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2020.02.16 20:20 입력 2020.02.18 09:21 수정

[노래의 탄생]양희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노래를 듣다가 가슴 한쪽이 무너져내린 경험이야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들을 때마다 번번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노래가 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1991>이라는 제목의 앨범 수록곡으로 불혹을 눈앞에 둔 양희은이 쓰고, 26살의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만들었다. 양희은이 단 하룻밤 만에 완성했다는 노랫말과 군더더기라고는 전혀 없는 이병우의 기타 선율이 어우러져 뜨겁고도 처연한 사랑과 절망의 노래를 조율해냈다.

1987년 결혼한 후 뉴욕으로 갔던 양희은이 ‘아침이슬’ 2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앨범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유학 중인 이병우를 뉴욕으로 불러서 노래를 만들어 연습하고 딱 하루 만에 앨범 전 곡을 녹음했다, 그러나 정작 처음에는 장사 안되는 음악이라면서 제작자들이 외면했다. 이 노래가 유명해진 건 몇 년이 지난 뒤 드라마에 삽입되면서부터였다.

불혹의 양희은은 이 앨범에서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목소리를 선보인다. ‘아침이슬’과 ‘한계령’을 거쳐 이 노래로 보컬리스트로서 정점을 찍은 느낌이다. 슬픔을 꾹꾹 눌러 담는 듯한 창법으로 그 안에 뜨겁고도 처연한 사랑을 펼쳐 보인다. 양희은과 이병우는 사랑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그네들의 슬픔을 거둬가기 위해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요즘같이 쓸쓸한 겨울 저녁이면 이 노래의 울림이 다른 계절보다 더 크다. 조수미, 이은미, 나윤선 등 굵직한 보컬리스트들이 리메이크했지만 그 백미는 최백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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