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영업사원’의 조건

2023.06.16 03:00 입력 2023.06.16 03:04 수정

영업사원으로 성공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온라인을 검색해보니 한국표준협회는 첫번째 조건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고객지향성과 대인이해를 기반으로 고객과 친밀한 관계 형성.’ 고객의 성격을 잘 파악해 친하게 지내라는 의미인 것 같다.

김석 경제에디터

김석 경제에디터

그런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마음이 통하고 내 사정을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우월한 위치를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과시하며 갑질을 하려 들기도 한다. 이런 고객을 만날 때면 ‘영업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부양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기는 하지만.

요즘 한국 경제의 주요 고객 하나가 ‘1호 영업사원’의 골치를 아프게 한다. 중국이다. 한국이 미국·일본과만 친하려 든다며 기분에 거슬리는 얘기를 한다. 한국은 인권·환경 문제 때문에 중국을 글로벌 핵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에 호응하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이참에 거래를 확 끊어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한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럴 때는 다른 영업사원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것이 판단에 도움이 된다.

미국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말 중국을 방문했다. 머스크는 방문 기간 중국의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진좡룽 공업·정보화부장 등 고위 관료를 잇따라 만났다. 중국의 배터리 업체인 CATL의 쩡위췬 회장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해 1분기만 해도 지지부진했던 테슬라 주가는 그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지난 13일(현지시간)까지 상장 이후 최장인 1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머스크 말고도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스타벅스의 랙스먼 내러시먼, 제너럴모터스의 메리 배라, 인텔의 팻 겔싱어 등 미국의 주요 기업 CEO들이 최근 잇따라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견제에 열심인 미국 정부도 이들의 중국행을 막지 못했다.

이들이 중국에 가는 이유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최근 언론 인터뷰에 잘 나타나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 기술산업 시장에서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미국 기술기업들이 중국을 빼앗긴다면 당장 이를 대신할 시장을 구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제2의 중국은 없다. 중국은 하나뿐”이라며 “중국 시장을 (다른 시장으로) 대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의 우방 국가원수들도 중국을 찾았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지난해 10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했다. 나라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들은 중국에서 상당한 영업실적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주도형인 한국 경제도 중국을 버릴 수는 없다. 올 들어 4월까지 한국의 총수출액 2008억3857만6000달러 가운데 중국 수출액이 390억9114만8000달러에 달한다. 국가별 수출액 1위이고, 비중은 약 19.5%로 5분의 1에 가깝다. 미국 수출액이 360억1013만5000달러로 중국과 비슷할 뿐, 3위 베트남(162억6821만7000달러)만 해도 절반에도 못 미친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영국 등 경제대국들이 몰려 있는 유럽 대륙으로 가는 수출액을 모두 합해도 326억1075만2000달러로 중국보다 적었다. 젠슨 황의 얘기처럼 중국을 대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중국과 일본일 것이다. 그런 중국, 일본과 수교를 한 이유는 이들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판단 덕분에 한국이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7%로 올리면서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6%에서 1.5%로 내렸다. 그러면서 향후 수요가 개선될 수 있는 요인으로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반등’을 들었다. 한국 경제의 회복에 중국의 영향이 클 것이라는 얘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18~1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는다고 한다. 앞으로 양국 간 고위급 소통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 한국의 ‘1호 영업사원’은 중국이라는 까다로운 고객을 상대로 어떻게 실력을 발휘할 것인가. 온 국민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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