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 레터] 🍊쌤, 페미예요? 🤨

플랫 레터

🍊쌤, 페미예요? 🤨

7분 2025.02.07

입주자 프로젝트 성평등 교육 교제 폭력 성차별 중증외상센터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Season 4 🌊🏄‍♀️ Vol 39. 2025.02.07. ~ 2025.02.13.

쌤, 페미예요? 🤨
'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 그 이후의 이야기
백마 탄 '초인' 백강혁이 복음을 전파하는 법

지난 뉴스레터 보기 👀

쌤, 페미예요? 🤨

2025년 새해가 밝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입니다.

눈이 펑펑 쏟아졌던 설 연휴에 이어 온몸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이번주까지, 입주자 여러분 모두 건강히 잘 지내셨나요? 🤧

휴재 기간에도 뉴스를 도무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챙겨보며 분노하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답답해하다가,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 돌풍을 보면서 '한국은 언제쯤…' 하고 생각하기도 한 지난 며칠이었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플랫은 뭘 했냐고요? 📢

플랫은 2023년부터 꾸준히 입주자님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담는 '입주자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죠. 신년을 맞아 새로운 입주자 프로젝트 <쌤, 페미예요?>를 시작했습니다. 🎉 인스타그램이나 X(트위터)에서 먼저 확인한 분도 계실 텐데요. 경남 산청에 있는 간디고등학교 교사 시도쌤의 성평등 교육 이야기를 4회차에 걸쳐 전합니다.

간디학교는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살며 당당하게 나의 길을 찾아가는 작은 학교'라는 슬로건을 건 대안학교인데요. 시도쌤은 2023년 이곳에서 남학생들의 페미니즘 동아리 '도전 한남'을 만들었습니다. 소년들끼리 안전하게 질문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온라인에서 '한남'이 부정적 용어로 쓰이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한국 남성'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니 '한남'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도전하자는 의미를 덧붙였습니다.

2학기가 되자 여학생들의 페미니즘 동아리 '여유림'도 생겼어요. 두 동아리에 모두 학생들이 늘어나며, 간디학교에서는 이들이 함께 토론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쉽게 꺼내지 못하잖아요. 아무리 대안학교라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시도쌤은 어떻게 이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웠을까요? 이 질문에 시도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

"오래 전이다. 복도에서 남자 청소년끼리 서로 장난치며 '야 이 미친년아'라고 부르는 모습을 봤다. 듣기 거북함과 동시에 이상했다. 청소년들은 '놈'보다 '년'이 훨씬 모욕적이라는 것을 감각적으로 안다. 상대방이 남성임에도 남성임을 박탈할 수 있는 말, '넌 남자답지 못해, 여성적이야'라는 메시지는 모욕을 주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청소년들은 누구의 개입도 없는, 장난을 빙자한 이런 말로 무엇이 잘못된 줄 모른 채 여성혐오를 학습한다.

청소년 모두가 성평등을 지구온난화, 인종차별만큼 보편적인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남자만 학교에 갈 수 있다면, 혹은 여자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부당하다 저항하며 평등을 외칠 것이다. 그런데 일상 속 우리가 하는 대화와 생각이 얼마나 성평등하지 않은지는 모른다. 그것이 여성혐오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깊게 스며들어 있는지도 말이다."

남학생들은 왜 여성혐오가 담긴 욕을 할까. 교사라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더 깊이 알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시도쌤과 학생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는 광범위합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뭔가, 페미니즘의 제3의 물결은 왜 생긴 걸까, 아이돌에 대한 성적 대상화는 어떤가, 우리 연애는 평등한가, 군대와 대체복무제는 어떻게 논의를 시작해야 하나 등등이요.

시도쌤의 이런 시도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방법을 모두 함께 고민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실제 학생들이 느끼는 점도 많을 수밖에 없고요. 열아홉살 한바다는 '도전 한남'이 남학생들에게도 안전한 공간이 된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합니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 같은 말처럼, 평소 한국 남성으로 살면서 표현하는 게 어려웠는데 동아리 안에서는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앞으로 살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 점이 의미가 커요."

