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스티븐 코비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두 번째,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Begin with the end in mind)이다. 1996년 스티븐 코비사의 한국 파트너 회사에 입사하느라 무심히 읽다가 내 인생을 처음으로 되돌아보게 한 전환의 책이었다. 1994년 출간 당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초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이 25년이 지난 지금도 읽히고 있는 걸 보면, 저자가 언급한 습관은 여전히 유효한가 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좌우 정권을 떠나 이런 장면을 너무 많이 보다 보니 의문이 든다. 변호사가 되려면 로스쿨에 가고 변호사시험을 준비한다. 의사가 되려면 의사자격시험을 봐야 한다. 공무원도 다르지 않다. 다 필수과목이 있다. 비록 유한하긴 하나 어마어마한 예산과 법을 정하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정치인의 필수과목은 무엇인가?
아주 오래전에 미국인 대학생과 노래방에 갈 기회가 있었다. 왁자지껄 음주가무가 이어지는 가운데 누군가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 대학생 왈, 자기는 앞으로 정치인이 될 거라 이런 유흥 장면이 찍히면 안된단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놀라서 술이 확 깬 경험이 있다. 불과 20대 대학생이 이런 처신을 할 수 있게 만든 건 무엇일까?
아들이 이제 고3이다. 초·중·고를 거치며 학기 초에 꼭 제출해야 하는 설문지에는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포함돼 있었다. 요즘엔 희망 대신 장래직업을 묻기도 한다.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묻는 것까지는 좋은데, 학교가 아이가 희망하는 장래직업에 맞춰 맞춤형 교육을 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자꾸 장래직업을 묻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에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지, 새로운 직업이 무엇일지 잘 모르는 시대에 사는 터라 설문에 답하자면 한숨이 나온다.
이야기가 산으로 갔다. 바다로 옮기자면 올해 피서지에서 가장 많이 나온 쓰레기는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이다. 1인당 일회용 비닐 사용량 세계 1위도 우리나라다. 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져 우리 밥상에 오른다 해도 올해 추석 선물은 또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물건들을 선택할 거다. 같은 값이면 더 크고 있어 보이는 포장들은 모두 플라스틱인데 말이다. 마지막을 마음에 새기며 시작하지 않기에 촉발되는 대표적인 일이 바로 환경문제다.
우리는 여태 제대로 된 환경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거창하게 환경교육이라고까지 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소비교육이랄까, 자기 일상생활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소비의 시작점과 마지막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교과목에서 요청받은 적도 없다. 교육이란 자기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세먼지, 플라스틱 폐기물, 폭염 등등 환경문제가 일상생활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알고,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알다시피 환경교사는 멸종위기종이고 문화적인 방법으로 시민의 환경인식을 드높이고 있는 환경영화제 예산은 계속 깎이고 있다.
연세대가 내년부터 학부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인권을 교양 기초과목으로 개설한다. ‘인권과 연세정신’이라는 제목의 1학점짜리 강의는 ‘왜 인권인가?’ ‘인권의 역사와 내용’ 등 다양한 주제로 13주간 진행된다. 매우 고무적이고 부러운 일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자신과 타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에 대해 생각하고 배워본 적이 없다. 쌀이 마트에서 나오는 줄 아는 아이들이 자라서 기재부 공무원이 된다면 어떻게 환경교육 예산을 늘릴 수가 있을까. 대자연의 위용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환경정책 입안자가 돼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스티븐 코비의 말대로 황금알을 얻으려면 거위를 잘 돌봐야 하고,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성공의 원칙이다. 정치인 걱정은 그만두자. 인권에 이어 어느 대학에선가 기후환경 필수교양과목도 탄생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