈곤 상태에 빠진 나이지리아. "배고프다"며 정부에 항의한 미성년자들을 사법당국이 기소했습니다. 일부가 영양실조로 법정에서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김 한 장 안 나는데 '김밥축제'

지역축제의 틀이 깨지고 있습니다. 김 한 장 안 나는 김천시는 김밥축제를 열었고, 공주시는 '프린세스 페스티벌'을 열었어요. 지역축제가 점점 재밌어집니다.

📬 정치권에서 '가장 나쁜 평화도 가장 착한 전쟁보다 낫다'는 인식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걱정입니다. 국가의 근본적인 목적은 국민의 안전 보호이고, 이를 위협하는 언행이나 정책을 하는 지도자는 자격이 없습니다. (간다간다님)

📬 평화라는 당연한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러다가 국지전이 일어나고 이게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 어느 정부이든 남북관계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승계한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고착화하기 위해 노력한 반면 보수정당(정권)은 갈등과 국민 위험에도 불구하고 북을 지속적으로 자극했다는 점은 큰 차이겠죠. 무엇보다 집권 여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이 정부에는 평화를 지향하는 외교가 없고, 갈등과 전쟁을 부추기는 외교전략밖에 없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정녕 이게 최선일까요? (하얀나라님)

📬 진지하게 이번 정부가 전쟁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익명의 독자님)

📝 지난 점선면Deep <🪖 이러다 전쟁 나는 거예요?>를 읽고 보내주신 독자님들의 이야기입니다. '북한 언론이냐'는 마음 아픈 피드백을 주신 독자님도 있었는데요😢 그럴 리가요! 점선면은 어떠한 종류의 도발과 위협에도 반대합니다. 다만 무엇보다 긴장을 완화해야 할 책임을 진 정부가 오히려 이를 고조시키는 상황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하필 비 오는 날, 점심에 밥을 먹으며 이 기사를 보니 더 미안하고 목이 메였습니다. 울컥하게 하네요. 나의 무지함이 그들을 더 외롭고 춥고 배고프게 만든 것 같아서요. 300여 일, 참 힘든 시간을 버티고 계신데 그에 비해 바라는 건 고용 승계라는 게 마음이 시큰하네요. 그들의 외침이 우리에게 와 닿았으니 더 이상 외롭지 마시고 이제는 대답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에게 일상이, 일하는 즐거움, 보통의 하루가 돌아오길 바랍니다. (오비그리님)

📬 옆 나라 고용시장 들썩이게 만든 보잉파업은 생활비 상승 등 이유로 40% 임금 인상 요구 베이스였는데, 최근 38%에 잠정합의됐다는 소식을 보고 나서 읽으니 박정혜, 소현숙씨가 그렇게 큰 요구를 한 건가 싶은 의문감과 사측의 단수, 철거 승인 등의 무시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외국인 투자 받아 그간 6조원이나 벌어들였고 화재보험금 1300억원까지 받을 거 다 받은 회사가 '고작' 평택 공장으로 고용승계 해 달라는, 구미에서 평택까지 갈 테니 일하게만 해 달라는 그 작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이유가 대체 뭔지 이해하기 어려워요. 평택 공장 신규 인원 채용이 있는 상황에서 단순 비용 문제라는 답변으로는 불충분할 것 같습니다. (in carnuntum님)

📝 지난 점선면Deep < 🏭 옥상에서 보낸 300일>를 읽고 보내주신 독자님들의 이야기입니다. 박정혜·소현숙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일에 마음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해야 하지만 어려운 이름들이 있죠. 경향신문과 점선면은 그런 이름들이 잊히지 않게 하는 데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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