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멸치김치찌개

요즘은 세상만사 온갖 게 다 자극적이야. 고추를 먹어도 청양고추 그 이상을 바라. 강력 캡사이신 매운맛 소스가 들어간 요리들이 사랑받는다. 청양고추를 다량 손질하다가 손에 화상을 입었다는 말도 들었어. 혀만 아니라 손끝까지 화상이라니.

입맛이 돌면 매운맛뿐 아니라 매운 거 ‘할압씨(할아버지)’라도 오케이겠는데. 맛있는 거 먹자고 하면 생각나는 게 별로 없다. 앵두나무 열매가 맺는 봄날엔 앵두의 앵자만 들어도 혀끝에 시큼한 침이 고이곤 했어. 입맛도 같이 돌곤 했지.

뜬금없이 어머니가 해주시던 멸치만을 넣은 김치찌개가 생각나. 텁텁한 고기류를 빼고, 멸치를 우린 시원한 맛의 찌개. 다 먹고 나선 굵은 멸치 꽁다리를 들고 툇마루에 종종대던 강아지들 입 벌리면 넣어주던 풍경.

후배네에 명절이라고 선물 박스들이 들어왔던데, 통영산 멸치를 보곤 반가워 맥주 안주로 꺼내 먹자고 졸랐다. 눈이 뒤집혀 짭짤한 멸치에 그만 환장을 했어.

태풍 오던 날 헤밍웨이의 책을 읽었다. 헤밍웨이는 고양이를 엄청 사랑했대. 사람처럼 생선을 좋아하고, 타고난 사냥꾼 기질이 맘에 들어서라나. 이 장대비와 돌풍에 들고양이 가족은 무사할까. 비구름 걷히면 멸치 몇 마리 ‘출몰지구’에 놓아두련 벼른다. 멸치는 김치찌개 끓이고 헹궈서 줘도 된다만은, 이 오빠가 ‘그까이꺼’ 쩨쩨한 오빠가 아니란다.

명절선물로 한우종합세트를 받아본 일은 이날 평생 없어. 이 말은 내 커뮤니티에 부자가 드물고, 있어도 뒤봐주며 쏙닥댈 사이는 아니란 얘기. 남의 집 멸치를 눈치 보고 먹은 게 떠올라서 머리를 긁으며 반성. 전문 요리사가 차려주는 수백만원짜리 요리를 드신다는 대형교회 목사 얘기가 생각난다. 알박기, 알탕 등을 즐기는 극우 태극기 목사도 그렇고, 혼자서 먹는지 밥값을 내는 부자랑 같이 먹는지 모르겠다만, 정말 꼴값들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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