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 ‘채 상병 특검’·‘김건희 문제’ 풀까

2024.07.29 20:38 입력 2024.07.29 20:42 수정

설마 그 김건희 여사가 사과를 했다고? 알고 보니 검찰의 ‘출장 조사’ 때 검사 앞에서 “심려를 끼쳐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는 얘기였다. 그마저도 변호사의 전언을 통해 국민에게 알렸다. 국민이 없는 자리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우기는 꼴이다. 게다가 이런 사과가 “쉽지 않은 사죄이고, 진심 어린 마음”이란다. 그러니 진정한 사과로 받아달라는 건가. 지난 대선 때 ‘개 사과’를 방불케 하는 국민 우롱이다.

황당한 ‘대리 사과’ 소동이 소환하는 게 있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초반에 공개되어 파란을 일으킨 김 여사의 ‘명품백 사과 문자’다. 정작 사과할 뜻이 없으면서, 사과하지 않은 책임을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떠넘기기 위해 작성된 게 그 문자의 본색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이 개막하자마자 6개월 동안 수면 아래 있던 김 여사의 ‘사과 문자’가 갑자기 공개됐다. 어쩌면 자해 공갈에 가까운 문자 공개는 ‘배신자’ 한동훈의 당선을 막으려는 친윤 세력의 필살기였을 것이다. ‘명품백 사과 의사’를 밝힌 김 여사의 문자를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이 ‘읽씹’했다. 이만큼 윤 대통령 부부와 한동훈 대표의 파탄 관계를 드러내는 것도 없다.

문자가 공개되자 원희룡 후보와 친윤계 의원들의 공세는 뾰족했다. “영부인의 사과 의사를 묵살함으로써 불리한 선거를 반전시킬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는 공격이 빗발쳤다. 해당 행위, 배신 정치, 좌파 색깔론, 고의 총선 패배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 후보는 문자 공개 국면에서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전당대회 개입’을 거론했다. 문자 공개에 김 여사의 뜻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당무 개입’ ‘국정 개입’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치명적이다. 당시 ‘문자 무시 논란’에도 불구, 한동훈 지지율은 외려 큰 폭으로 상승했다. ‘문자 무시’보다 김 여사의 ‘개입’을 차단한 것이 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서로 다른 눈높이를 가진 윤석열과 한동훈의 대결이었다. 자신과 배우자의 권력과 안위를 위해 여당 장악이 우선인 윤 대통령과 당원들의 변화 요구에 부응해야 할 ‘미래 권력’ 한동훈의 이해는 부딪칠 수밖에 없다. ‘한동훈 당대표’를 저지하기 위해 현재 권력은 아등바등했다. 애초 출마 생각이 없던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을 출진시킨 건 윤 대통령이다. 김 여사도 ‘명품백 사과 문자’를 들고 참전했다. 원희룡과 친윤은 집요하게 ‘배신자 프레임’으로 한동훈을 공격했다. ‘박근혜 배신’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당원들, 특히 40%에 달하는 영남 당원들이 ‘배신자’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했을 법하다. 오판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실망한 당원들과 보수 지지자들은 오히려 배신자를 원했다.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을 대상은 국민뿐이다”(한동훈)에 호응했다. 총선 참패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를 고집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도저한 반감이 한동훈 지지로 모아졌다.

당심(당원투표 62.69%)과 민심(국민여론조사 63.46%)이 일치해서 한동훈을 지지했다. 친윤 세력이 총력 지원한 원희룡의 당원투표 득표율은 19.04%이다. 윤 대통령이 보수 당원들로부터도 외면받은 꼴이다.

한동훈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다시 ‘국민 눈높이’와 ‘민심’을 앞세웠다. “국민의 마음과 눈높이에 반응하자”고 했다. 극히 당연한 말인데도 신선하게 들리는 것은 그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국민 눈높이와 민심에 역행했기 때문일 터이다. 4·13 총선 때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언급했다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사퇴를 요구받았던 한 대표다. 국민 눈높이와 민심을 말하는 것이 윤 대통령 부부를 비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전당대회 결과는 당정관계 재정립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변화시키라는 것이다.

한 대표는 진정 ‘국민 눈높이와 민심에 반응’할 수 있을까. 해서 고집불통의 윤 대통령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걸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한 대표 앞에 놓여 있다. 여권을 수렁에 빠뜨린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문제’다. 우선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제안은 한 대표의 가장 차별적인 공약이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고 탄핵 여론이 높아지는 요인의 상당 부분을 ‘채 상병 사건’과 ‘김건희 리스크’가 차지하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반응하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해결 방향에 따라 한동훈 체제와 당정관계의 앞날이 좌우될 것이다.

양권모 칼럼니스트

양권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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