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피아] 🎓‘갓생 취미’ 혹은 ‘힐링 취미’ : 취미란 무엇일까?

인스피아

🎓‘갓생 취미’ 혹은 ‘힐링 취미’ : 취미란 무엇일까?

23분 2024.06.19

취미 도전 지속가능성 아마추어 삶

‘갓생 취미’ 혹은 ‘힐링 취미’ : 취미란 무엇일까?

The Great Good Time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127), 2024.6.19,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회차 https://page.stibee.com/archives/107426

(Archive)

웹에서 보기 Web link

※레터 하단에, 지난 레터에서 공지한 베르나르 뷔페 전시회 응모 이벤트의 당첨자 발표가 있습니다.

키워드: 취미, 도전, 지속가능성, 아마추어, 삶

1.머리말

2.취미는 [힐링]인가? : <취미 있는 인생>
3.취미는 [갓생]이어야 하는가?
4.취미는 [개인적]인가? : 엉뚱한 ‘취미’를 상상하다

5.맺음말

【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연구자님은 취미를 가지고 계신가요?

저는 예전부터 대체로 ‘자기소개서’의 취미란에 무엇을 쓸지 골머리를 앓곤 했습니다. 왠지 굉장히 멋진 것을 적어야 할 것 같아서였는데요. ‘나는 갓생1) 살고 있어!’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 취미요. 결국 고민하다가 빈칸으로 둘 순 없으니 예의상 적는 취미를 적어 내곤 했죠(명상, 산책...).

한편 그렇다고 해서 그저 “내 취미는 숨 쉬기 운동입니다”라고 외치며 가만히 누워있고 싶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빈몸으로 오면 모든 것을 체험하게 해주겠다는 원데이 클래스(사실상 ‘구경’에 가까운)도 썩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저는 ‘갓생 취미’와 ‘숨 쉬기 운동’ 사이 - 양 극단을 어슬렁대며 나에게 맞는 취미란 뭘까? 모르겠다...를 되뇌어 왔습니다.

이처럼 오늘날 대체로 ‘취미’라는 단어는 상반된 두 가지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요.

갓생 취미 혹은 힐링 취미입니다.

갓생이든 힐링이든 공통점은 ‘뭘 해야할지 알려주겠다’는 강좌 수요는 많다는 겁니다. 향후 고령화, 갓생살기 트렌드 등으로 인해 점차 ‘취미 시장’이 커져갈 것이라고 하고요. 취미 관련 산업은 소비자로서도, 생산자로서도 ‘유망 산업’입니다.(링크1 링크2)

'어떤 취미를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따로 준비물을 챙기기 번거롭기 때문에 준비물까지 함께 챙겨주면 가서 체험만 해볼 수 있는 활동들이 많습니다. (왼쪽) 혹은 많은 경우 취미는 'n잡/부업' '자기계발', '갓생'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홍보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문득, 이런 ‘취미 트렌드’을 보며 조금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보통 ‘취미’를 위한 시간을 유별난 무언가로 생각하곤 하는데, [시간]의 측면에서 보면 결국 우리 삶의 일부, 그냥 ‘자유 시간Free time’이라는 것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노동, 공부 등 ‘의무감으로 해야 하는 일’을 제하고 남은 시간 중 - 우리가 의무감에서 벗어나 가장 나답게, 자유롭게, 무언가를 즐기거나 의미 있는 일을 작당할 수 있는 시간이죠.

핸드폰으로 쇼츠를 보며 멍 때리거나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을 때와 비슷한 의무감으로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요.

그렇다고 한다면 - 만약 이런 귀중한 시간마저 대강 혹은 또 다른 의무감에서 대부분 채워지고 있다면 그것은 곧 오늘날 우리 모두 전반적으로 굉장히 ‘노잼’ 삶을 보내고 있다는 것과 다름 아닐 것입니다.

이는 비단 ‘취미 이슈’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 것이죠.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취미’라는 틀에 박힌 단어가 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조금 더 우리의 삶을 자유롭게 채워갈 수 있지 않을까요?

취미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잠깐 살아가는 세상에서 재미난 작당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우리 삶을 채워갈 수 있을까요?...

오늘 레터에서는 그간 우리가 가져온 ‘취미’에 대한 통념을 깨줄 만한 책 <취미 있는 인생>(마루야마 겐지)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줄리언 반스)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슈테파니 크비터러) 등을 지팡이 삼아, 취미에 대해 해찰해보려고 합니다.

1)갓생(God+生) = God(신神)과 生이 합쳐진, 남에게 모범이 될만한 훌륭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2.취미는 [힐링]인가?】

“나는 취미가 없다 [...] 하지만 통상 직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활동에 관심이 가면, 항상 예외 없이 그 모든 것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 작곡을 하고, 음악을 듣고, 온 신경을 집중해서 책을 읽는 이런 활동들은 내 삶의 핵심이다. 이런 것들을 취미라 부른다면 그 활동을 얕잡아보는 것이다.” - 테오도어 아도르노,

실은 그간 많은 학자, 작가들은 ‘취미’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취미’라는 단어 자체가 왠지 각오나 도전 없이, 느긋하게 하품을 하며 소비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인데요. 독일 사회학자 아도르노는 이런 ‘취미’라는 단어에 고개를 저었고요.(링크)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류 역시 <무취미의 권유>라는 책에서 ‘취미라는 안일한 단어는 내 사전에 없다!’고 호랑이 선생님처럼 외치죠. (본업 수준의 각오를 갖지 않고 대충 할 거라면 애초에 뭐하러 해? 그딴 안일한 활동은 필요 없어!)

하지만 만약 취미를 - 본업과는 별개로 목적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어떤 일을 자유롭게 추구해보는 것 -이라고 한다면 취미란 단어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어떻게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겠죠. 그리고 ‘취미 반대론자’ 들과 한 가지 질문은 나누어 함께 가져볼 수도 있겠고요.

과연 도전적이지 않고 수동적이기만 한 취미가 우리에게 몰입과 기쁨을 줄 수 있을까? 하고요.

