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우리 승리하리라

2021.04.05 03:00 입력 2021.04.05 03:01 수정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노래와 세상]우리 승리하리라

미얀마 군사정권의 만행을 고발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이 고 백기완 선생이 작사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영상을 보면서 울컥 한다. 미얀마의 시위 현장에서도 이 노래를 번안하여 부른다고 한다. 이미 홍콩과 중국, 태국과 캄보디아 등의 시위 현장에서 불리면서 저항노래의 상징이 됐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는 가사가 주는 무게감은 언제 어디서나 똑같다.

외신에 비친 미얀마 시위 현장은 1980년대 우리가 거쳐 온 시대의 그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우리도 그 당시 저항정신을 담은 팝송을 차용하여 시위 현장에서 불렀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흩어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실려 어딜 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 개 핏발 서려 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오월의 노래’로 알려진 이 노래는 프랑스의 샹송가수 미셸 폴나레프가 발표한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Qui A Tue Grand’maman)’를 차용하여 만든 노래다.

‘위 쉘 오버컴(We shall overcome)’은 만든 이가 불분명한 노래지만 밥 딜런, 존 바에즈 등이 반전 및 평화를 노래하는 현장에서 주로 불렀다. 우리도 ‘우리 승리하리라’로 번안하여 1970년대부터 민주화 시위 현장과 노동쟁의 현장에서 불렀다.

“우리 승리하리라/ 우리 승리하리라/ 우리 승리하리 그날에/ 마음 깊이 나는 믿네/ 우리 승리하리라.”

단순한 멜로디에 반복되는 노랫말이지만 그 간절함은 비장한 투쟁의 현장에서 불러본 이들만이 알 수 있다. 미얀마에서 흘리는 시민들의 피가 결코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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