반대로, '여유림' 학생들에게는 소통할 만한 상대방이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죠. 열여덟살 이안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학생들의 페미니즘 동아리만 있었다면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답답했을 것 같아요. 행동하는 쪽은 여성들뿐이라고 느꼈을 것 같거든요. 남자애들과 소통하면서 페미니즘의 끝이 절망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플랫팀에서 젠더 이슈를 계속 다루면서 저는 어느 순간 조금은 좌절감에 빠졌던 것 같아요. 🙄💦 '왜 우리가 이렇게 외치는데도 세상은 바뀌지 않을까, 과거에 비해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긴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간디학교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오랜만에 뭉클함과 기운을 얻었습니다. 내가 좌절하는 사이 누군가는 자신의 주변부터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요.

한편으론 아쉬움도 들었어요. 우리 사회가 성평등이라는 가치를 논의하려면 결국 대안학교라는 조금은 특수한 공간, 그리고 문제의식을 가진 한 사람의 강력한 의지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갈등' 위주로 드러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벗어나 현실의 상대방과 이야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장이 더 많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도전 한남'과 '여유림'이 생기기를요. 🙌

사진 임아영 기자

📢 경향신문은 비상계엄 이후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크고 작은 목소리를 타임라인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

‘나중에’ 아니라 ‘지금’, ‘누구 빼고’ 대신 ‘같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 새로 그릴 세계에 반드시 담겨야 할 이들의 목소리를 👉이곳에서 확인해주세요! 😊💝

(추가했으면 하는 발언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아래 피드백에 남겨주세요!)

📬 피드백 남기러 가기

🎆 인스타그램 🎆

🎼 X (트위터) 🎼

사진 서성일 선임기자

🗞️ '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 그 이후의 이야기

🔥지난해 플랫팀에선 교제폭력 피해자와 유족들의 목소리를 다룬 '더 이상 한명도 잃을 수 없다' 시리즈를 연재했죠. 기사가 나간 뒤에도 세상은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여성들은 맞고, 차이고, 찔리고, 목이 졸려 죽고 있어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더 이상' 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박아름 활동가의 인터뷰를 통해 친밀한 관계 범죄의 특성을 지적했습니다. 교제 폭력, 성폭력, 가정폭력은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폭력이 아닌 '사적인 일'이었습니다. 쌍방 과실이나 개인 간 다툼으로 여겨졌죠. 이런 인식은 교제 폭력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어요. 타인과의 관계에선 명확히 선을 넘었다고 인식되는 일들도, 친밀한 관계에서는 '사랑'이라 생각해 묵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폭력상담소의 '성폭력 전문 상담원 교육'은 이런 폭력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고,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배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부터 교사, 경찰, 사회복지사, 연구자 등 다양한 이들에게 열려있는데요. 박아름 활동가는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에 대해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걸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이미지컷

🗞️ 어떤 남성이 더 여성차별적 인식을 갖고 있을까

📋 남성 중에서 '우리가 여성보다 더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죠. 이들의 특성은 어떨까요? 어떤 계층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을까요? 사회학자인 김조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스쿨 교수는 최근 공개한 논문에서 이 질문을 던집니다. 설문조사에서 관련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는데요. 그 답은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보다 '나'의 지위가 낮아진 남성이 더 성차별적 인식을 갖고, 남성을 사회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짙은 경향이 나타났다"입니다.

📋이는 결국 전통적인 남성성, 즉 남성이 가부장으로서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합니다. 그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는 남성의 생활이나 사고방식과 바뀐 사회의 간극이 큰 거죠. 이런 결과에 대해 김 교수는 "비단 남성과 여성 문제로 단순하게 나눠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상의 역학관계가 바뀌는 상황에서 모든 남성이 페미니즘 등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단순히 '못 사는 남성이 여성혐오가 심하다'는 접근은 위험하다는 겁니다.

