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기후위기의 가해자이자 피해자

2022.05.03 03:00 입력 2022.05.03 03:02 수정

[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도시, 기후위기의 가해자이자 피해자

서울은 도시화로 인해
추풍령보다 4배 가까운
온난화 진행

강력한 온난화는
공기만 데우는 게 아니라
강수량도 급격히 줄여
도시 사막화 초래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도시는 그나마 다행

도시의 기후위기 대응은
그곳을 넘어 전 지구의
기후위기를 막아 줄
희망의 불씨가 될 것이다

도시라는 단어는 어쩌면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각종 미디어에서 다양한 도시 얘기가 흘러나온다. 도시의 아파트 가격, 부동산 정책, 신도시 개발계획, 교통 체증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이슈부터 미세먼지, 온실가스, 하천오염, 생태계 파괴 등의 환경문제까지 정말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기에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우리는 더 발전한다. 그리고 때로는 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도시나 국가 전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곤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도시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도시가 다양한 인간 활동을 통해 기후위기를 초래한 확실한 주범일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내가 사는 도시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이제는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기후위기를 초래한 다양한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기 중 온실가스(GHGs: Greenhouse Gases) 농도 증가다. 그리고 다양한 온실가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CO2: Carbon Dioxide)의 농도 증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를 유발한 이산화탄소는 과연 어디에서 많이 배출되는 것일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바로 발전소를 떠올릴 것이다. 맞다. 그러나 왜 발전소에서 이렇게 많은 배출이 일어날까를 좀 더 고민해 본다면 그 답은 달라질 수도 있다. 사실 전 세계 화석연료 기반 이산화탄소(FFCO2: Fossil fuel CO2) 배출의 70% 이상은 도시에서 그리고 도시 때문에 발생한다.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3이 살고 있는 도시는 건물 냉난방 및 교통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뿜어낸다. 도시 내에 있는 건물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나 자동차의 머플러에서 나오는 연기가 바로 이런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탄소의 ‘직접배출’(Scope 1)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도시가 직접 배출은 하지 않지만 전기를 사용함으로써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있는 다른 지역의 굴뚝에서 연기를 내뿜는 것을 ‘간접배출’(Scope 2)이라 한다. 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오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다 보면 창밖으로 한순간에 서울에 도착한 것을 인지할 수 있다. 바로 엄청난 불빛 때문이다. 이런 도시의 야간 불빛은 비행기보다 더 상층에 있는 인공위성에서까지 보일 정도로 밝다. 이렇게 도시의 밤을 대낮처럼 밝혀주는 에너지가 간접배출이다. 도시의 인구가 많고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불빛은 밝아지고 더 많은 간접배출을 유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은 어떨까? 서울은 현재 전 세계 수백개의 대도시 중 10위권 내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주목할 만한 대형 배출원이다.

서울은 세계 10위권의 CO2 배출원

전 지구적으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전 지구 평균 기온이 올라가지만 실제 지역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도의 증가량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도시는 주변 시골 또는 산림 지역보다 기온의 증가 폭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해외 과학자들이 전 세계 419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도시가 주변 지역보다 평균적으로 1.5도 정도 높다는 것을 밝혔다. 이렇게 도시가 주변 지역보다 기온이 높은 것은 바로 도시열섬(Urban Heat Island) 때문이다. 도시는 태양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를 대부분 도시의 공기를 데우는 데 쓰기 때문에 기온이 높다. 반면에 식물이 많은 주변 지역은 태양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를 지면의 식물들이 증산작용을 통한 증발을 통해 소진하기 때문에 도시보다는 기온이 낮아지는 것이다. 한여름에 뜨거운 아스팔트에 물을 뿌리면 시원해지는 것처럼 식물들이 증발을 통해 지면의 기온을 낮추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도시는 건물 열, 실외기, 자동차 등의 다양한 인공열이 있기 때문에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도시화라고 불리는 사회·경제적 발전은 도시의 기온을 높이는 데 일조를 했고, 그래서 도시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영향에다 도시열섬으로 인해 주변지역보다 온도가 더 높아진다. 수학적으로는 ‘도시의 온난화=전 지구 온난화 영향+도시열섬효과’, 이런 식으로 간단히 계산된다. 예를 들어 서울 같은 경우 195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의 연평균 기온을 살펴보면 10년당 0.30도 정도 증가했지만 전혀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추풍령 같은 경우 10년당 0.08도 정도밖에 올라가지 않았다. 즉 서울은 도시화로 인해서 추풍령보다 4배 가까운 온난화가 진행된 것이다. 특히 1980년 이전에는 서울과 추풍령의 기온 차이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유사한 연평균 기온 분포를 보였다. 그리고 1980년대 올림픽을 필두로 한 눈부신 서울의 성장은 도시의 기온을 끌어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리하면 도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전 지구적으로 기온을 증가시키고, 도시열섬효과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도시의 공기를 추가로 계속 데우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렇게 도시의 공기가 데워지면 단순히 그 지역의 온난화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시의 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은 도시 지면에서의 수분 증발이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뜻해진 공기는 더욱 더 강력하게 지면의 수분을 대기 중으로 빨아들인다. 즉 온난화로 인해 땅이 말라가는 것이다. 만약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는다면, 온난화로 인한 증발은 땅을 건조하게 만들어서 결국 사막처럼 만든다. 이것이 바로 도시 사막화이다. 강력한 온난화는 단순히 공기를 데우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물 순환에까지 영향을 끼쳐 도시를 사막과 같은 극한 기후 지역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사막화 생각만 해도 끔찍

실제 1980년 이후 서울 및 수도권 여러 관측소에서 측정한 온도, 강우, 증발량 등 여러 기후 요소들의 장기 변화를 여러 방면으로 살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 같은 경우도 2000년대 이후 건조화가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타나났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 증가하던 강수량은 2000년 이후 급격히 줄어들었고 반대로 기온은 급격히 상승하면서 온난화를 통한 증발량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즉 공기에서 땅으로 공급되는 물의 양은 줄어들고 이와 동시에 땅에서 공기로 빠져나가는 물의 양은 늘어난 것이다. 지면이 건조해지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었다.

특히 서울의 건조화 경향은 주변 지역과 비교해 보았을 때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성이 앞으로도 계속 강해진다면 도시는 정말 사막처럼 변해갈지도 모른다. 사막을 떠올려 보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사막이 된다면 이보다 더 큰 충격이 있을까? 결국 인간 활동의 중심지인 도시는 기후위기를 초래했지만, 뜻하지 않은 급격한 기온 상승, 건조화 등 기후위기에 대한 취약성이 커지는 것이 분명하다. 바로 기후변화가 우리 삶의 터전인 도시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북극곰의 집인 북극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내 집이 있는 우리 도시도 충분히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분명히 도시는 기후위기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보통 일반적인 문제들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가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도시는 다행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온실가스를 줄이고, 열섬효과를 낮추고, 인공열을 줄이는 과정은 도시의 기후위기를 막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도시가 기후위기를 대응해 나가는 과정은 결국 한 도시를 넘어 전 지구의 기후위기를 막아 줄 수 있는 희망의 불씨가 될 것이다. 그럼 이제 더 이상 뉴욕, 런던, 파리를 기다리지 말고 서울, 부산, 대구 등 한국의 도시, 우리의 도시들이 지구를 위한 희망의 불씨가 되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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