스물셋 첫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일본에서 가장 '괴팍한 소설가'로도 불리는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1943~) 집단에 대항한 개인의 자유를 강조해온 그는, 문단과 교류 없이 50년간 오직 홀로 글을 써온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왼쪽·링크) 그가 자신의 인생론, 취미론을 펼쳐놓은 에세이집 <취미 있는 인생> 책 표지 / 경향신문, 바다출판사

일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가 쓴 <취미 있는 인생>은 - 단순한 ‘취미 예찬’을 넘어, “취미와 함께 사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흥미로운 에세이인데요.

저자에게 있어 취미는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 일 만큼이나 진절머리나기도 하고, 때론 저자에게 고민을 안겨주기도 하죠. 한편 인생에 다시 없을 몰입과 성취감, 즐거움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양면적인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붙잡고 읽는 내내 두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1.취미는 [힐링]이어야 하는가? : 누워서 떡 먹는 취미

#2.취미는 [갓생]이어야 하는가? : 전문가 수준의 본격적 취미

조금 알쏭달쏭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앞서 제가 이야기한 취미의 두 가지 극단적인 편견 각각에 대한 물음표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취미!라고 하면 마치 구름 위에 둥둥 뜬 것처럼 모든 게 준비되어 있는 상황에서 노력 없이 편한 것만 체험하려고 하는 트렌드(=힐링 취미) ↔ 거의 전문가, 본업 수준의 취미를 해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을 우러러 보는 트렌드(=갓생 취미, 자기계발)에 대해선데요.

저자와 함께, 이 두 극단적인 취미를 둘러싼 편견에 대해 모두 사려깊게 물음표를 던져볼 수 있습니다.

우선 ‘1.취미는 [힐링]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저자는 취미가 본업을 넘어설 정도의(그것을 추구하는) 본격적인 ‘갓생 취미러’는 아닙니다만, 다양한 취미와 적극성을 가지고 삶을 재미나게 꾸려갈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는 버릴 원고를 태울 소각로를 마당에 직접 만들기도 하는가 하면, 한때 비디오 보기 취미에 푹 빠져 1년에 거의 1천편의(!)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꽤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던 취미에는 오프로드 바이크와 잉어낚시가 있는데요.

*오프로드 바이크 : 산길, 사막 등 포장되지 않은 길(off road)을 달리도록 만들어진 바이크

책에서 저자는 과연 [도전]이 없는 취미가, 단지 남이 하는 것을 보거나 남의 눈치와 가르침에 따를 뿐인 수동적인 취미가 우리 삶에 행복을 줄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아래와 같은 대목들은 그가 ‘취미’에 대해 갖는 태도가 얼마나 진지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 갑자기 뇌우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잉어 낚시는 그런 조건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 강렬하게 끄는 힘의 맛을 한번 느끼면, 그 아무리 쓸모없는 일도 참을 수 있다. 대물과 오랜 시간 싸우고 나서 그 녀석을 어망에 넣은 순간, 등골 언저리가 떨려온다. 이제껏 살아온 것이 어쩌면 이 순간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리고 고질이 된다.

* 행동을 뒷받침할 뭔가를 하지 않는 자는 아마 죽을 때까지 진정한 감동을 접할 수 없을 것이다 [...] 올해의 랠리를 본 나는 후회했다. 다른 사람이 달리는 것을 봐도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고 공허함이 남을 뿐이었다 [...] 스무날을 넘게 달리는 오아시스 랠리에 출장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런 행위는 문학과 직접 관계는 없지만, 자기 삶의 태도를 반영해야 제대로 된 소설이라고 믿고 있는 나에게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마루야마 겐지, <취미 있는 인생>(이하 동일)

이런 대목들을 읽다보면, 만약 저자가 단순히 낚시 원데이 체험이나 낚시 구경에만 머물렀다면 - 이런 강렬한 몰입의 경험을 하긴 어렵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직장인들이 피곤하다고 해도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을 쪼개가면서까지 직접 도전하는 취미를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저자가 출전을 꿈꾸었 ‘오아시스 (다카르) 랠리’ 대회 모습. 보름 정도의 일정으로 약 1만km를 완주해야 하는, 하지만 정해진 코스는 없는 극악 난이도의 랠리입니다. (왼쪽·링크) 책을 읽어가다보니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의 유명한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있어서도 '달리기'는 단순히 체력 증진을 위한 활동이라든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갓생 취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 오아시스랠리, 문학사상사

나아가 그는, 오프로드 바이크를 타고 직접 거의 하루 종일 거친 빙판 산길을 달려야 하는 고난도 랠리에 직접 참가하기도 합니다.

비록 예정에 없었던 대회 참가라 순위권 밖이었고, 명예나 상금을 얻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 저자를 포함해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고단함에 빠져있는 상태에서도 반짝반짝 눈을 빛냈죠.

끝난 것은 새벽녘이었다. 역시 우리는 시간 초과 연속에, 최다 감점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도 알 수 없는 만족감이 확실히 남았다. 혼자서 마음대로 달릴 때와는 다른 종류의 감동이었다. 참석자들 모두 얼굴은 지쳐있었지만, 그래도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폭주족들 눈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손으로 감동을 움켜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알기 위해 달렸다. 그들의 그런 행위는 어쩌면 취미의 영역에 머무는 일은 아닐 것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이런 엄청난 ‘도전’에, 취미라는 ‘시시한 이름’을 붙이기는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본업’이라고 할만한 것 외에도 다른 분야에 헌신, 도전을 하는 것을 통해 색다른 강렬한 몰입의 경험을 했다는 것일 것입니다. 그렇게 그는 ‘나날의 즐거움’(일본어 원제·‘日々の愉楽’)을 다양한 ‘취미’들로 채워갑니다.

【3.취미는 [갓생]이어야 하는가?】

마루야마 겐지의 ‘취미에 골몰하는 집념’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이렇게 할 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재미난 것에 푹 빠지는 것을 좋아하는 저도 조금 고개를 젓게 되었고요.

이어 두번째 질문을 던져봅니다. ‘취미는 꼭 갓생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 즉, 한번 착수한 취미를 일관되게 꾸준히 붙잡고, 전문가 수준으로 어떤 성과를 성취하려고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죠.

