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중교통 무제한 환승 ‘K교통패스’

2023.05.26 03:00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1.5ℓ 콜라는 2000원이다. 1ℓ로는 1300원 정도다.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 1ℓ 가격은 각각 1600원, 1400원가량이다.

한대광 사회에디터

한대광 사회에디터

화석연료인 휘발유·경유는 생산·유통 과정까지 고려하면 엄청나게 싼 에너지원이다. 인류는 화석연료 덕분에 화려한 물질문명 생활을 누리고 있다.

화석연료는 단점도 있다. 연소 과정에서 황산화물과 질소화합물을 발생시킨다. 대기와 수질을 오염시킨다. 두 가지 유해물질은 탈황시설 등 기술의 힘으로 어느 정도 제어될 수 있다. 문제는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바로 분해되지 않고 대기권에 축적된다. 그러고는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는 복사에너지를 차단한다. 이 때문에 지구가 온실처럼 더워진다는 것이 ‘온난화’ ‘온실가스 효과’의 기본 개념이다.

이산화탄소는 아직 기술력으로 제거할 묘책이 없다. 대체에너지 개발이 시급하지만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이산화탄소 발생 자체를 급격히 줄이는 것뿐이다. 이는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면 누구도 공감하는 ‘정답’이다.

결국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나섰다. 1988년부터 전 세계의 과학자 등이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구성했다. 이후 기후변화의 근거와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협의체는 인간활동 때문에 기후 시스템의 온난화가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됐다.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 폭을 1.5도로 유지해야 한다는 전 지구적 협약이다.

문제는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5도가 무너지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기상기구는 2027년까지 적어도 한 해는 사상 처음으로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아지는 때가 있을 확률이 66%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온난화는 물론이고 동태평양 열대 해역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까지 가세하면서 전 세계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87건의 동시다발 화재(5월 캐나다), 역대 최고기온 경신(4월 스페인·포르투갈), 3년 가뭄(스페인 북동부), 40도가 넘는 폭염(5월 태국·베트남·미얀마)….

국내에서도 이상기온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몽골의 사막화와 온난화로 황사 발생이 심해지고 있다. ‘7월에는 사흘을 제외하고 매일 비가 올 것’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공지능 일기예보 스크린샷의 ‘황당한’ 예측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급격히 확산되자 기상청이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진화에 나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전 세계적 기후위기 앞에서 이젠 실행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찾아내고 곧바로 실천으로 옮겨야 할 상황이다. 개인의 노력은 물론 국가 차원의 대규모 정책, 현실성 높은 방안이 시급히 요구된다. 대안 중 하나로 가칭 ‘K교통패스’를 제안한다.

독일은 지난 1일부터 ‘49유로티켓’을 발행했다. 고속철도를 제외한 독일 내 모든 지하철, 버스, 트램, 지역 간 철도를 매달 49유로(약 6만9600원)로 환승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발행 첫날 300만장이 판매될 정도로 호응이 컸다.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진행된 9유로 티켓의 성과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9유로 티켓은 5200여만장이 판매됐는데 대중교통 이용률이 25% 증가했다. 그만큼 자가용 이용이 줄어든 셈이다. 덕분에 온실가스는 180t 감축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도 상당한 기반이 조성돼 있다. 2004년 서울의 시내·마을버스와 지하철부터 시작된 대중교통 통합요금제는 인천·경기·충남 천안까지 가세하면서 꾸준히 정착되고 있다. 서울 전용 도시철도 정기권은 물론 알뜰교통카드, 조조할인, 청년교통비 지원 등 다양한 맞춤형 요금제가 등장하면서 요금 할인을 통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정책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1년 대중교통 현황조사를 근거로 추산해보면 1인당 월평균 대중교통 이용요금은 7만1398원이다. 다양한 할인정책을 통합하고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로 지원한다면 평균 교통비의 절반 수준으로 판매하는 ‘K교통패스’를 발행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급격한 기후위기로 혼란에 빠지기 전에 한 가지 정책이라도 시급히 도입하길 정부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모두에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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