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이 잘했다

2021.08.05 03:00 입력 2021.08.05 03:02 수정

[이범의 불편한 진실] 이명박이 잘했다

아파트값과 사교육비가 오르기만 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서울 아파트값과 사교육비를 3~4년간 하락시켰다. 이것은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이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 금융위기보다 훨씬 큰 충격을 준 외환위기 때에도 아파트값과 사교육비는 단 1년간 하락한 후 반등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서울 아파트값은 2009년 초까지 하락했지만 바로 반등해, 서울 평균값은 2010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거품이 심했던 강남과 목동은 회복하지 못했지만). 그런데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2014년까지 4년 연속 내렸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008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2009년까지 상승했는데, 이후 하락 반전해 3년 연속 내렸다.

이범 교육평론가·<문재인 이후의 교육> 저자

이범 교육평론가·<문재인 이후의 교육> 저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4일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과거 통계를 보면 공급이 많다고 꼭 집값이 내리지도 않고, 공급이 적다고 꼭 집값이 오르지도 않는다. 공급량뿐만 아니라 금리와 유동성, 투기적 수요에 대한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명박 정부 정책의 묘미가 드러난다. 그는 과거 정주영씨의 ‘반값 아파트’를 2007년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당선 이후 ‘보금자리 주택’, 즉 건물은 소유하되 토지에 대해서는 임차료를 내는 토지임대부주택을 분양하기 시작했다. 강남 인근 그린벨트에 시세의 80%로 아파트를 분양하니 강남 집값이 오를 수 없었고, 다른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도 자연히 억제되었다. 당시 아파트 공급량은 오히려 예전보다 약간 적은 편이었다. 즉 이명박 정부 정책의 성공 요인은 수요·공급 원리를 단순히 ‘추종’한 것이 아니라 ‘활용’한 데 있다.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라는 거대 공기업이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저렴한 제품을 내놓도록 한 것이다.

사교육비는 대학 간 격차(대학 서열화)와 일자리 격차라는 두가지 구조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요인 이외에 선발전형의 난이도(예컨대 시험이 얼마나 어려운가?)와 전형요소의 복합성(예컨대 철인 3종경기인가, 5종경기인가?)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래서 수능과 내신과 논술을 합산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해체하고 정시전형에 수능 100%를 허용했다. 수능 출제에 EBS 강의를 반영하는 정책을 안정적으로 관리했고, 2012학년도부터는 쉽게 출제해 만점자가 많이 나오도록 했다. 2000년대 외고 입시에 활용했던 공인 영어시험, 창의 사고력 수학, 고난도 영어 듣기 평가 등을 일절 금지하고, 외고 선발에는 내신 과목을 영어로 한정하고 과학고 선발에는 수학·과학으로 한정했다. 자사고를 크게 늘렸지만 학생 선발을 대부분 추첨으로 제한했고, 자율성이 큰 전국 단위 자사고는 별도 시험이나 학교 밖 스펙을 금지했다. 대입과 고입에서 ‘난이도’와 ‘복합성’을 낮춘 것이다.

대선 후보들은 어떤 대입 정책을 내놓을까? 시장주의자들은 ‘대학 자율’ 타령을 계속하고 있다. 도덕주의자들은 이른바 ‘교육적’ 가치에 따라 다양한 전형요소를 합산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명한 정치인이라면 이명박 정부를 참조하여 중심을 잡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또한 시장주의와 도덕주의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 시장주의자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을 중단시켰다. LH와의 경쟁을 버거워한 민간 건설사들의 이익을 대변한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그저 공급을 늘려 민간 건설사의 일감을 늘려주기를 주문한다. 이들의 반대쪽에서는 도덕주의자들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회수하고 국민임대주택을 늘리자고 주장한다. 이들은 보유세를 올리면 양도세를 낮춰야 매물이 늘어난다는 상식을 부정하고, 애써 마련한 3기 신도시에도 임대주택을 다량 배치했다.

이재명 지사가 발표한 ‘기본주택’ 정책에는 건축물만 분양하는 분양형(즉 보금자리주택과 같은 토지임대부주택)과 건축물도 임대하는 임대형 두 가지가 명시되어 있다. 도덕주의자들은 ‘임대형’으로 기울어지겠지만, 지금 같은 부동산 비상시국에는 무엇보다 ‘분양형’이 필요하다. 기본주택의 성패는 이명박 정부를 얼마나 벤치마킹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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