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 석유개발과 한국의 꿈

2024.06.20 20:50 입력 2024.06.21 09:41 수정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영일만 석유개발과 한국의 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석유개발계획 승인을 발표하였다.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대 20%로 추정되는 매장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민 세금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하였다. 매장이 확인되면 2035년 정도부터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20세기 1차 산업국가였던 노르웨이에서 대규모의 유전이 발견됨으로써, 세계 최상위급의 부유한 국가가 된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산유국의 꿈은 자원도 없이 세계 4강인 주변국들로부터 시달리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정말 가슴이 뛰는 일이다.

그러나 마냥 흥분하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너무 많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고 하여 산유국의 꿈에 부풀었다가 실망한 기억이 여전한데, 같은 지역에서 다시 석유 개발을 한다. 세계적으로 탈탄소화가 강조되고, 게임체인저가 될 새로운 에너지 자원과 기술에 대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에서 왜 화석에너지에 이리 엄청난 재정을 투자하는 사업을 추진하려는 걸까? 동 지역 석유·가스 자원개발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신뢰할 만한 조사는 이뤄졌는가? 다른 기회비용에 대해 제대로 검토한 것인가? 정책 결정과정에 충분한 검토와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거의 파산상태에 빠진 한 탐사회사의 주장만 믿고 이리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는 것은 뭔가 불안하다. 어떻게 이러한 탐사회사와 연결이 되어 계약을 채결하게 되었는가? 그 정도로 막대한 비용이 들고, 2035년에서야 생산이 가능한 정도라면 시간을 좀 더 두고 객관적 타당성, 2차 검증, 상대적 기회비용, 국가 미래전략과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공론화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제7광구가 매장 가능성 더 높아

윤석열 정부의 정책 결정이 위계적인 일방주의와 급속한 집행을 특징으로 하지 않느냐는 우려를 가질 만도 하다. 윤석열 정부의 굵직한 정책결정의 배후 혹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종종 언급되는 천공의 예언적인 발언이 다시 이 석유 생산과 결부되는 것을 보는 많은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기까지 할 것 같다. 5000여억원의 유지비를 쏟아붓고 불과 29표의 지지표를 획득한 부산 엑스포 유치전의 악몽과 참담함이 다시 스멀거리는 것은 왜일까?

대한민국이 진정 산유국이 되고 싶다면 우리가 당장 주목할 공간은 영일만보다는 제7광구일 것이다. 제7광구는 제주 남단에서 200㎞ 떨어진 해역이다. 1968년 미국 해군 해양연구소와 에너지 관리청에서 이 지역에 러시아 흑해 유전과 맞먹는 석유자원이 매장되어 있을 것이라 추정하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에 한·일은 1978년 발효된 50년 기한의 한·일 대륙붕 협정을 맺어 이 지역을 공동개발 구역으로 지정하여 일방에 의한 개발을 금지하였다. 실제 그 매장량은 정밀한 탐사에 의해 재추정되어야 하겠지만, 7광구 근처 다수의 중국 측 시추공에서 석유가 생산되는 것으로 볼 때, 대규모 매장 가능성은 어느 지역보다 높은 편이다.

협정 체결 당시 대륙붕설을 주장하는 한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였지만, 최근 국제 해양법상 중간선론이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2028년 협정이 종료된다면 7광구의 거의 90%의 영역이 일본에 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2025년이면 이 협정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일본의 평소 태도라면 연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이 공간은 일본이 거의 독점하거나, 이 협정의 종료를 기다려 온 일본과 중국이 한국을 배제한 채 합의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일본과 역사문제, 성노예문제 배상 등 주요 영역에서 일방적인 일본의 입장을 수용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하반기에는 “죽창가”의 설레발을 접고 일본과 관계개선을 위한 다양한 물밑협상을 해 왔다. 한·일관계 개선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 역시 일본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일본은 기존의 완고한 입장에서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질 않았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입장을 전적으로 수용하였다. 근대국가의 핵심 국가목표 중 하나인 ‘국가 위신’의 요소를 완전히 포기한 조처였다. 이러한 정책결정 이면에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결정자들이 미·중 전략경쟁시기 미·일 동맹에서 소외되는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 외에 어떠한 원려가 존재하지 않았을까를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 역량 집중해 일본과 협상을

여기에 재협상 시한이 시작되는 2025년에 제7광구 관련 일본의 협력과 양보를 받아낼 전략적 고뇌가 숨어 있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성사시킬 수만 있다면 역사적 재평가를 받을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어떠한 양보도 받아내지 못한 채 일본에 제7광구의 대부분의 영역을 잃는 결과는 낳는다면,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의 위신은 물론이고 실리를 다 잃은 치욕스러운 정부로 역사는 기억할 것이다. 내년으로 다가온 협정의 연장 통보시한이 다가오면서 이미 불가항력을 느낀 윤 정부가 이를 대신하고 외교참사를 무마할 소재로 영일만 석유시추 이슈를 들고나오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윤 정부 3년차이다. 국민의 신뢰가 거의 바닥 수준인 윤 정부에서 그나마 외교분야는 비교적 업적이라 치부한다. 그러나 그간 윤 정부가 추진한 이분법적인 국제정세 이해, 미·중 전략경쟁에 대한 추정, 일변도 외교의 비용에 대한 과소평가, 글로벌 사우스 외교에서의 참패, 북한과의 군사적 갈등 심화 구도는 그 지속성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제7광구 협상은 윤 정부의 모든 오판들을 일소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윤 정부는 이 분야에 우선순위를 두고, 영일만 석유탐사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검토하고, 새로운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 에너지의 연구와 기술발전에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만일 일본과의 제7광구 협상에 성공한다면 금세기 한·일 협력은 물론 동북아 안정의 기반을 다지게 된다. 윤 정부는 대단한 외교적 성과를 거둔 정부로 역사는 평가할 것이다. 실패한다면 한·일은 금세기 내내 화해할 수 없는 갈등과 충돌의 국면으로 빠져들 개연성이 크다. 제주 남단 해역은 한·중·일 간 분쟁과 군사적 충돌의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다. 현재 관련 분야에 대한 정부의 침묵과 영일만 석유개발 파동은 불안감만 스멀거리게 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건투를 기대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