그런데 실은, <취미 있는 인생>이 제게 특별히 흥미로웠던 이유는 대부분의 취미 예찬 에세이처럼 - 단지 ‘여러분 저처럼 인생 취미를 찾고 빡세게 하세요’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는 놀랍게도 오랫동안 골몰해왔던 취미를 하루아침에 ‘접어’버리기도 합니다. 별 대수롭지도 않은 이유로 말이죠.

* 버스를 타고 장보러 가는 것이 귀찮아지고 자전거로는 피곤함을 느끼게 된 서른 살 무렵 경량 오토바이에 손을 댔다. 그 다음은 일반차,사륜구동차,랠리차로 이어져 마지막에는 오프로드 바이크에 미치고 말았다 […] 당시의 나는 그 정열이 생애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더 타면 프로가 되겠네”라고 큰소리를 치고 어느날 딱 그만두고 말았다.

* 그 무렵, 내 양쪽 손바닥에는 낚시로 인한 못이 박여있어, 펜을 잡는 데 거슬릴 정도였다. 지금은 깨끗이 없어졌다. 잉어든 뭐든 결국은 온전한 생명체로, 자칫하면 내가 잡아먹히고 마는 상대가 아니라 ‘약한 놈을 괴롭히고 있다’라고 느낀 순간, 나 자신이 너무나도 바보스러운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두고 말았다 […] 아마 두번 다시 (낚싯대를) 잡지 않을 것이다.

저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이 부분에서 꽤 당황스러웠는데요(‘아니 이게 뭐야!’).

예를 들면 마치 ‘즐거운 취미 집짓기’라는 책을 읽는데, 책의 전체적으로 집짓기의 즐거움을 열심히 예찬하다가 급커브를 틀어서 결국 집짓기를 그만두기로 결정한 걸 읽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저는 곰곰 이 책을 다시 붙잡아 읽다보니 느낌표가 떠올랐습니다. 진정 취미를 ‘주체적’으로 한다는 것은, 언제든 자기 상황과 마음이 변하면 언제든 주체적으로 ‘접을 수도’ 있다는 것을 포함할 것입니다. 단지 남에게 보이는 ‘낚시덕후’로서의 일관된 괴짜적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의무감으로 한다면 그는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고요. 취미 보다 ‘인생’에 방점이 찍혀야 할 이유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한때 골몰하던 취미를 ‘접어’버렸지만, 그가 빠져들었던 취미, 몰입, 헌신의 경험은 지워질리 없습니다. 이런 몰입의 경험은 알게 모르게 이후에도 그의 본업, 삶을 지탱해줍니다. 언젠가 나중에 마음이 ‘동하면’ 다시 바이크를 잡기도 하고요.2)

이어 한 권의 책은 또 우리에게, 자신의 삶을 중심에 두고 - 자기 나름으로 각별하게 즐기는 한 취미러에 대해 이야기해줍니다.

영국 소설가 줄리언 반스가 쓴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는 그가 자신의 취미인 요리에 대해 쓴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취미에 대해 제가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 가장 심란하고 재밌는 책인데요. 이유는 저자가 취미(요리)에 꽤 진심인데, 그걸 일관되게 잘 못하기 때문입니다(...). 즉 요리 못하는 사람의 요리 취미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파고 들어보면, 줄리언 반스는 단순히 요리를 못하면서도 100번 태운 요리를 101번째 태우는 데 집착하는 ‘근성바보’는 아닙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의 취미는 ‘요리’라기보다는 ‘요리책 수집가이자 초보 요리사로서, 재미나고 믿을만한 요리책 작가가 쓴 책을 읽고 따라하며 크게 기뻐하거나 실망하기’ 쪽에 가까울 것이고요. 이 때문에 저자가 요리에는 썩 소질이 없음에도, 그리고 구체적인 요리 과정이 거의 언급되지 않음에도 이 책은 흥미롭게 진행이 되죠.

영국의 소설가 줄리언 반스 (왼쪽) '이 따위 레시피'에 화가 잔뜩 난 '주방의 현학자The Pedant in the kitchen'가 그려진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그는 이 책에서 소설의 'ㅅ'자도 꺼내지 않지만, 요리 얘기를 한다고 하면서 줄창 레시피 얘기만 한다는 점에서 역시 직업은 못속인다는 말이 나오게 합니다. 그리고 그의 '미숙함(아마추어다움)'은 실은 이 책의 핵심 재미 요소입니다. 독자는 이 책에서 완벽한 요리나 성장서사를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못하는 상태로 계속 요리를 해가는 것 자체가 재밌습니다. / 공식홈페이지, 다산북스

저자는 철저한 레시피주의자인데요.(‘주방의 현학자’) 고금의 믿을만하고 재밌는 레시피 책 수백권을 갖추어두고 있습니다.

그의 타고난 요리 능력이 워낙 '바닥'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신뢰할만한 레시피책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절실해지죠.

(안타까운 점은,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요리를 해도 거기에는 해방감이나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장을 보러 갈 때 정확한 목록과 친절한 요리책이 있어야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장을 보는 이상적인 일, 즉 장바구니를 팔에 걸고 경쾌하게 걸어가며 편안한 마음으로 당일 최상의 식재료를 사 가지고 와서 전에 만들어본 것이든 아니든 무언가를 임의로 요리해내는 그런 일은 영원히 내 능력 밖의 일일 것이다. 나는 부엌에 서기만 하면 노심초사하는 현학자*가 되어 가스레인지의 온도와 조리 시간을 엄수한다. 나 자신보다는 주방기구를 신뢰한다 [...] 레시피대로 요리할 때 내 마음대로 하는 부분은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재료를 더 넣는 것 뿐이다. 이 수칙에는 오류가 없지 않은데, 그 사실은 언젠가 고등어와 마티니, 빵가루로 완전히 엉망인 요리를 만듦으로써 확인되었다. 손님들은 그 요리로 포식하기보다는 술에 취하고 말았다.

