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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이제 갈등의 시작이다

2019.03.27 20:47 입력 2019.03.27 21:03 수정

[경제직필]공유경제, 이제 갈등의 시작이다

최근 미국 금융시장의 관심은 약 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공유 업체 리프트(Lyft)의 기업 공개에 쏠려있다(현지시간 3월28일). 리프트는 북미에서 차량 예약을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 기업으로, 잘 알려진 우버(Uber)의 경쟁 업체다. 이번에 리프트는 약 20억달러를 조달할 예정이다.

[경제직필]공유경제, 이제 갈등의 시작이다

우버와 리프트의 급성장으로 공유경제는 이제 예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공유경제 성공의 이면에는 엄청난 갈등과 아픔도 있다. 뉴욕시의 택시면허 가격은 2014년 대비 80%나 하락했다. (그래프 참조)이 과정에서 기존 택시업계와 차량공유 업체 간 갈등으로 택시 기사 8명이 자살하기도 했다. 결국 뉴욕시는 우버와 리프트 등 공유차량 업체들의 신규 면허 발급을 당분간 중단하고 다양한 규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호주 상황도 뉴욕과 비슷하다. 택시면허 가격이 거의 90% 하락하면서 기존 택시업계와 공유차량 기업 간에 대규모 소송전이 펼쳐지고 있다. 갈등이 심각해지자 호주 정부는 기존 택시업계에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의 공유경제는 가정용 정수기나 안마의자 같은 렌털산업을 통해 발전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산업은 공유경제라기보다는 상품을 할부로 사는 형태에 가깝다. 따라서 최근의 공유택시 도입이 실질적으로 공유경제가 적용되는 첫 사례로 볼 수 있다. 한국도 다른 선진국과 유사하게 공유택시를 둘러싼 엄청난 갈등에 싸여있다. 차량공유 기업과 정책당국자, 그리고 기존 택시업계 간에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공유경제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는 공유경제 도입에 따른 혜택보다 사회적 갈등이 더 심각한 상황이다.

반면 동남아시아나 중국에선 공유택시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국가들은 현재의 한국이나 선진국과 달리, 주된 교통수단이 버스 등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오토바이였다. 최근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이들 국가는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공유차량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갈등이 미약하다.

과거 휴대폰이나 인터넷이 도입될 당시에는 별문제가 없었는데, 왜 공유택시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까? 그 이유는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가 대체재인가 아니면 전혀 새로운 것인가에 달려 있다. 휴대폰이나 인터넷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제품이다. 반면 최근 논란이 된 공유택시는 기존 택시산업을 ‘대체’하는 성격이 짙다. 수요가 고정된 상태에서 대체재가 출현하면 시장은 효율적으로 변하지만, 경쟁은 보다 치열해진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재화가 선택되면서 오랜 기간 유지되던 기득권 상실은 불가피해진다.

논리적으로 공유는 소유보다 사회 전체의 행복을 증대시킨다. 과도했던 소유 욕망을 조절하게 하는 21세기의 엄청난 발명품이다. 향후 원하든, 원하지 않든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는 공유경제와 마찬가지로 사회 전반에 스며들 것이다. 그러나 공유택시 논란에서 보듯이 ‘대체’ 성격이 강한 4차 산업혁명의 여러 영역에서는 심각한 갈등을 내재하고 있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핀테크, 온라인 쇼핑, 원격진료, 온라인 교육 등도 기본적으로 대체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시간의 문제일 뿐 기득권 갈등이 나타날 것이 명확하다. 영국에서 산업혁명 초기 40년간 실질임금이 10%나 하락하면서 다양한 사회 갈등이 초래되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은 사람의 일자리를 기계에 넘겨주는 동시에 사회를 제로섬 사회화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영역의 기득권에 기술이 도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결과 엄청난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기술의 진보가 사람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상호관계를 세심하게 관찰한 후, 장기적 시각에서 기존 사회의 근본적 수정이다. 변화에 끌려가면서 선제적으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기술의 발전이 디스토피아(dystopia)로 향하게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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