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종의 역사가 혼란스럽지만, 그 종소리는 많은 사람을 위로한다

2022.12.30 03:00 입력 2022.12.30 03:03 수정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

(52) 보신각종

1971년, 2021년 보신각종.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1971년, 2021년 보신각종.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매년 12월31일 미국 뉴욕 타임스 스퀘어의 원 타임스 스퀘어(One Times Square) 건물 지붕 위에서는, 깃대 꼭대기에 올라가 있던 휘황찬란한 큰 공(ball)이 밤 11시 59분이 되면 내려오기 시작한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이 공이 다 내려오는 딱 그때가 바로 신년 0시다. 신년이 되는 순간 건물 전광판에는 ‘Happy New Year’라는 글자가 뜨고, ‘올드 랭 사인’이 울려 퍼지면서 사람들은 포옹을 하고 키스를 하며 새해를 맞이한다. 이 행사를 ‘볼드롭(Ball drop)’이라고 부른다.

뉴욕에 볼드롭이 있다면 서울에는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식이 있다. 종로구 관철동에 있는 보신각 주변에 모인 사람들, 집에서 TV를 켜 놓고 <연기대상> 혹은 <가요대제전>을 보던 사람들은 0시가 되자 울리는 33번의 타종 소리를 들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의 마음을 다진다. 종을 33번 치는 것은 불교에서 천상계를 ‘도리천’ 혹은 ‘33천’이라 하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즉 33번의 종소리는 중생을 악에서 구하고 나라와 민중의 안녕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원래 종각의 타종은 조선시대에는 새벽 4시와 저녁 10시에 사대문을 열고 닫을 때 진행되는 것이었다. 타종이 새해맞이 행사로 변화한 것은 일제강점기 때이다. 1929년 경성방송국 라디오가 절의 범종을 스튜디오에 가져와 직접 타종 소리를 새해에 송출했다고 한다. 한국전쟁으로 보신각은 소실되고 종만 남았다가 1953년 보신각을 중건하여 타종이 재개되었는데, 바로 이것이 지금의 제야의 종소리의 시작이다. 그야말로 보신각 종 타종과 경성방송국 기획의 하이브리드(혼종)라고 할 만하다.

1971년과 2021년의 사진은 종도 다르고 건물도 다르다. 1468년 만들어진 종은 1984년 수명을 다하고 지금은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지금의 종은 1985년에 제작된 복제품인데, 경주의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카피한 것이라 한다. 1971년 사진의 건물은 1953년 중건한 것인데, 임진왜란 때 유실된 종루를 광해군 때 복구한 1층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50년 후의 건물은 태종, 세종 때 원래 지어진 2층의 모습과 비슷하게 1979년 콘크리트로 지은 것이다.

종도 종각도 원본이 아니고 타종의 역사도 혼란스럽지만, 종소리는 많은 사람을 위로한다. 올해 종각에서는 3년 만에 타종식이 열린다. 무사히 행사가 끝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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