-줄리언 반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이하 동일)

*'현학자'로 번역된 pedant는 '학식을 자랑하여 뽐내는 사람'이 아니라, '실속 없는 이론이나 빈 논의를 즐기는 깐깐한 공론가'를 뜻한다고 합니다(옮긴이 주 참고)

제가 이어 이 책을 레터에 가져와본 이유는 이 책이 ‘네모난 단어 상자에 욱여넣을 수 없는 취미의 다양한 층위,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아마추어이면서도 어떻게 본격적으로 즐거운 도전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시 우리가 통상 '요리가 취미!'라고 누군가 말할 때 기대하는 내용을 완전히 배신했다는 점일텐데요.

그의 요리 취미는 그의 독특한 능력과 희망, 개성 (장보기 능력☆ 요리기술 ★☆ 장서수집취미 ★★★ 좋은 글 감지 능력 ★★★★ 친구와 가족에게 멋진 한끼를 대접하고 싶어함 ★★★)을 기반으로, 어떻게 지속가능한 아마추어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죠. 즉,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요리 책’이라기보다는 ‘요리 레시피책 서평’에 가까울 정돈데요.

저자는 ‘글’에 깐깐한 소설가인만큼 레시피 책에도 깐깐합니다.

장난스러운 레시피 작가가 쓴 ‘10분 요리 레시피(주의: 따라할 시 맛없고 우울해질 수 있음)’ 슬로쿠킹을 추구하는 장인 요리사의 ‘8시간 간단 닭요리 레시피’ 등을 읽고 감격하거나 시무룩해지거나 즐거워하는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죠.

* 포미안의 책(<10분 안에 하는 프랑스요리, 현대인의 생활리듬에 맞추기>,1948)에 송아지 머릿살 튀김 레시피가 있는데, 그는 마치 우리가 글쎄 하며 반신반의한다는 걸 알아차리기라고 한 듯 “한번 만들어보세요, 정말 상당히 맛있어요”라고도 말한다. 그런가 하면 수플레 포테이토는 절친한 친구가 왔을 때만 만들라고 권고한다. 십중팔구 “요리를 망치든가, 성공하더라도 저녁 내내 손님 대접에 소홀한 잘못을 빌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 그렇지만 그가 동정심이 풍부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마음속 깊이 내 편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은 것은 ‘뵈프 아 라 피셀’이라는 요리의 레시피를 보았을 때였다. 거기에는 요리가 다 되면 이렇게 하라고 쓰여있다. “냄비에서 고기를 건져내어 끈을 제거한다. 고기의 표면이 회색이라 시각적으로는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시점에는 기분이 좀 우울해질 수 있다.” 이 말처럼 격려가 되고 현학자에게 우호적인 글이 또 있을까

* 요리책 저자들 중에는 책을 출간하기 전 몇달 안에 모든 레시피를 처음부터 생으로 만들어낸 것인 양 소개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리그슨은 원전을 밝힌다. 다른 사람들의 레시피를 인용하고 출처를 밝혀 칭찬한다. 어떤 요리책 저자들은 자기들 것이 최신식이라고 우쭐해하며, 지식의 양과 재료의 가짓수가 적었던 옛적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풍긴다. 그리그슨은 현재를 기술과 지성의 부단한 상승 곡선의 정점이 아닌, 예로부터 연속되는 과정의 한 순간으로 여긴다. 사실 우리는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이전 세대에 비해 안식이 높지도 않고 그만큼 좋은 결과를 내놓지도 못한다 […] 그리그슨은 학식이 상당하지만 과시적이지 않다. 그녀는 양배추를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양배추는 재배하기 쉽고, 연중 거의 언제나 푸른 잎을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원천이다…집안에서 화분에 키우면 안좋은 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는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저는 이런 대목을 읽으면서, 요리는 일단 둘째 치더라도(?) 좋은 텍스트와 소통의 조건에 대해 섬세하게 풀어놓는 저자의 안목에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왜 그동안 '취미'를 마치 자판기에 늘어선 똑같이 생긴 캔콜라처럼 생각했는지 스스로도 의아해졌습니다.

직업이 목수인 사람이 하는 취미 요리와, 혼자서 밥 먹는 것을 좋아하는 건축가의 취미 요리, 심지어 요리는 못하지만 신선한 채소를 가꾸어 먹는 사람의 취미 요리,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먹보 사람이 가성비를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먹는 생존 요리는 모두 천차만별로 다를텐데요.

저자는 확실히 이 책 내내 ‘진심’이고 ‘열정’을 다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적인 방식에서입니다. 그는 ‘전문 요리사’ 못지 않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거나, 직접 뱀장어 껍질을 벗기거나, 육수를 끓이는데만 6시간이 걸리는 ‘슬로쿠킹’ 요리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은 ‘주방의 현학자’에게 맞지 않는 일입니다.

* 언젠가 소호의 중국인 생선가게에서 뱀장어 한마리를 산 일이 있다 […] 나는 그걸(뱀장어 껍질벗기기) 해봤다는 사실이 기뻤다 […] 그러나 딱 거기까지일 뿐 나는 내 생활이 그런 활동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걸 바라지 않는다. 훈제를 하든 스튜를 하든 […] 대개 내 입맛에 맞지만, 이제 껍질을 벗기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시킬 생각이다.

* 슬레이터씨는 분명 친절한 사람 축에 속하지만 나는 요리책 시장에 결여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요리책을 읽다보면 우리에게 신나는 도전을 하게 하는 것도, 자신감을 주는 것도 있다. 앞엣것은 ‘남다른 솜씨와 시간과 돈이 드는 레시피’ 뒤엣것은 ‘바보라도 뚝딱 만들 수 있는 레시피’ 부문에 속할 것이다.

그 중간쯤에 결여된 한 부문을 만들어 잠정적으로 ‘보기보다 좀 어려운 좋은 레시피’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어떨까? 아니 좀 더 간명하고 효과적인 ‘진짜 레시피’는 어떤가, 그럼 인기가 있지 않을까?...

‘진짜 레시피’라는 단어를 읽고서, 한참 펜을 쥔 채 가만히 글자를 응시했습니다.

아마추어의, 능력과 별개로 그 자체를 즐기는 것에서도 도전을 느낄 수 있는 취미러의 영역을 단 다섯 글자로 이렇게 간명하게 표현하다니요!

