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도 봄은 오는가

2022.03.16 03:00 입력 2022.03.16 03:01 수정

2022년 3월21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의 정도가 같다는 춘분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란, 중앙아시아 등지에서는 춘분을 기점으로 나우루즈(아프가니스탄), 노루즈(이란)로 부르는 새해를 맞이한다. 전 세계에서 약 3억명의 사람들이 나우루즈 명절을 즐기며, 가족과 지역 공동체 내에서 다채로운 행사와 축하의 시간을 보낸다.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나우루즈는 이를 즐기고 기념하는 다양한 지역만큼이나, 이름의 발음에 따라 다양한 표기로 등재되어 있다. 이란을 중심으로 시도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는 총 12개국이 참여하였으며, 합의에 따라 등재국의 명단을 알파벳순으로 표기하였다. 이에 ‘나우루즈, 노브루즈, 노우루즈, 노우루즈, 나우루즈, 나우르즈, 노루즈, 누루즈, 나브루즈, 네브루즈, 노우루즈, 나브루즈’라는 명칭으로 함께 등록되어 있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새해를 나우루즈(Nawrouz), ‘새로운 날’이라 부른다. 나우루즈는 조로아스터교에서 유래된 명절로, 페르시아력 1월1일에 시작되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등지에서는 보통 2주간의 긴 명절을 보내게 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나우루즈를 ‘농부의 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국에서도 춘분을 전후하여 농가에서는 봄보리를 갈고, 농사를 시작하는 ‘춘경’ 작업을 했다는 기록들을 보면 절기에 따른 유사한 풍습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아프간 사람들은 ‘하프트 메와’ 즉 ‘7가지 과일’이라는 새해 상차림을 한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사마낙’이라는 명절 음식을 준비하며, 우리네 설날처럼 친·인척 모임을 위해 집안을 꾸미고, 새롭게 단장한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붉은 튤립으로 도시를 장식하는 붉은 꽃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나우루즈는 말 그대로 새로운 날의 시작이자, 가장 가까운 이들과 함께 축하 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풍요롭고 즐거운 명절이다.

1년 전인 2021년 3월21일, 아프가니스탄 가니 전 대통령은 나우루즈 기념 연설에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지속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아프간인들은 평화를 원합니다. 우리는 영원한 평화를 원합니다”라고 축하 연설을 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인들의 평화에 대한 소망은 불과 5개월 뒤에 무참히 깨졌다. 온 세계가 목도한 대로, 20년 만에 미국이 군대 철수를 선언하고 탈레반은 다시금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다. 20여년 전 탈레반의 폭정을 피해 인근 나라인 이란과 파키스탄의 난민으로 있다가 고국에 정착했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다시 고국을 등져야만 했다.

탈레반 통치 기간이었던 1996년에서 2001년까지 나우루즈는 이슬람교 풍습이 아닌, 이교도의 풍습이라며 금지되었다. 2022년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우루즈를 축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발표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탈레반 재통치 이후 심각한 인권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부디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우루즈의 풍요와 축하의 의미를 되찾는, 따뜻한 봄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바란다. 특히 한국 땅에서 첫 나우루즈를 맞이하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에게 평화로운 새해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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