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는 근로조건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33조에서 선언하는 이른바 ‘노동3권’이다. 다른 헌법 조항이 ‘국민’을 주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근로자’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주노동자에게도 헌법상 노동3권이 보장될까? 이주노동자도 일하는 노동자이므로 당연히 보장된다는 입장과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1988년에는 한국에 이주노동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헌법 조항의 표현만으로 노동3권이 보장된다고 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외국인에게 헌법의 모든 권리가 보장될 수 없다며 그 성질에 따라 ‘국민의 권리’가 아닌 ‘인간의 권리’에 대해서만 인정해왔다. 이러한 해석은 독일법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독일 기본법은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인간의 권리’와, 독일 국민에게 보장되는 ‘국민의 권리’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일에서는 이주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을까?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노동3권은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자유권이라고 해석했고, 이주노동자에게도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체류자격 없는 이주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활동하는 것을 사용자가 신고해 강제 추방되면 이를 사용자의 ‘해고’로 보아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한다. 우리 대법원도 노동3권을 ‘사용자와 근로자의 실질적인 대등성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생존권적 기본권’이라고 해석하면서, 2015년 체류자격이 없는 이주노동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해석과 해외 사례를 종합하면 헌법상 노동3권은 이주노동자에게도 마땅히 보장되는 권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장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은 꿈같은 이야기다. 헌법상 권리가 실현되지 못하게 가로막는 제도와 현실의 벽이 높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의 체류자격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을 주고 있다. 고용허가제로 대표되는 비전문취업(E-9) 노동자뿐만 아니라 대부분 취업활동을 하는 이주노동자는 합법적으로 체류하기 위해 사업주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체류자격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동자와 사용자의 대등한 관계’는 불가능하다. 여전히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의 정치활동을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핵심 국제인권협약 중 유일하게 남은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의 비준 계획도 요원하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노동조합에서 이주노동자를 동료 조합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식의 장벽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화성 아리셀 참사에서처럼 조직되지 못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불법체류자로 신고한다’는 사업주의 협박에 몇년 동안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한 농어촌 이주노동자가 없도록, 외국인력 유치에만 매몰되어 입국한 이주노동자가 어떻게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지는 관심 없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제대로 된 이주노동 정책을 제안하고 토론하기 위해서는 이주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노동조합을 만들고 활동해온 한국인 노동자들의 지원과 연대가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