책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누군가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듯, 누군가의 취미를 과연 한 단어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고요. 그리고 만약 그의 취미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다면, 과연 일방적인 강습으로 진정 자신에게 맞춤한 취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따라붙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저자는 요리 강습을 받은 적도 없고, 받을 계획도 없다고 하지만 이런 종류의 강좌라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요리는 장보기에서 시작한다. 앞으로도 내가 요리 강좌를 들을 것 같지는 않지만, 장보기 강좌가 있다면 선뜻 신청할지 모른다. 전임강사로는 영양사, 요리책 저자, 게임이론가, 심리학자 등과 같은 전문가들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 요리책들은 대개 요리에 필요한 기구와 과정을 설명하면서 시작하는 한편, 장보기에 필요한 상식은 독자가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가정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려받은 볼품없는 헌옷같은 지식으로 무장하고 장을 보러 간다 […] (반면 이 레시피의 저자 마르첼라 하잔은) 토마토는 대부분이 생 토마토보다 맛있다며 토마토 통조림을 사용하라고 권한다 […] 그녀의 레시피는 자유를 최대한 허용할 뿐 아니라, 내 경험으로는 내가 아는 그 어떤 것보다 더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맛은 진짜에 더 가깝다. 그녀는 충분한 자신감을 준다.

앞서 말했듯, 모든 사람은 자신의 본업이나 성향에 따른 관심사와 허용된 시간과 돈, 노력, 주된 관심사, 취향, 자유시간에 들일 수 있는 역량 등 모든 것이 다릅니다.

만약 이런 차별점, 균형을 스스로 만들어가야한다는 것을 무시하고, 단지 취미의 ‘종목’과 전문가적인 기준에만 집중하다보면 우리는 쉽게 좌절하고(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 단지 소비나 따라하기를 통해서만 취미하는 ‘기분’을 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2) 오프로드 바이크 취미를 그만둔 뒤 저자는 본업인 소설쓰기에 매진하는데요. 하지만 십여년 뒤 한 바이크를 우연히 발견하고, 타보고 여전한 전율을 느낍니다. 실은 취미를 '시작하다' '그만두다'라는 말 자체가 일관적이고 직선적인 활동을 전제로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사정이 되고, 내킬 때 있는 힘껏 즐기면 되는 일인데요.

“소설쪽이 역시 재미있어”라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리자 온몸 구석구석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고, 세포 하나하나가 피 한방울 한방울이 기분 좋게 전율했다…혼의 떨림이었다…오토바이에는 아직 좀더 수수하고 조용한 감동을 전하는 힘이 남아았었다…그리고 다음 날의 집필은 평소와는 달리 쾌조로 나아가, 광맥의 단단함에 나도 모르게 주춤하는 그런 일은 없었다 - 마루야마 겐지, <취미 있는 인생>

【4.취미는 [개인적]인가? : 엉뚱한 ‘취미’를 상상하다】

이상, 저는 그간 취미와 관련해서 우리를 뒤덮어왔던 ‘고정관념’을 들춰보았습니다. 과연 취미는 힐링이어야 할까? 혹은 그 반대로 취미는 본격적이고 일관적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이죠.

요는 우리가 각자 삶의 개성에 맞게 주체적으로 취미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취미에 대한 낯선 질문들을 던져본 김에, 마지막으로 엉뚱한 질문을 하나 더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과연 취미가 개인의 행동, 능력(단련)에만 맞추어질 필요가 있을까?’

취미의 핵심 조건이, 돈을 받지 않고 여가 시간에 자발적으로 하는 일 / 그 일에서 스스로 즐거움과 충족감을 느끼기 /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일정기간 꾸준히 지속해보기 라면,

이 모든 걸 충족하는 것이라면 ‘취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죠.

그리고 저는 이런 조건들을 낯선 방식으로 흥미롭게 충족한 한 권의 책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독일의 연극감독 슈테파니 크비터러가 쓴 책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는 ‘제목이 곧 내용’인데요.

베를린의 낯선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육아휴직을 하게 된 저자가 “200일 동안 최소 200곳의 이웃집을 방문하겠다!”고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과정을 써낸 책입니다.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 독일어판 표지. 저자는 케익을 직접 구워 바구니에 담고서 이웃집의 벨을 누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00곳이 넘는 집의 벨을 누른 결과 100여곳의 이웃집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블로그에 연재했죠. (왼쪽) 동화 속 '빨간모자'처럼 양손에 차가 가득 담긴 바구니와 직접 구운 케이크를 들고 이웃을 방문한 저자의 모습 / Knaus, RND(링크)

베를린의 한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된 저자는 이웃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대도시에서 외롭고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고요. 특히 그가 새로 살게 된 지역은 인구 밀도가 높고 아이 뿐 아니라 관광객, 이주민, 타지 출신, 노인 등 작은 차이와 ‘민폐’에도 굉장히 민감하고 혐오가 만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화를 내고 주눅들어 지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자신의 이웃이 모두 혐오자인지 궁금했고, 자신의 주변에 어떤 이웃들이 살고 있는지 그들을 직접 만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겉보기와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직접 마주할 수 있었고요.

* 사람은 혐오 대상에 속하지 않는 한 혐오에 관대할 수 있다. 이사온 지 두달만에 나는 아기 엄마가 되었고, 곧바로 혐오감으로 번득이는 시선의 표적이 되었다 […] 이 동네에서는 유아차를 밀고 다닌다는 사실만으로 범죄의 표적이 되기에 충분했다 [...] 더는 끊임없이 '혐오 대상'에 둘러싸인 채 나 자신도 혐오 대상이 되어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 조만간 무슨 일이든 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창가에서 시간을 다 보내게 될 것이다.

* 오늘은 벨을 누르자마자 갱스터 래퍼를 완벽하게 연출한 청년이 문을 열어주었다 […] 흡사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총구를 겨눌 것도 같은 모습이었지만 젊은 래퍼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공손하게 말했다. “오늘 엄마 생신이에요…”

-슈테파니 크비터러,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이하 동일)

물론 이 책의 주된 내용은 2893번 초인종을 누른 저자가 문전박대를 무릅쓰고 이웃들을 만나다보니 “벽 너머에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 산다”는 것을 알게 된 고난과 도전, 감동 스토리인데요.

