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초가을 조각구름 몰고 오는 ‘건들바람’

2024.08.18 20:34 입력 2024.08.18 20:37 수정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 있네/ 솔바람이 몰고와서 살짝 걸쳐 놓고 갔어요.”

누구나 알 법한 동요 ‘흰 구름’의 가사다. 외국 곡에 시인 박목월이 노랫말을 단 이 동요의 배경은 가을이다. 노랫말에 있는 ‘솔바람’이 이를 말해 준다. 다만 곡의 분위기와 ‘솔바람’의 의미는 조금 괴리감이 있다. 노래는 맑고 밝은 반면 솔바람은 “가을에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주며 부는 으스스한 바람”이기 때문이다. 솔바람을 ‘소슬바람’이라고도 한다.

이 동요의 느낌만 놓고 보면 솔바람보다 “초가을에 선들선들 부는 바람”을 뜻하는 ‘건들바람’이 더 어울린다. “시원하고 가볍게 부는 바람”을 의미하는 ‘산들바람’도 괜찮을 듯하고, 자수(字數)를 생각하면 ‘가을바람’을 줄인 ‘갈바람’을 써도 될 듯싶다.

세월이 지나면서 동요 속의 ‘미루나무’도 지금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게 됐다. 미루나무는 본래 미국(美)에서 온 버드나무(柳)라는 뜻에서 ‘미류나무’로 쓰던 말이다. 하지만 나중에 사람들이 ‘미류나무’와 ‘미루나무’를 혼용하게 됐고, 1988년 표준어 규정 제정 때 미류나무를 버리고 미루나무로만 쓰도록 정했다.

미루나무는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 도로변이나 학교와 마을 광장 등에 미관용으로 많이 심었다. 1976년 8월18일 북한이 벌인 도끼만행사건도 당시 판문점 인근에 심어져 있던 미루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던 중에 일어났다. 그때만 해도 미루나무는 아주 흔했다. 하지만 미루나무는 목재의 쓰임이 적은 데다 가로수와 관상수가 다양해지면서 서서히 밀려나 요즘에는 거의 볼 수가 없다.

미루나무의 영어 이름은 포플러(poplar)다. 이를 ‘포플라’나 ‘포푸라’로 쓰는 것은 바른 외래어 표기가 아니다. 특히 포푸라는 일본말 찌꺼기다. 누구나 아는 나무인 듯하지만 많은 사람이 잘못 쓰는 나무 이름에는 ‘메타세콰이아’도 있다. 쭉쭉 뻗은 나무가 시원한 느낌을 줘 전국의 삼림욕장에 많이 심어 놓은 이 나무의 바른 외래어 표기는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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