백마 탄 '초인' 백강혁이 복음을 전파하는 법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큰 화제입니다. 📺 최근 '오징어 게임2'를 제치고 글로벌 시청 시간 1위에 올랐는데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는 물론이고 웹툰 원작 드라마 특유의 시원시원한 속도감, 질질 끌지 않고 8회차로 끝나는 빠른 호흡과 전개, 억지 '러브 라인'이 없는 깔끔한 구성 등으로 호평받고 있어요. 👨‍⚕️👩‍⚕️ 저도 오랜만에 기대를 품고 재생 버튼을 눌렀죠. 그런데, 흠… 글쎄요… 칭찬일색이었던 리뷰와 달리, 시청하는 내내 큰 실망과 왠지 설명하기 어려운 찜찜함이 들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계속 생각하다가 칼럼니스트 위근우의 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됐어요. 칼럼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중증외상센터>의 장르는 메디컬도, 히어로물도 아니다. 종교물이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그러했듯, 주인공인 천재 외과의사 백강혁(주지훈)은 수술실에서 이적을 행하며 또 다른 주인공 양재원(추영우)를 외상외과 펠로우로 끌어들이고, 가끔 혼란에 빠진 재원의 믿음을 책망한다. 베드로야, 내가 물 위를 걸어야 나를 믿겠느냐. 열두 제자가 모이듯, 박경원(정재광), 한유림(윤경호) 등 하나둘 추종자가 모이며 교세는 늘어가고, 당연히 그 반동으로 병원 내부의 박해가 시작된다. 하지만 괜찮다. 강혁은 언론 플레이로 자신의 교세를 병원 밖으로 확장하며 재원에게 말한다. '내가 외상센터의 성역, 성자, 성녀(정확히 말해 성녀는 천장미(하영) 간호사)' 삼위일체를 이루노라고."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찜찜한 지점이 바로 이런 시각과 전개 방식에 있었습니다. 😶 <중증외상센터>에서 '신의 손'을 가진 능력파 주인공 백강혁을 제외한 다른 병원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실력은 부족하면서 학벌과 인맥으로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로 그려집니다.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는 돈을 우선시하는 모습, 외상센터의 중요성을 얕잡아보는 모습이 계속 나오죠. 물론 이런 구도는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다종다양한 갈등과 고통을 모두 무시하고, 불도저처럼 한방에 싹 밀어버릴 수 있다는 게 어쩌면 드라마의 역할이고 기능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판타지를, 꼭 능력자 한명의 권선징악의 대결 구도로 그려내야 하는지가 의문입니다. 위 칼럼니스트는 이 드라마가 "흔한 '참교육' 사이다 서사로 소급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렇게요.

"얼핏 <중증외상센터>의 갈등 구도는 윤리적 차원에선 인본주의 대 신자유주의의 대결처럼 보이지만, 실제 서사는 능력자 대 무능력자의 대결에 더 가깝다. 현세에 강림한 수술의 신과 입만 산 행정가의 대결. 결국 이 판타지의 대리만족은 더 나은 철학의 승리보다는 능력자에 의한 응징에 방점이 찍힌다. (…) 아무리 천재 의사라도 모두 살릴 수는 없고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윤리의 메시지는 휘발되고, 강혁은 역시 절대 틀릴 리 없으며 감히 강혁을 얕보면 누구든 다 박살 난다는 무한강혁교의 복음만 되풀이된다."

💬글로벌 시청 시간 1위는 아무나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닐 겁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인기라는 건 그만큼 누구에게나 보편적이고 직관적으로 다가갔단 뜻이겠죠. 그래서 더더욱, 이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의 퇴행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답은 백강혁으로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이거 최선 맞나요? 😖

사진 넷플릭스 제공

📝 To. Flat 🎈

👤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이 추진될 때부터 제대로 될 리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예상했던 대로고요. 결국 돌봄노동은 무상이든 유상이든 여성의 몫이라는 전제가 바뀌지 않고서는 저출생 해결엔 백약이 무효라는 것을 남성 정치인들은 언제쯤 알게 될까요? 그러던 와중에 '공공기관 가임기 여성 수 공개'라는, 마치 데자뷔 같은 문구가 등장해서 얼이 빠지게 하더라고요. 남성이 돌봄노동의 주체가 되는 것만은 빼놓고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라는 뜨거운 의지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짚어주신 점 정말 좋았습니다.

👤 돌직구로 지금 해야할 말을 해주는 경향신문 플랫팀 고마워요! 거기에 타인을 향한 따뜻한 관찰과 이해가 더해져서 볼 때마다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