그런데 저는 오늘 레터를 위해 이 책을 ‘취미’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읽다보니 흥미로운 독서가 가능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의 삶과 깊게 연관된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요.

1. 돈을 받는 노동 = 남편의 작곡, 저자의 정규직 연극 업무

2. 돈을 받지 않는 필수 노동 = 가사, 돌봄노동 (갓난 아기 돌보기)

3. ‘취미’ 등 =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

이는 물론 저자의 삶 뿐 아니라 우리 삶에도 적용 가능한 틀이고요.

당연하게도(?) 우리는 통상 1, 2의 영역을 가장 중요시하곤 합니다. 아래 인용에서, - 저는 다양한 ‘일’이 부딪는 지점,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3의 영역과 어우러지거나 혹은 침범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 (’일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라는 질문은) 일과 전혀 무관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결코 유쾌한 질문이 아니다 […] “엄마, 극장 일(①)은 나도 몰라요. 지금 나한테 극장은 뒷전이야. 요즘 이 동네에서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③)를 하고 있거든요. 남의 집에 찾아가서 티타임을 가지는 거예요.”

* “싫어! 그놈의 이웃집 방문! 돈도 안 되면서!” 나는 톰과 언쟁할 때 돈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 끔찍하다 […] 돈이 있으면 베이비시터(①)를 구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최근 들어 좀 지쳤다. 마리를 돌보는 일(②)에만 집중한다면 덜 피곤할 거라는 톰의 말이 맞다. 그러나 그럴 경우 나는 덜 행복할 것이다 […] 이웃집 방문(③)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톰은 왜 모를까?

*괄호 속 번호는 직접 삽입

당연한 일이죠. 먹고 살기 위해, 우리 스스로와 가족을 돌보기 위해 우리는 필수적인 노동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주 새삼스럽게도, 생각해봅니다.

만약 우리가 1,2의 영역이 그렇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3을 위한 영역을 전혀 남겨두지 않는다면, 이런식으로 우리 삶에 필요한 질문들을 제기하고 또 무언가 돈을 바라지 않고 세상을 위한 고민과 작당을 하는 것(돈이 되지 않고,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이 가능할까요?

모두가 1,2의 영역에만 묶여 자신의 세계 바깥을 내다보지 않는 사회에선 - 우리가 정말로 중요한 것을 한발짝 떨어져서 바라보고, 또 진짜로 필요한 것을 하기 위한 시간을 낼 수 있을까요?

한편, 흥미로운 점은, 1,2와 전혀 별개인 것처럼 보였던 3의 영역(취미/프로젝트)이 결국은 1,2와도 연결되는 지점이었습니다.

저자는 아이가 점점 커감에 따라 때때로 갓난 아이를 데리고 낯선 이웃집을 방문하기도 하는데요. 걱정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아이는 편안하게 새로운 환경에 호기심을 느끼고 이웃들과도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죠. 이웃들도 아이를 즐겁게 환대해주었고요.

물론 저자는 본업에서도 보람을 얻긴 하지만, 저자의 이 ‘취미’는 비단 자신 뿐 아니라 - 그가 속한 공동체와 수많은(저를 포함해) 전세계의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꼭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취미’라는 애매하면서도 본격적인 영역에서 - 그때그때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제법 흥미로운 일들을 만들어내서, 해보고, 어울려보고, 무엇이든 시도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요?

이런 재미나고 개성적인 일들을 꾸며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이 얼마나 풍요롭고 재밌어질지에 대해, 저는 골똘히 상상해보았습니다.

【5.맺음말】

오늘 레터를 쓰며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취미는 ‘명사’라기보다는 ‘동사’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고요.

‘취미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기보다는, 무언가든 손에 쥐고 그때그때 작당하는 법을 알면 될 일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일을 할 수 있는 조금의 ‘자유 시간’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동안에 꼭 분연히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분연히 무언가를 해도 됩니다. 취미는 때론 도피가 될수도, 때론 본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세상에 어떤 사람은 시속 80km로 달리는 손수레를 만드는 것이 취미입니다.(링크)

다만 저는, 우리가 우리의 자유로 쓸 수 있는 ‘빈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꾸준히 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문화산업에선 우리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자꾸 핸드폰 중독이라든지 도파민 중독 같은 ‘부차적인 이야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저도 앞으로는 ‘취미’라는 단어에 주눅 들기보다는, 조금 더 자유분방한 생각을 지니고 - 이것저것 기웃대며 흥미로운 이런저런 일을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간의 무모함과 아마추어다운 용기를 안고서요.

※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마루야마 겐지, 고재운 옮김, 『취미 있는 인생』, 바다출판사, 2018.

-마루야마 겐지가 1970~80년대에 쓴 에세이 가운데 일부를 엮어 번역된 책입니다. 원제목은 <매일의 즐거움>이라 오늘 레터에서 다룬 취지와도 잘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즉 이 책의 제목엔 '취미'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은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어떻게 매일을 즐거움으로 채워갈 수 있을지에 대한 책입니다.

사족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인스피아를 시작하기 전에 수년 간 꽤 본격적인 취미(웨이트 트레이닝)를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근래 깡그리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어 슬펐습니다.(지금은 또 취미란에 쓸 것이 없습니다) 제가 의지박약이고, 그때의 시간이 '허송세월'이었던 것 같아서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한때 불태웠던 취미일지라도 그 정열과 경험은 군불로 남을 수 있다는 것 - 그리고 그때의 경험 그리고 미래의 경험은 꼭 '일관적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위안이 되었습니다. 실은 취미 뿐 아니라 '업'과 관련해서도 그럴텐데요.

줄리언 반스, 공진호 옮김,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다산책방, 2019.

-영어 원제는 <주방의 현학자The Pedant in the Kitchen>입니다. 얇고 유머러스한, 키득대며 읽을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아무래도 저 역시 뚝딱거리는 '현학자'에 가까운 사람이고, 그가 요리를 못하면서 요리 취미를 갖고 있듯 저 역시 운동을 못하면서 운동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하며 읽은 책입니다.

