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만의 자유

2024.08.22 20:07 입력 2024.08.22 23:05 수정

누구에게나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이런 기본적인 자유조차 스스로 엄격히 제한해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공인이다. 보통은 유명인과 혼동하지만, 유명인은 연예인처럼 널리 알려졌을 뿐 공인이 아니다. 공인은 대통령 등 여러 선출직 공무원과 공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을 일컫는 말이다. 공인의 말은 때론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통령이 마약수사를 강조하면 경찰과 검찰은 온통 마약사건만 좇게 된다. 실적을 위해 제조나 유통보다는 단순 복용자 위주로 요란한 수사를 한다. 배우 유아인을 불러 망신을 주고, 배우 이선균은 끝내 죽음으로 내모는 식의 나쁜 수사가 반복된다.

만약 대통령이 인권보장을 위한 적법절차 준수라는 수사의 원칙을 강조한다면, 단지 유명인이라고 입건 단계부터 포토라인에 세워 망신을 주며 요란을 떨지는 못할 거다. 그래서 대통령 등 공인의 말은 신중해야 한다.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표현의 자유도 대통령에게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물론 그 제한은 외부의 힘에 의한 강제가 아니라 자기 욕구 억제 방식이어야 한다.

대통령은 때론 명예훼손도 참아야 하는 ‘인권의 공백’도 견뎌야 한다. 시민과 언론이 대통령의 정책이나 태도를 비판한다고 ‘격노’하거나 시민과 언론인을 수사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역시 자기 억제 노력이 따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란 말에 유독 집착하고 있다. 자유란 말을 쓰는 빈도도 잦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자유란 단어를 50번이나 사용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의 15번도 꽤 많았는데, 이젠 말끝마다 자유를 갖다 붙이는 식이다. 독립운동도 자유, 해방 이후의 역사도 자유를 위한 투쟁의 결실이었단다. 헌법 제정, 곧 국가 건설도 자유를 위해서였고, 경제발전과 민주화도 모두 자유를 위해서였단다. 마침내 통일마저 자유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마치 1968년 국민교육헌장 선포 이후, 모든 학생이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것처럼 여기게 만든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를 국민과 국가의 존재 이유처럼 둔갑시켰다. 심각한 것은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가 이념적으로 편향된 데다 자의적이라는 거다.

대통령과 그의 부인, 장모 등은 법 위에 군림하며 증거가 명확한 범죄를 저질러도 반복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고 있다. 힘 있는 자는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고약한 왜곡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통령을 불쾌하게 만든 기자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시민 수만명의 휴대전화를 훑어보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지만, 자신이나 주변의 휴대전화를 공수처가 훑어보면 펄쩍 뛴다.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불법사찰’이라며 격렬히 비난했다.

시민과 언론인의 자유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사람이 자신과 관련한 자유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이는 거다. 보통의 시민이라도 이런 식이면 공동체 구성원의 기본적인 책무조차 모른다며 비난받을 거다. 문제는 국정 최고책임자가 매번 이렇다는 거다. 자유가 숭고한 가치인 것은 맞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란 말을 꺼낼 때마다 자유는 제 잇속만 차리려는 사람의 괜한 소리쯤으로 전락하게 된다. 내 맘대로 할 자유, 남을 괴롭히거나 해칠 자유는 용납할 수 없다.

보통의 경우 자유는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보장받을 수 있다.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개입하려는 욕구를 억눌러야 한다. 국가기관과 종사자들이 인내하고 자중해야만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에서 검찰 등 국가기관이 권력 행사에 신중하고 국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집회와 시위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신체의 자유 등이 모두 퇴행하고 있다. 검사 등 공무원을 민주적으로 통제하지 않은 탓이다.

물론 자유는 간섭하지 않는다고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자유를 억압당하는 일은 불평등을 방치함으로써도 반복된다. 가난한 사람에게 부자와 똑같은 벌금을 매기는 것은 부자만 챙기고 가난한 사람의 자유를 빼앗는 일이다. 이런 모순은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에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국가 목표로 제시하고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의 자유를 위한 노력 없이, 국민 일반의 자유를 위한 어떤 구체적인 정책도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 자신은 자유를 만끽하며 자유란 말을 자주 쓰는 것은 자유에 대한 모독이며, 나아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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