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이 편하다는 거짓말

2024.07.18 20:38 입력 2024.07.18 20:42 수정

쿠팡은 지난 1년간 가장 높은 고용증가율을 보이며 올해 노동자 7만1370명을 고용해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노동자들의 사고·질병 건수도 2015년 29건에서, 2020년 758건으로, 2022년엔 2300건으로 급증했다. 쿠팡의 산재율은 동종업계인 CJ대한통운, 로젠, 한진의 산재를 합한 것보다 25~28배가량 높다. 지난 9일 새벽 폭우가 내릴 때 배송을 강행하던 쿠팡 노동자가 또다시 사망했다.

쿠팡은 불안정고용, 야간노동, 장시간노동, 로켓배송, 시간당 물품처리개수를 측정하는 uph(unit per hour) 시스템 등으로 노동자를 압박한다. 이는 자동화로 인한 전 세계 노동자들이 처한 난관인데, 이 중 로켓배송제도는 오직 한국에만 존재한다. 쿠팡의 모델이 된 아마존에도 로켓배송제도는 없다. 소비자들이 그렇게까지 빨리 상품을 받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일터, 쿠팡을 해지합니다>의 저자 전주희는 “한국사회에서 새벽까지 배송이 필요한 이유는 장시간노동과 야간노동에 따른 시간빈곤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로켓배송을 받아 일상용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또한 시간에 쫓기는 장시간노동자로, 퇴근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의 저녁시간에 이루어지는 야간소비가 야간노동과 한 쌍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노동시간은 길어진다. 노동자들이 장시간노동을 하는 이유는 시간당 기본임금이 아주 낮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오직 일만 하고, 쇼핑할 시간조차 부족해 온라인으로 대체한다. 온라인 쇼핑은 편리함이 아니라 저임금과 휴식 없는 삶을 상징한다. 우리는 주택 대출금과 카드빚을 메우기 위해 다시 혹독한 노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일중독과 소비중독의 악순환을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인터넷 속도 세계 1위다. 속도가 빨라져 더 편리한가? 더 행복한가? 아니, 우리는 더 바빠지고 단절되었다. 지쳐 있고 숨가쁘다. 인터넷과 가전제품, 인공지능을 동원해 더 빨리, 더 오래, 더 많이 일해야 하니까.

우리나라의 야간작업 종사자는 127만~197만명, 주당 52시간 이상 일하는 장시간노동자는 170만~410만명으로 추정된다. 야간노동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2급 발암물질이다. 수명을 10년 이상 줄이고, 수면장애와 소화기 질환, 뇌·심혈관계 질환과 우울증을 발병시키며, 가족과 동료와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고(古) 장덕준씨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63시간이었다. 그는 오후 8시 반에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하루 10시간 이상 쉬지 못하고 일했다.

왜 쿠팡은 직원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면서까지 로켓배송을 하고 싶어 할까? 피라미드식 비정규직 체제를 유지하며 사람을 일회용으로 쓰고 버릴까? 물량혁신, 유통혁신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자본주의의 병적 욕심일 뿐이다.

우리가 일상을 꾸려나갈 상품을 살 수 있도록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할 시간을 되돌려달라. 가족들과 둘러앉아 저녁을 먹을 수 있게 해달라. 퇴근 후에 한잔할 동료를 되돌려달라. 소중한 이들의 얼굴을 마주보며 하루 일과를 나눌 수 있는 소박한 저녁시간을 되돌려달라. 온라인이 편하다는 거짓말을 이제 그만 멈추라.

최정화 소설가

최정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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