여튼 취미에 대한 사담을 조금 더 이어보자면, 주변에서 여전히 제 취미가 한때 운동이었다고 하면 다들 물고기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걸 보듯 경악(?)하곤 하는데요. 제 '웨이트 트레이닝' 취미는 실은 줄리언 반스의 요리 취미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합니다(<헬스장의 현학자 혹은 그냥 운동바보>). 제게 있어 운동에 매진했던 시간은 실은 엄밀히 말하자면 '운동 못하기'에 매진했던 시간이나 마찬가지였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큰 무게를 번쩍번쩍 들거나 유연하게 무언가를 해내진 못했지만 제 몸을 더 잘 알고 몸과 소통하게 된 경험은 제게 많은 깨달음과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어쩌면 인스피아를 쓰게 된 경험도 실은 운동을 했던 시기의 '잘 못하고, 모르는 것에도 진절머리를 내지 않고 즐겁게 꾸준히 묵묵하게 - 할 수 있는만큼 최선을 다해보기'와 긴밀한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오늘 레터에서 자세히 다루진 못했지만, 이 책도 실은 저자의 본업과는 전혀 상관 없는 취미에대한 이야기지만 - 다른 방향으로 읽는다면 이 책의 테마는 '진정성 있는 텍스트, 독자와 저자의 소통은 무엇인가'라고도 읽을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적이면서도 본격적인 취미러의 태도에 관심이 있으신 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슈테파니 크비터러, 김해생 옮김,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 문학동네, 2023.

-실은 원래 이 책 대신 다른 책을 다룰 예정이었는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찾던 중 이 흥미로운 책을 꺼내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머리를 식힐 겸(?), 그리고 언젠가는 관련 주제를 쓰고 싶었던 차라 참고용으로 이 책을 읽다보니 금세 빠져들어 읽게 되었고요. 읽다보니 - 이 책 속 '프로젝트'가 '취미'가 되지 못할 이유는 대체 뭐지?라는 질문 하나가 머릿속을 빼곡히 메우게 되어 이 책을 오늘 레터에서 함께 다루어보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은 '프로젝트'이지만, 실은 저자의 이 시도는 - 그가 그 동네에 사는 한, 또한 이웃이 있는 도시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 단지 '일시적인 프로젝트'에서만 끝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 때문에 저자의 이 시도, 그리고 이 시도를 글로 적어낸 활동을 당연하게도 '취미'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남는 시간마다 각자 핸드폰을 멍하니 보는 대신, 이런 자기 나름의 고민 끝에 한번 해보기로 한 개성넘치는 '취미'들을 갖고 실행하게 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많은 '잼얘(재밌는 얘기)'들로 가득해질까요!

【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나의 취미는 수학 공부입니다”

독서시간: 약 4분 / 글자수: 약 1600자

🖍글 속 한 문장

정년퇴임 후에도 학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그 열정의 대상은 자신의 전공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수학이었다. 2년 전 수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그는 지난달 텍사스 A＆M 주립대에서 수학과 석사 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 난관을 이겨내고 석사 과정을 마칠 수 있었던 건 수학이라는 학문이 주는 재미 덕분이었다고 이 교수는 돌아봤다. "일어나서 밥 먹고 공부하는 게 거의 하루의 전부였어요. 문제를 파악하고 나면 어떻게 풀 수 있는지 계속 생각하는 거죠. 보통 하나를 가지고 이틀 정도 고민했는데 제힘으로 풀고 나면 마치 하루 종일 들여다보던 낚싯대의 찌가 흔들리는 것처럼 즐거워요. 그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죠."

👤김스피의 블라블라

최근 이슈가 된, 이한선 고려대 건축학과 명예교수(70)의 '취미'와 관련된 연합뉴스 인터뷰입니다. 그는 명예퇴직 후 미국으로 건너가 자신의 본 전공이 아닌 수학 공부로 석사 학위를 새로 땄는데요. 그는 수학 문제를 하루 종일 고민하는 것에서 순수한 즐거움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교수와 상황은 다르지만,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인상적인 '학위 콜렉터'에 대한 기사를 읽었던 것이 기억나 링크를 동봉합니다(“대학에 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던 남자”24.6.3·링크). 이 인터뷰의 주인공인 Benjamin B. Bolger는 30년간 하버드, 예일, 옥스퍼드 등 유수의 명문대에서 공부하고 부동산학, 심리학, 법학 등 학위를 총 14개 가지고 있는 독특한 남성입니다. 그는 “나는 공부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30대 직장인이 ‘퇴근 후’ 캐낸 진실

독서시간: 약 7분 / 글자수: 약 2900자

🖍글 속 한 문장

정씨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평범한 회사원인 자신이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까지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경향신문의 산양 떼죽음 연속 보도를 본 뒤 분노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납득할 만한 답변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환경논쟁에서는 국민들이 잘 나타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이번 산양 떼죽음 사건에서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명하고도 집요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퇴근 후 시간을 쪼개 차근차근 정보공개청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평범한 30대 회사원인 정형준씨는 지난 겨울 산양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시리즈 기사를 보고 문제의식을 느껴 직접 퇴근 후 짬을 내어 진실을 추적했습니다. 그리고 환경부의 지난 보고서들을 살펴보며 환경부 공무원들이나 전문가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죠.

