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기본권 침해와 회피 수단, 기업결합관계 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적지 않다. CU편의점, CGV, 올리브영, 투썸플레이스, 맥도날드 등 형태도 다양하다. 저임금, 초단시간, 불안정 고용이 다수다. 그렇다면 고용과 임금 및 노동조건의 ‘실질적 지배력’은 개별 사업주로만 판단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근로계약을 맺은 사용자가 법률적 책임 소재의 당사자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자유로울까. 매장 시설물이나 확충·보강 기준은 물론 영업시간까지도 가맹본부에 있다. 프랜차이즈는 21세기 대표적인 표준화된 비즈니스사업 중 하나다.

유통이나 IT 분야는 또 다른 기업결합관계 형태로 자리잡은 곳이다. 신세계, 롯데, 현대와 같은 유통기업은 상품 공급과 판매 사업의 매입계약을 취한다. 샤넬, 에스티로더, 랑콤 등 각종 브랜드 기업의 매장 입점 과정에서 판매 수수료를 취한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IT 포털 기업은 자회사와 분사 전략을 취한다. 네이버 개발·디자인 업무 담당 (주)엔테크서비스나 카카오 콘텐츠 구축 담당 (주)케이앤웍스 모두 모·자회사 관계의 계열 하청법인 성격이다. 전통적인 원·하청관계를 뛰어넘는 복합적 기업결합관계의 자본주의 파생물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경제의 확장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했다. 배달앱과 같은 운영법인과 중개업체 그리고 플랫폼노동자가 혼재된 다층적 거래관계가 대표적이다. IT기업의 가치사슬은 경계 없는 생산시스템과 모델을 만들고 있다. 디지털경제에서 수반되는 사업조건과 상황은 노동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근로기준법이나 파견법은 물론 산업안전보건법 등 법제도의 회피 수단의 이점도 있다. 자본과 기업은 확장하고 있는데 기존 제도는 변화된 현상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런 질문을 해보자. 백화점·면세점 화장실이나 휴게실 혹은 소방안전시설의 설치·운영 주체는 누굴까.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의 예방·관리부터, 중대재해와 산업안전보건 책임 소재는 어디인가. IT와 미디어산업의 모·자회사 간 협업 관계는 지휘·명령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이 모두 과거엔 독자적 사업을 영위했던 전통적 원·하청 관계의 변형이다. 산업구조와 기술발전 그리고 새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하면서 분절화된 기능적 결합관계 양상을 띤다. 이 때문에 노동조건이나 노동환경의 책임 소재를 다투거나 분쟁이 될 때마다 법원과 정부는 보수적 태도를 견지한다. “하나의 사업체계에 구조적으로 편입된 관계와는 뚜렷이 구별되어 실질적 사용자나 지배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들이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실증적인 자료를 뒷받침한다. 기업 거래관계와 계약 형태가 주요 판단의 잣대가 되면 우려점이 적지 않다.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은 물론 부당노동행위조차 인정받기 어렵다. 동일 유사 형태의 노동시장에서 임금 및 노동조건의 차별과 침해 등에서 기업은 자유롭다.

특히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조합 결성과 교섭권이 상실될 수밖에 없다. 헌법에 보장된 초기업 교섭의 가능성조차 무력화된다. 법원이나 정부는 독자성과 독립성 권한과 역할, 업무 지시 행사 주체, 노동조건 결정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 때문에 다수의 원청기업의 실질적 지배력은 물론 사업주 의무도 인정하지 않게 된다. 프랜차이즈나 대형유통 매장 건물 및 시설 모두 원청 대기업이 구상과 실행의 통제 권력을 갖고 있는데도 말이다.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자본의 확장 속에 공정거래는 허상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들 기업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까. 급속히 변화하는 시장거래 속에 기능적 기업결합은 노동조건을 파편화시키는 주범이다. 이젠 디지털 플랫폼경제나 기업결합관계 방식에 따라 ‘실질적 지배력’의 기준도 변화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부터 노동위원회는 물론 법원 모두 사회적 변화를 수용할 시점이다. 어느덧 21세기 균열일터의 표상도 과거 이야기가 되고 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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