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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단식월 ‘라마단’ 의미

2022.04.13 03:00 입력 2022.04.13 03:01 수정

올해 4월2일부터 5월1일까지 한 달 동안 세계 무슬림들은 단식월을 맞이했다. 한국은 4월3일부터 시작되었다. 이슬람력 9월인 ‘라마단’은 아랍어로 뜨거운 열기를 뜻하는 ‘람다’라는 명사에서 유래되었다. 아랍어로 열두 달의 명칭은 그 달의 열기를 고려해 정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슬람력은 매년 11일 정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라마단을 맞이하는 절기는 해마다 달라져, 어떤 해의 라마단 달은 여름이 되기도 하고, 어떤 해에는 겨울에 라마단 달을 맞이하기도 한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라마단 달은 쿠란이 내려진 달이라. 쿠란은 인류를 위한 길잡이이자 분명한 증거로서, 길잡이인 동시에 옳고 그름의 기준이라”(쿠란 제2장 185절). 쿠란이 현세의 하늘로 계시된 달이 바로 라마단 달이기 때문에 무슬림들에게 라마단 달은 성스러운 달이라 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킹 사우드대에서 쿠란 주석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한국인 무슬림 김은수씨는 다음과 같이 무슬림에게 단식의 의미를 전했다. “당연히 여겼던 음식의 존재가 얼마나 절실한지 느낍니다. 양식의 제공자인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더하고, 우리가 음식 없이는 하루도 제대로 생활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죠.”

라마단 한 달 동안 무슬림들은 해가 뜨기 약 1시간 전(파즈르)부터 해가 지는 시간(마그립)까지 먹거나, 마시거나, 부부관계 등을 하지 않는다. 이슬람 사회에서는 단식을 수월히 하기 위해 근무 시간이 조정되기도 하는데, 낮 시간의 업무는 대부분 단축된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저녁 시간이 오기 전 퇴근길은 유난히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이란에서는 라마단 기간 동안 수험생들은 낮에 활동하기가 어려워, 밤에 공부하고 낮에는 부족한 잠을 자기도 한다.

이와 같은 라마단 단식월에도 변화의 모습이 보인다.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지역에서는 과거 일부 비무슬림 외국인들을 위해 카페나 식당 입구를 가림막으로 가려 식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는 등 철저하게 규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라마단 기간 동안 레스토랑과 카페 영업에 규제들이 많이 완화되었다. 이슬람 최대 종교 의례이지만, 요즘의 일부 이슬람 지역 젊은 세대들은 라마단 달에 단식을 잘 지키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비록 단식을 지키지 않더라도, 단식하는 이들을 존중하며 대놓고 음식 섭취를 하지 않는다.

한 달이라는 단식 기간 동안 체중이 감소될 것 같은 예상과 달리 해가 지는 시간부터 밤 시간 동안 음식을 섭취해 오히려 라마단 기간 동안 체중이 증가하는 무슬림들도 많다. 많은 지역에서 라마단 한 달은 단식으로 녹록지 않지만, 라마단 기간은 무슬림들의 최대 쇼핑 기간으로 무슬림들의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 달 동안 단식을 한 무슬림들은 이드 알피트르라는 라마단 후 축제일을 즐긴다. 이드 알피트르 날에는 합동 예배를 통해 무사히 라마단 달을 보낸 것을 축하한다. 무슬림들은 이드 기념 새 옷을 입고, 가족 및 친지들과 맛있는 음식들을 나누어 먹는다. 라마단 달의 단식은 단식의 의미 이외에도 기부와 자선을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무슬림으로서의 성스러운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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