정씨는 산양에 대해 특별히 마음이 쓰이게 된 계기에 대해, “강원도를 자주 여행하면서 한국의 자연 환경을 사랑하게 되었고, 특히 산양 서식지인 오대산 일대를 가장 좋아하다 보니 군데군데 보이는 산양 서식지 보호 팻말을 보면서 관심을 가져왔다”고도 말했습니다. 꼭 취미가 '연속적'일 필요도, 거기에 대해 전문가 수준으로 '통달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면 - 기사를 읽으며 자신이 조금 관심이 생긴 문제에 대해 직접 파고들어보는 것도 취미 활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본 괴짜 소설가의 인생론, 작품론

독서시간: 약 15분 / 글자수: 약 7900자

🖍글 속 한 문장

“소학교 3학년 때 특수학급이라고 해서 몸이 약한 아이나 정신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모아놓은 학급에 들어가게 됐어요. 저는 건강한데 배정받았습니다. 나중에야 이유를 알았어요. 운동회 때 ‘유희’라고 학생들끼리 손 잡고 춤추는 시간이 있는데 바보같이 느껴져 집에 가버린 적이 있죠. 열 살짜리가 학교 말을 듣지 않은 거예요. 또 전쟁이 끝나고 황실 왕족이 죽었을 때 도쿄를 향해 머리를 숙이라고 했어요. 그 사람이 대체 누구냐 물으니 선생님께서 이러이러한 사람이다라고 설명해 줬는데, 저는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고 하곤 또 집에 가버렸죠(웃음). 결국 정신적으로 이상한 아이로 찍혀서 특수학급에 간 겁니다...다른 반 학생들이 우리 친구를 괴롭히면 제가 막 때려줬어요. 선생님은 또 모른 척했고요. 얼마 후 아무도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취미 있는 인생>을 쓴 마루야마 겐지를 안희경 작가가 과거 심층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저는 책을 읽고 나서 검색을 하다가 이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요. 책을 통해 느낀 저자의 개성이 -어려서부터 '남들 다 하니까'라는 이유로 무언갈 하는 걸 일체 거부해온 - 인터뷰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 깜짝 놀라면서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인터뷰를 읽으면서 문득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취미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 역시, 취미라든지 취향 자체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 적당적당히 남들 하는 것 하면서,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사는 트렌드와 더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결국 자신의 삶과 관심사에 맞는 취미는 본인의 고민과 타협에서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의 취미는 데모입니다”

독서시간: 약 11분 / 글자수: 약 5300자

🖍글 속 한 문장

“정보라 작가는 소설을 쓰고 번역하고, 데모를 한다. 지난해 소설집 <저주토끼>가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올라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시민 정보라’의 행보는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시위 현장 어디선가에서 그를 볼 수 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자신의 취미를 ‘데모’라고 말해 온 정보라 작가의 인터뷰입니다. 주로 취미나 개인적인 취미나 취향에 대해 폭넓게 다루어온 '아무튼' 시리즈인데요.(보드게임, 떡볶이, 문구...) <아무튼 데모>(링크)라는 책이 나왔다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실은 저 역시 오늘 레터를 쓰는 내내 '취미'라는 단어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기회였는데요. 어느정도 취미라는 단어 역시 현대에 와서 만들어진 개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과거엔 주로 어울려서 무언가를 하는 일도 많았고, 어떤 일이 전문화(분업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하고 싶은 일을 그때그때 하고, 무언가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적당히 그 일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요? 그게 취미라든지 본업이라든지 하는 생각은 안하고요. 취미라는 단어 그 자체가 왠지 개인적이고 직능(능력)적인, 일관적인 스토리라인을 갖춘 자기완결적인 이미지를 품고 있습니다.

먼 옛날 친구와 수십년간 하루종일 장기를 둔 사람이 자신의 '취미'가 장기라고 생각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걸 보고서 '당신의 취미는 장기네요' 라고 말하면 '그게 뭐?'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자유시간이 개인의 내면을 다스리거나, 능력을 키우는 이미지로 '축소'된 것에는, 무언가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함께 해보려는 시도가 축소된 현상과도 이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취미든 작당이든 뭐든, 본질적으로는 ‘시간을 보내는’ 것과 관련된 일이니까요.

👥베르나르 뷔페 전시회 당첨자 발표

지난 레터에서 공지했던 베르나르 뷔페 전시회 티켓 이벤트에 많은 분들이 응모해주셨습니다. 당첨자 10분을 발표합니다. 아래 당첨자분들께는 실물 티켓을 우편으로 곧 배송드릴 예정입니다.(1인 2매) 감사합니다.

이름(or 닉네임*가나다 순) / 휴대전화 뒷번호

김*용 4408

딘* 5111

성*경 9840

송*인 3593

유*수 6819

윤*훈 4683

이*인 9104

정*아 6563

정*성 1433

최*현 1871

👥지난 회차의 반응

지난 회차(‘‘충격’ 뉴스와 ‘노잼’ 뉴스 : 도파민은 세상을 바꿀 수 있나?’)에 대한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모아 소개합니다. 편지로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버튼을 누르면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읽을 수 있습니다.

👥지난 회차의 반응 및 피드백

1. 오늘 레터는 어떠셨나요? 아래 ‘💌편지보내기’ 버튼을 눌러서 오늘 레터에 대한 감상이나 질문 등을 보내주세요. 간단한 한줄 감상도 좋고, 연구자님이 떠올리신 독특한 해찰거리도 좋습니다 :) 레터를 통해서 보내주시는 작은 격려와 의견들이 레터를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흥미로운 해찰은 레터를 통해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스피아에서 차후 다뤄볼만한 주제나 좋은 콘텐츠 등의 추천도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1.혹시 지난 회차 가운데서 '아, 이 회차에서 이 책(혹은 영화 등)을 다뤘었으면 좋았을텐데, 아깝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지난 회차의 주제에 대한 책이라도 추천해주시면 검토 후 레터에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신간도 구간도 상관 없습니다. 회차명과 책 이름, 그리고 짤막한 추천 이유를 적어서 아래 '💌편지 보내기' 버튼을 통해 보내주세요. 지난 회차의 레터 내용은 아카이브 페이지(💬링크)를 참조해주세요.

(*2024년부터 스티비 정책의 변경으로 gmail 발신 주소가 변경되어, 예전처럼 이 메일에 ‘답장’ 형태로 감상 등을 보내주실 경우 제가 읽을 수 없습니다! 메일을 보내실 경우, khnewsletterkh@gmail.com < 이 주소를 복사 붙여넣기 하여 보내주세요🎈)

SNS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주변에 레터를 추천해주시면 창작에 큰 힘이 됩니다. 친구에게 레터를 소개해주시려면 '구독하기' 버튼을 눌러 나오는 주소를 복사 붙여넣기 하시면 됩니다.

오늘도 레터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회차(6/26일 6월 넷째주 수요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